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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기억상실증?


    SBS 수.목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3일 방송에서는 혜성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살인자로 살아야 하는 비참함도 마다하지 않고 민준국을 죽이려다가 목숨을 건 혜성이의 희생으로 살인을 멈추게 된 수하가 종적을 감춘다.

    같이 따라 왔던 차변호사(윤상현)가 쓰러진 혜성(이보영)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곧 바로 수술을 한다. 차변은 수술을 하는 것을 기다리며 자책감에 눈물을 흘린다.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못하는 수하(이종석)는 몰래 혜성이가 입원한 병실에 나타나 수술 중이라는 것을 보며 "억!억!" 신음을 토한다.

    수술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병실에 들어 가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혜성에게 다가간다. 조용히 바라보다가 귀에다 속삭인다. 혜성이 손을 잡고 어루 만지다가 침대 위에다 보물처럼 소중히 손을 내려놓고 사라진다.

    혜성은 사라진 수하를 찾으면서 처음으로 수하에 대해 알게 된다. 수하 아버지의 보험금을 가져 간 고모부란 사람은 수하한테 그나마 생활비를 보내주긴 했지만, 남 보다도 더 관심이 없었다.

    가족도 친척도 아무도 없고 친구다운 친구도 없었다. 좋은 부모 밑에서 구김살없이 자라는 것처럼 항상 티없이 밝고 혜성이를 배려해 주던 수하!

    사람이 많은 놀이공원에서 부모없이 혼자 서 있는 아이의 쓸쓸함이 처음으로 엿보인다.
    수하는 그 오랜 세월 그 외로움 가운데를 어떻게 홀로 걸어왔을까?

    민준국(정웅인) 무죄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으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세상을 속이던 민준국은 확실하게 살인미수로 밝혀졌고 전단수배가 뿌려졌다. 차관우는 변호사를 그만 두었다.

    "책임 진다는 게 고작 피하는 것이냐?"

    변호사계의 허준 같은 신상덕(윤주상)변호사는 한 마디 한다. 차변호사를 비롯 해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그는 절대로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하는 법이 없다. 말없이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핵심적인 한 마디로 방향을 잡아주는 어른이다.




    변호사의 신념이 확실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심정과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오랜 경험으로 전체를 볼 줄 아는 혜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삐지기도 잘 해 변호사의 길에서 벗어나거나 못마땅하면 말도 하지 않고 일행에 끼어주지도 않는 어린아이 같은 인간적인 푸근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민준국의 한 손이 물에서 떠 오른다.그 주변에는 수하가 범인이라는 동기정황과 증거물이 넘쳐나고 있다.
    소식을 들은 혜성은 자다가 한달음에 경찰서로 달려간다.경찰에서는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혜성 역시 수하가 병실에서 속삭인 말을 떠올리며 무죄를 확신한다.

    "당신이 걱정하는 일 절대로 안 할 거야! 약속 해. 날 믿어 줘!"

    "꿈이 아니었어! 꿈이 아니었어!"
    "수하는 그 약속 꼭 지켜!"

    수하가 어찌 살인할 수 있단 말인가? 평생 민준국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을 키우며 살아왔지만 혜성이가 몸을 던져 막을 때 수하의 심장 속에 핵처럼 심겨져 있었던 살인의지는 녹아내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혜성 또한 충격을 감당 못 해 의욕을 잃어버리고 처음 변호사 시작하던 때로 돌아갔다. 의자에 앉아 빙글 몸을 돌리며 불량한 태도로 성의없이 아무 관심없이 초점없는 눈으로 앵무새처럼 똑같이 묻는다.

    "피고인은 현재 어렵게 살고 있지요? 병든 아내는~"
    "변호인! 피고인은 여성입니다!"

    어이없어 소리지르는 검사를 보고도 조금도 무안하거나 미안한 기색도 없이 금방 말을 바꾼다.

    "연약한 남편을~"

    하지만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죽은 엄마에게 갖은 투정을 부리며 보낸 문자들을 하염없이 들여다 보며 '계속해야 하나?'혼자 자문한다. 그러면서 아이처럼 '엄마! 엄마!' 연신 불러댄다.남자든 여자든 할머니든 할아버지든 눈 감을 때
    최후까지 부르는 생명의 시작이었던 엄마라는 이름을!

    버스를 타고 가다가 수하같은 아이가 눈에 뛰면 차를 새우고 숨 넘어가게 달려가 "수하야"부른다. 옛날에 수하가 혜성이를 찾듯이.

    수하는 민준국을 살인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도주피해자 수배전단'이 뿌려지고 곧 잡히게 된다.
    하지만 수하는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버렸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경이로운 새로운 드라마의 출현에 대해 매 번 놀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런데 갑자기 생뚱맞게 흔히 드라마에서 이용하는 기억상실증이 나오니 맥이 풀리고 뭔가 어그러지는 실망감이 든다.

    참으로 기묘하고 오묘한 드라마로 계속 살려나갈 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