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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과 남자를 오가는 수하


     

     
    SBS 10시에 하는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에서 수하를 연기하는 이종석은 소년과 남자사이를 자유롭게 오 가는 뛰어 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주연들은 부담때문인지 경직되어 있고 지나치게 자신을 의식하며 연기를 잘 하려는 욕심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또한 대부분 그들은 외모가 뛰어나기 때문에 나르시스슴에 빠져 늘 멋진 포즈를 지으려 하는데 영 어색하다.

    드라마속의 주인공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자신속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조연들은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 주연보다 뛰어 난 연기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은 외모의 기득권에서 밀려 나 연기 이외의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누구못지 않게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터널같은 암흑기를 끝없이 보내면서 온갖 역활 마다하지 않고 연기에만 매달려 하는 동안, 그들의 연기는 어느 순간 숙성되어 놀라운 연기자로 성장한 사람들이 근래에 자주 보게 되어 행복하다.

    지금은 그들의 시대인 것 같다.  연기자로 숙성되는 단련의 기간의 그들의 삶의 모습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생생히 보여주어 감동을 준다. 스크린에서는 조연지이만 인생에 있어서는 단연 주연급이어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고3인 수하(이종석)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밝고 구심살 없고 때론 싸움도 하고 심각함이 없고 무심하다. 늘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산다. 활기차고 생기 넘치고 맑고 깨끗하다. 운동장에서는 운동도 잘 한다. 

    그런데 종종 남자로 변신한다. 어린 10살 때 무서워 울고 있는 혜성(이보영)이에게 도용히 다가 와 안아주면서 "내가 지켜 줄게" 라고 말 할 땐, 10살 어린 소년이 아니라 두려움 없이 그 위험을 뚫고 나가는 남자이다.   
     
    아니 죽음을 앞둔 그 때부터 속은 남자가 되었는지 모른다. 새싹처럼 여린 어린아이가 더없이 자상한 어버지가 눈 앞에서 끔직하게 죽은 것을 봤는데도 살인자(정웅인)의 소름끼치는 살기를 보았는데 그 두려움과 위험으로부터 냅다 도망치지 않고 '당신을 내가 지켜주겠습니다'라고 그 어린 아이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평생 그 약속을 꿋꿋이 품고 살아왔는가?  

    허긴 옛날에는 어릴때부터 남자들은 남자다움을 가지도록 철저히 훈련시켰다.

    찾고 찾았던 장혜성을 신문에서 보고 기뻐서 팔짝 뛰며 환하게 웃을 때는 소년의 해 맑은 웃음이다. 또 그는 요즘 청소년처럼 스마트폰 같은 기기들을 잘 알고 사용한다. 소년의 톡톡 던지는 말투 반말 태도 외모 옷차림 모두 소년의 모습이다.

    'I lovd yoy'라는 글씨가 써 있고, 인형에 대고 말을 하면 그 말이 그대로 나오는 조그만한 곰 인형을 사서 혜성이가 듣도 싶어하는 말을 여러 번 연습하는 모습도 '연애의 조건'이니 '연애의 기술' 연애하는 방법'이니 그런것과는 상관없는 그저 설레는 소년의 모습이다. 

    혜성을 좋아하는 차관우(윤상현)한테 시비를 걸고 혜성이도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시무룩하니  바라보다가 돌아서는 것도 한창 순수한 소년의 모습이다. 

    그러다가 가끔 남자가 튀어나온다. 민준국(정웅인)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촉수를 곶추세우며 작업해 나갈 때는 소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스파이처럼 민첩하고 치밀하게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혜성이가 어머니(김해숙) 영안실에서 가슴을 찢으며 오열할 때 잠잠히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다가가 똑같이 아파하며 안아주는 것도 어른스럽다. 

    특히 27일 방송마지막 장면에서는 남자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어머니를 죽인 민준국이 무죄로 풀리고 나서 극도로 분노하고 온 세상을 향하여 혐오와 분노를 폭발하고 있는 혜성을 그대로 가슴으로 받아준다. 

    "너 꼴 보기 싫어! 너한테 무슨 말 할 지 몰라!"
    "무슨 말이든지 다 들어 줄게!"
    "하루에도 수십 번 수천 번 널 원망하고 있어 . 다 너 때문이야!"

    그렇게 말 안해도 수하는 얼마나 괴로울까? 하지만 괴로운 내색을 보인 적이 없다. 편하게 마음대로 하라고 등을 돌리고 서서 "하고 싶은 말 다 해! 욕 해도 돼" 한다.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하고 이해하고 찔러오는 가시를 내치지 않고다 가슴에 받는다. 

    속은 지옥같을텐데 혜성이 못지 않게 괴로울 텐데 혜성이가 가라앉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었다가 혜성이를 지키기 위해 살인자가 되려고 한다.

    혜성이집을 떠나기로 하고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고 여기저기 손을 대어 고쳐놓고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는다.
    복수를 하면 살인자가 될 것이고 혜성이를 사랑한다 해도 곁에 있으면 안 된다.
    떠나기 전에 사랑하는 여인 혜성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러 수족관으로 간다.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던 수족관이다. 시원스런 수족관의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을 보며 잠시 세상의 시끄러움을 잊고 단 둘의 시간을 갖는다. 

    "가기 전에 얘기해 줄 것 있어! 민준국은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거야.
    어머니가 떠나시기 전에 당신을 많이 사랑스러워하셨어!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 차변도 너무 원망하지마.

    민준국의 말을 진짜 믿고 당신을 너무 좋아해서
    오해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싶어서 그런거야. 
    그 쪽도 차변 많이 좋아 해. 너무 오래 숨어 있지 말고 받아 줘!
    할 얘기다 했으니까 나 간다"


    차변이 너무 괜찮은 사람인 줄 알고 자기 사랑은 묻어버리고 둘을 이어주려는 남자다운 배려다.
    멍하니 서 있는 혜성이를 뒤로 하고 걸어가다가 갑자기 돌아와서 "당신이 모르는게 하나 더 있는데"하며 남자답게 혜성이에게 키스하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조용히 뒤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