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주말드라마(토,일 8:45분) '원더풀마마'(연출윤류해 극본 박현주)10일 방송에서는 훈남과 영채가 여러 가지 난관을 뚫고 드디어 양가에서 결혼을 허락받고 이제 마음껏 사랑을 나누며 기뻐하는 모습이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영채(정유미)는 손에 낀 반지를 보며 입이 귀에 걸려 있다.

    "프로포즈 안 했으면 큰일날 뻔 했네!"
    "그런데 나한테 안 해요? 사~자로 시작하는 거~"
    "낯 간지러워서 못 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나는 진짜 진짜 못 해."


    어떻게 보면 요새 길에 굴러다니는 제일 흔한 말이 사랑이란 단어인지 모른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진실한 사랑을 하는 이 남자 결국 하지 못한다.

    "아직도 안 믿어줘요!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고 결혼을 한다는 것이.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이에 아무도 끼어 들지 못하게~"


    그런데 영채네가 쫄딱 망한 줄로 알고 있는 기남(안내상)이네 부부는 둘이 살 집이 걱정이다. 
    그것을 우연히 들은 영채는 훈남(정겨운)이한테 엄마 혼을 쏙 빼 놓으라고 한다.

    "친 어머니처럼 모시겠습니다 해요!"


    둘이는 정식으로 영채네 집으로 인사를 간다.사랑한다는 말도 쑥스러워서 못하던 이 남자 복희(배종옥)를 엄청 기쁘게 해 준다.


    "어머니 닮은 장미꽃" 하며 내 놓고 밤새 같이 술 먹자고 포도주도 사 오고, 해장국꺼리까지 사 와 복희를 놀라고 기쁘게 한다. 처남들의 짖궂은 장난으로 영채를 안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더니 복희를 번쩍 들어 안는다. 

    "어머님"
    "평생"
    "효도하겠습니다!" 


    라고 한 마디씩 할 때마다 안고 일어선다.

    '영채 어서 데려 가!" 


    평생 외롭고 고달프기만 했던 윤복희의 빈 가슴을 오늘 훈남이의 따뜻한 마음으로 다 녹여주고 채워주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순간이 어머니들의 최고의 순간인지도 모른다. 





    온 식구는 같이 빠질 수 없는 노래방으로 갔는데 훈남이는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반짝거리는 옷을 입고 나타나 또 한 번 복희를 즐겁게 해 준다.

    영채는 엄마한테 아파트를 달라고 떼를 쓰지만 복희는 철이 난 듯하다 샌다고 펄쩍 뛴다.

    "요새 부모 도움 없이 신혼생활 시작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컴퓨터를 들여다 보며 전셋가를 알아 보고 있는 영채를 훈남이가 본다.

    "내가 하자는 대로 하든지 헤어지든지 해요! 대출 받아서 월세 집부터 시작합시다.
    부모 도움 하나도 받지 않고.
    나 없이 100평 아파트에서 시작할거예요? 나하고 월세에서 살 거예요?"


    이 드라마는 특히 오늘 훈남이의 말과 생각은 완전히 <그 땐 그랬지> 이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듣는 말이다. 얼마 전만 해도 방 한칸에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부모님을 모시는 것도, 모시지 않더라도 키워 준 부모님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도,
    친척간이 혈족으로 대소사를 같이 하는 것도,
    이웃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도,
    그저 몸에 저절로 익혀 진 생활방식이었는데 그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비록 힘들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같이 어울려 살므로 행복할 수 있었다.
    원래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져 작동하게 되어 있다.

    오로지 가난을 벗기 위해 달려오는 동안에 하나씩 우리 삶 속에서 밀려났다.
    가난을 벗으면, 출세하고 성공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불행해졌다.
    OECD 국가에서 자살률 1위, 이혼률 1위, 노인빈곤층 1위,저출산국에 불행지수도 하위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라가 되었다.

    지금은 행복시대라고 하지만 무엇이 행복인지 정확히 알려 주는 사람도 없다.
    그저 여전히 경제가 회복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돈이 풍족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살았다는 많은 사람들의 증언이 있다.
    또한 돈이 많아도 돈이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증언도 수 없이 듣는다.

    이제는 뼈저린 가난도 경험하고 경제적인 부요도 맛 본 우리 국민들이 깨닫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돈이 성공과 출세가 결코 행복을 갖다 주지 못한다는 것을.
    정치인들한테 우리의 행복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을 바꾸고 삶의 방식을 바꾸어 진정한 행복을 다시 회복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더 비참하고 불행하고 피곤하기만한 세상으로 아주 굴러 떨어져 회복 불가능이 되기 전에. 

    작은 영웅 우리 훈남이와 영채가 가난하게 월세로 시작해도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