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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참 모시기 어려운 상사(上司)다.
국가 원수를 상급자로 두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냐마는,
청와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 깊은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온다.그나마
박 대통령의 의원시절부터 여의도 국회에서 함께 했던
정무직 직원들은 좀 낫다.오래두고 모셨던 그들이니 당연히 그러려니 하지만,
정작 대통령 국정수행에 실무적 역할을 하는 일반직 공무원들은
곤혹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제일 큰 불만은
박 대통령의 업무 지시에 일정한 [가이드 라인]이 없다는 점이다.[까라면 깐다]는 공직자로 살아남는 방법에 이골이 난 그들에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지휘 방식은 낯설기만 하다.국정철학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철학을 기본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라는 것이
박 대통령이 부하직원들에게 바라는 요점이다.평생을 공무원으로 살아온 그들에게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대통령과 제대로 말 한마디도 따로 나눠본적이 없는 실무진들이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논하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그래서 그들의 한숨도 이해못할 이야기는 아니다.
더구나 공직자들에겐 대통령이란 존재는
그들의 목숨줄을 쥔 하염없이 높은 존재가 아니던가.반대로 생각해
[창조경제]나 [경제민주화]처럼
애매하고 복합적 개념이 담긴 국정철학을
부하직원들에게 잘 이해시키지 못한 박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
- ▲ 남해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박근혜 대통령. ⓒ 자료사진
휘청하는 지지율, 긴장해야 할텐데?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원칙이자 미덕인 공직 사회에서
박 대통령의 이런 방식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문제는 실망하는 국민들과 휘청하는 지지율이다.
지난 7월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수행 지지율 정점을 찍은 시점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이
국정수행 지지율을 60% 이상으로 측정했고,
일부 기관에서는 70%를 넘기기도 했다.하지만 8월로 들어서면서 60%대는 꺽였다.
8월 첫째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3.6%p 하락한 58.8%로 나타났다. -
- ▲ ⓒ 리얼미터 여론조사
세재 개편안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저소득층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고소득층의 세금을 크게 늘려
복지혜택을 펼치겠다는
핵심 개념을 설명하지 못하고
[증세가 아니다]라는 변명을 하기 급급했다.이 과정에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말실수를 거듭했고
가뜩이나 세금에 예민한 국민의 감정을 건드렸다.늘어나는 복지 정책은 이슈에서 사라지고,
앞으로 더 내야할 세금만 늘어날 것이라는 불만만 남았다.
바닥 민심을 들썩거리게 만든 건 이 뿐만 아니다.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메인 뉴스가 [전력난 위기] 도배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짜증은 배가 됐다.국민들에게 전력난이 왜,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내 돈 내고 쓰는 전기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정부가 야속할 뿐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원전 비리] 발본 색원만 강조했고,
사무실과 학교를 찜통으로 만드는 고통분담만 내세웠다.이런 늬앙스는
흡사 [내 잘못이 아니니 딴데 가서 따져]로 들리는 오해를 낳았다.내 돈 내고 피는 담배도 못 피게 한다며 불평하던 PC방 점주들이
청와대 내 별관에서 열리던 고위 공무원들의 [흡연 회동]에
[모범을 보여라]며 탄원서까지 내 이를 중단시킨 것은
바닥 민심의 불만 수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대북-안보까지 갸우뚱
朴대통령 직접 나서야..
박근혜 대통령은
민생정책에 이어 지지를 받던 대북-안보 정책에서도
국민들을 갸우뚱하게 했다.7차에 걸친 협상과 중단을 반복한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 실무 회담 때문이다.1972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이 발표한 7.4 공동선언 이후
북한은 말로만 [평화]를 외치며 도발을 계속해왔다.그런 북한에게
어떤 제재 방안도 없는 합의서만 받아 내고
문제의 개성공단 재개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속아만 왔던 우리 국민은
7차 협상을 이어오면서 북한이 어떤 태도 변화가 있었는지,
다시는 똑같은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그동안 밥먹듯 약속을 깨고 거짓말을 해온 북한 문제에
그런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통일부 대변인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세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체든 아니면 일부의 문제든
세금을 올리겠다는 말을
일방적 [통보]에 가까운 방식으로 해버린 정부에
국민은 분노했다.[왜 세금을 올려야 하며],
[세금을 아껴 쓰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으며],
[세금을 올려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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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 자료사진
그 주체는 당연히 대통령 스스로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역할이며,
유권자의 한명이었던 통일부 장관이나 경제수석비서관이
책임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다.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정치 사회적 이슈로 국민 앞에 나선 것은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정부조직법 개편안 반대로 새 정부 출범에 발목을 잡은 야권에
"민심의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 그 때였다.당시 박 대통령은 일정에도 없이 긴급 기자회견에 가까운 형식으로
잔뜩 화가난 표정으로 춘추관(기자실)로 달려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국민에 대한 [호소]보다는
민주당을 향한 [윽박]에 가까웠고,
제대로 된 지도부도 없이 추락하던 민주당은
이 담화문에 크게 타격을 입었다.사실상 박 대통령이 논란이 된 문제에 직접 나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은 없었던 셈이다.임기 첫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제서야 국정 드라이브를 시작하려는 이 때,
박 대통령이 진짜 해야 할 일은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며 한숨을 내쉬는 것보다
수립된 정책을 국민과 소통하며 추진 동력을 얻는 일이 아닐까 한다.국민은 [까라면 까는] 부하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닥부터 올라오는 [불만]의 목소리에
그냥 묵묵히 일만 하는 대통령이
자칫 [불통]의 이미지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