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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의규 선수ⓒ정상윤
22일 밤 7시 <삼성중공업> 럭비 선수들은
<제24회 대통령기 전국 럭비선수권대회> 우승을 축하하며
이미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기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의규(26)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술 그만 먹고 인터뷰나 좀 하자.
우승 [축하주(酒)]는 밤새 먹을 건데
1시간만 시간 내라"
전라남도 강진군 터미널 주변,
<삼성중공업> 선수들의 숙소 앞.기자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의규 선수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대뜸 기자에게 "맥주 한 잔 합시다"라고 말했다."남자들끼리 무슨 커피입니까?
맥주 한 잔 하시죠?"
기자는 순순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의규 선수와 함께 나온 2명의 선수를 보고
<카페>는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기 때문이다.윤태일(31), 최시원(28) 선수가 이의규 선수와 함께
인터뷰를 위해 숙소 앞, 편의점으로 나왔다. -
- ▲ 최시원 선수, 윤태일 선수(오른쪽)ⓒ정상윤
"우승 축하드립니다.
<국군체육부대>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습니다.
선수들 구성이나 체력, 평균 연령에서도
<삼성중공업>이 유리한 게 없었는데..."- 윤희성 기자
"<국군체육부대>의 유일한 단점은 [조직력]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23살의 나이에 군 복부를 대신해 입단하는 <국군체육부대>.2년간 꾸준히 훈련한다고 해도
선수들이 계속해서 바뀌니 호흡이 잘 맞지 않습니다.럭비는 선수들의 희생과 협동으로 만드는 경기입니다.
오랜 시간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춘 우리 <삼성중공업>을
[조직력]에서 꺾을 순 없습니다"- 윤태일 선수
"[조직력]은 훈련만 오래 했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한 팀에 있으면서 생기는 [끈끈한 뭔가]가
[조직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오늘 제가 경기 중 심한 태클을 당해 잠깐 어지러웠는데
팀 동료들을 위해 멀쩡한 척 했습니다.제가 비틀거리면 팀이 흔들립니다.
아파도 안 아픈척, 힘들어도 안 힘든척 무서워도 안 무서운척.
이게 경기장에 함께 서 있는 동료를 위한 것이고
승리를 불러오는 [조직력]을 완성하는 [끈끈한 그 무엇]인 것 같습니다"- 최시원 선수
"실제로 (윤)태일이 형, (최)시원이 형 모두
온 몸이 부상으로 멀쩡한 곳이 없습니다.후배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려 경기 중에 부상 부위에
심한 태클을 당해도 절대 아프다는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경기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씻고
엄청 아파하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이의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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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윤희성 기자, 삼성중공업 송병호(24), 임정민(26), 박무현(25), 최시원, 윤태일, 이의규 선수. 윤태일 선수는 인터뷰 도중 후배들을 불렀다. 럭비의 포지션은 크게 포워드(Forward)와 백스(Backs)로 나눌 수 있다. 윤태일 선수는 "팀에서 가장 고생하는 선수들이 임정민, 박무현, 송병호 선수같은 백스 포지션이다"라고 후배들을 추어올렸다.ⓒ정상윤
"<대통령기>대회는 <춘계리그>, <전국체전>과 함께
대한민국 럭비선수들이 겨루는 큰 규모의 대회다.오늘 현장에 나온 언론사는
우리 <뉴데일리>와 <연합뉴스>, <KBS>였다.특히 <삼성중공업>, <국군체육부대> 소속의 선수들은 대다수
[국가대표] 선수라고 알고 있다.남자럭비 국가대표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까지
연속 3번 메달을 획득한 [효자종목]이다.이런 무관심이 야속하지는 않나?"
- 윤희성 기자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우리 실력이 아직 부족하기에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해야한다는 생각 뿐이다"- 윤태일 선수
"<아시아경기대회>와 <올림픽>에서 채택한 럭비는 [7인제]다.
대한민국은 유럽, 오세아니아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15인제]에서는 아직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최시원 선수
"[7인제] 럭비에서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럭비선수들이 꿈꾸는 무대는 [15인제]를 채택한 <럭비월드컵>이다.
하지만 [15인제] 럭비는 기동력이 좋은 우리에게는 불리한 면이 있다.같은 공간에서 7명이 뛰는 [7인제] 럭비는 패싱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우리에게 도전해 볼 만한 종목이다"- 이의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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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윤희성 기자, 삼성중공업 윤태일 , 국군체육부대 제갈빈(24), 김남욱(24), 양정민(24), 삼성중공업 최시원 선수. 럭비에서 경기가 끝났다는 말을 [NO SIDE(노사이드)]라고 표현한다. 이는 경기가 끝나면 편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삼성중공업]과 [국군체육부대]는 이날 우승 트로피를 두고 경기를 펼쳤지만 저녁에는 모여서 담소를 나눴다. 참고로 [국군체육부대] 선수들은 편의점 옆 카페에서 나오는 길에 인터뷰를 하던 [삼성중공업] 선수들에게 인사를 하기위해 잠시 들린 것으로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았다.ⓒ정상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