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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동포들은 두 발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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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2시간 넘게 걸려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씨의 손에는,
여권이 꼭 들려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찍힌
초록색 새 여권을 만지작거리며,
김씨는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여권을 손에 쥐기 위해 김씨는 사선을 넘었다.[이 여권만 있었어도
남한에 오기 위해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치지 않아도 됐을 텐데][이 여권으로 가족이 있는 북한에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제 떳떳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다]….
여권을 들여다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주간조선> 황은순 차장의 기사다.
김 씨란 탈북 여대생이다.
여권에 감격하는 심정을 알 수 있다.
여권은 신체이동의 자유-여행의 자유를 뜻한다.
이것을 금지 당하는 것은 질식을 의미한다.
내 발 움직여 어디든지 갈 자유가 없다니….
북한에 있을 때는 그러려니 하고 살았지만,
대한민국에 와보니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인지를
생생히 체감하는 탈북 여대갱 김 양.
그녀는 2010년 탈북 하다가 인신매매를 당했다.
이것 역시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여기선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해외에서 하는 인신매매도 처벌받는다.
이 문명적인 조치를 있게 하기 위해,
인권운동가들이 얼마나 목이 터지게 외쳤던가.그러나 이 여대생 같은 탈북여성들이 당하는 인신매매에 대해서는
그런 외침이 별로 들리지 않는다.
인권운동가들 휴가 갔나?
[내재적 접근법]이란 게 있다.
북한의 인권참상을 이쪽 기준으로 보지 말고,
저쪽의 [불가피한] 이유를 기준으로 봐주라는 소리다.
지나가던 소가
“인간들은 왜 저런 망발을 버젓이 하는 걸까?” 하고
실소할 일이다.
그렇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왜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치 여사를 꼼짝 달싹도 못하게 가둬둔 것을
[내재적]으로 봐주지 않고 나무랐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칭화(淸華)대에서
<남북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새로운 한반도>를 선언한 것은
바로 김 양으로 하여금 여권을 가질 자유,
그래서 자신의 두 다리를 움직여
그가 어디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자유를 주라는 선언이었다.
이게 이상한가?제 몸을 자기 뜻대로 이리 저리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그렇게 [금지된 장난]인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금기(禁忌)를 [내재적 접근법]으로 이해해 주라는 친구들이
우리 사회엔 분명히 있다.
이렇게 말하면 그들은 “그럼 전쟁하자는 거냐?”고 윽박지른다.그렇다면
“내말 안 들으면 서울 불바다다”라고 말하는 쪽은
전쟁하자는 것 아닌가?왜 그건 가만 놔두고 “자유롭게 왕래할 자유를 주자”는 것만 가지고 시비하는가 말이다.
평화란 무엇인가?
통일이란 무엇인가?그건 사람들이 신체를 이동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향유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사방팔방을 활짝 트자는 것이다.
북한 권력자들은 문을 열어야 한다.
쇄국도 모자라 도시와 지역의 경계도 마음대로 넘나들지 못하게 하면서
무슨 통일 운운인가?
한반도 전체를 그들의 철조망으로 둘러치는 게 통일인가?
정부는 탈북자 지원이 곧
<남북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새로운 한반도>의 첩경임을 알고
그에 필요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비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게 통일이다.
딴 소리 할 것 없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