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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어버린 우리들의 꿈!


     SBS 주말드라마 <원더풀마마> (연출 윤류해, 극본 박현주) 16일에는 옥탑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훈남과 영채가 지극히 소박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꿈을 나눈다.

    “디자인하고 원단하고 따로 놀아요.”
    “형(안내상)한테 보여줘요”


    야식 먹고 힘 내서 하라니까 영채(정유미)는 또 눈물이 글썽인다.

    “야근할 때 야식 챙겨주는 남자 처음 이예요?”
    “아니요. 제대로 일도 못 하는 사람한테 야식까지 챙겨주니까 미안해서요!”


      작은 일에 감동 받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 만큼 그 사람은 세상을 향해 마음이 활짝 열려 있어 세상에 널려 있는 네 잎 클로버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살다 보면 화석처럼 마음이 굳어져 눈물은 가뭄의 저수지처럼 말라 버린다. 사막처럼 삭막하고 황폐해 버리는  삶과 생명! 고통스런 일로라도 한 바탕 눈물을 흘리고 나면 수분이 말라버린 온 몸에 로션을 바르고 난 것처럼 눈물은 로션처럼 삶으로 스며 들어 부드럽게 한다.

    디자이너 일로 여러 번 갈등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속 마음도 나누고 이래 저래 두 사람은 점점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투자유치를 앞 두고 절박한 상황이니 더욱 밀착할 수 밖에 없다.
    두 사람이 일 하는 곳은 한 건물에 가게와 가정집이 있다. 장소가 좁아 옥탑 한 편에 천막을 치고 원단을 쌓아 놓고 책상 하나 놓고 일한다.

    넓고 좋은 사무실은 아니지만 한 편에 싱싱한 화초가 놓여 있고  옥탑에서는 밤 하늘이 바다처럼 확 트이고 별은 더 투명하게 반짝여  로맨틱하다. 갇힌 곳이 없이 시원하게 사방이 탁 트이고 시내가 내려다 보이고 이보다 더 멋진 아이디어가 나올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돈이 많이 들어 간 곳은 편하고 좋은 점이 많이 있지만 인위적인 것들 속에 갇혀버릴 수 있다.
    돈이 없으면 대신 우주에 충만한 것들이 천연적인 무한한 자원이 되어 준다. 

     

     

    두 사람은 저절로 이야기가 나온다.
    오늘은 친 형 같이 지내는 홍윤재(황동주) 부자가 와서 훈남이 부모님 제사를 같이 드렸다.
    영채가 궁금하여 물어본다.

    “아버지가 나래 옷 공장 할 때 동업하셨어요. 우리 아버지가 목숨을 구해 줬어요.
    사무실에서 놀던 그 형을 구해 주고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그 때가 일곱 살이었어요. 참 많이 외롭고 서러웠어요!
    초등학교 들어 갈 때는 형하고 같이 가고 그 뒤로 학예회, 운동회, 소풍 졸업식
    모두 혼자 갔어요!”
    “어릴 때 꿈이 뭔지 알아요? 
    온 가족이 TV앞에 둘러 앉아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깔깔 웃는 거예요!
    친구 집에서 보고 엄청 부러웠어요! 빨리 커서 장가 가서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나도 엄마가 시장에서 일 하실 때 늘 동생하고만 놀았어요.
    어느 집 앞을 지나는데 창에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소리가 엄청 부러웠어요!”

    “영채씨 참 희한한 사람 이예요. 처음엔 엉터리 된장녀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별처럼 반짝이고 자기만 아는 사람인가 하면 가끔 가다 가슴을 두드리고”

    “안하무인 까칠남 인줄 알았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따뜻한 사람인 것 같아요!"

     

    가족들이 둘러 앉아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깔깔 웃는 것이 부러워 그것이 꿈이 되었다는 두 사람!
    얼마나 평화롭고 여유가 있는가. 세상의 세찬 바람은 그 웃음을 뚫지 못 할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본 지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두 사람의 꿈은 어쩌면 지금 우리 모두의 은밀히 숨겨져 있는 그리운 꿈인지도 모른다.

    무한경쟁 시대에 그것이 꿈이라고 한다면 아마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지 모른다.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웃음을 사거나 내쳐질지 모른다. 케케묵은 구시대의 유물 전혀 현대적이지 못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 현대적이지 못하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까닭 없는 공포를 느낀다.

    어느 화가가 천국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늘 찾아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바로 두 사람이 보고 꿈으로 가진 광경에서 천국을 보고 그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 이 이야기도 구태의연하다.

    지금 정부의 목표는 행복시대이다. 그것에 호응하듯 아니면 지나쳐서 아부처럼 들리는 너도 나도 행복을 입에 올리고 있다. 진짜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행복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녔는데 고생 끝에 돌아 와 보니 행복은 바로 곁에 있었다는 <파랑새>처럼.

    행복을 곁에 두고 고생스럽게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 모르겠다.
    훈남이와 영채가 꿈 꾸며 찾는 아름다운 행복을 보고 싶다. 우리도 같이 그 행복을 누릴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