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서울 주한 일본 대사관 맞은편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비극을 세계에 고발한 '평화의 소녀상'이 태평양 건너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에 똑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공공부지에 위안부 기림 시설 건립을 추진해온 가주한미포럼(대표 윤석원)은 30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인근 글렌데일 시립 중앙도서관 앞 시립 공원에서 소녀상을 제막했다.
소녀상은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 편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똑같이 새로 만들었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설명하는 석판이 딸린 점이 주한 일본대사관 소녀상과 다르다.
'평화의 소녀상'이 해외에 세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상징물이 미국 서부 지역 지방정부 공공부지에 들어서는 것도 처음이다.
제막식에는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8) 할머니와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 글렌데일 시정부를 대표한 시의원 4명, 그리고 지역 정계 인사와 지역 시민, 한인 단체 회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미국 연방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민주) 의원과 연방 하원외교위원장이자 지한파로 유명한 에디 로이스 의원(공화), 그리고 글렌데일이 지역구인 애덤 시프(민주) 의원 등 연방 하원의원 3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소녀상 건립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글렌데일 시장을 세차례 역임하며 위안부 규탄 결의안과 위안부의 날 채택에 이어 소녀상 건립에 앞장선 프랭크 퀸테로 시의원을 비롯해 시의원 4명도 차례로 연단에 올라 일본 정부에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촉구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미래 세대에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려면 일본이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면서 이 소녀상을 보면서 많은 미국 국민이 일본의 만행을 제대로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막식에는 일본계 주민들도 참석해 일본 정부의 반성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글렌데일 거주 일본계 미국인을 대표한 마이클 고다마 씨는 "위안부 규탄 결의안 채택과 위안부의 날 지정, 그리고 이번에 공공 부지에 소녀상을 세우는 등 글렌데일 시정부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계 미국인 시민단체 NRCC 캐시 마사오카 대표는 회원 10여명과 함께 참석했다.
마사오카 대표는 김복동 할머니 앞에서 "일본 정부와 정치인은 과거 역사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제막한 소녀상은 한인 동포 시민 단체들이 캘리포니아 지역 공공부지에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추진한 끝에 본 결실이다.
연방 하원의원의 결의안 채택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가주한미포럼은 결의안 채택 이후 사업으로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이 깊은 글렌데일 시정부는 시민 왕래가 많은 시내 노른 자위 땅인 시립 중앙도서관 앞 공원을 소녀상 건립부지로 제공했다.
글렌데일 시정부는 연방 하원이 의결한 위안부 결의안과 같은 내용의 시의회 결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매년 7월30일을 '일본군 위안부의 날'로 지정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날 제막식도 글렌데일 시정부가 지정한 '일본군 위안부의 날'로 맞췄다.
시의회가 부지 제공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일본계의 반발과 로스앤젤레스 주재 일본 총영사의 압박을 받는 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시의회는 "미국에서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받은 미국 시민이라면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며 일본계의 반대를 사실상 무시하고 소녀상 건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가주한미포럼 윤석원 대표는 "이번 소녀상 건립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위안부 기림 시설을 미국 전역 공공 부지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막식 현장에는 CNN,ABC,NBC,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주요 신문, 그리고 NHK,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 뿐 아니라 신화사 등 중국 언론도 취재 기자를 보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