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룩하고 위대한 모성의 복원!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는 모든 배우가 각자의 캐릭터를 과잉이나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하여 보는 이로 다양한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12일 방송에서는 어춘심(김해숙)여사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김해숙은 연기파로 알려졌지만,  연기파들이라고 불리는 연기자들이 조금은 인위적이서 뭔가 부자연스럽고 보는 이로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김해숙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뭔가 자신 속에 갇혀있는 듯한 인위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장혜성(이보영)의 어머니인 어춘심은 혜성의 친구 도연(이다희) 집에서 가정부를 했지만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그 도를 넘지 않는다.  모두가 혜성이가 잘못했다고 하지만 딸이 하는 말을 전적으로 믿어 줄 정도로 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분별력과 지혜가 있는 어머니다.

    도연이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체면이 깎일까 봐 판사인 도연이 아버지(정동환)는 어린 혜성이를 얼르고 어머니한테는 돈으로 무마하려 든다.

    하지만 두 모녀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 시대의 판사 검사 의사들이 원시사회에서 아직도 행해지고 있는 아내를 돈으로 사는 파렴치를 꺼리낌없이 행하게 할 정도의 그 위대한 돈을 배운 것 없고 돈도 없는 일개의 가정부인 어머니는 위선적인 판사 앞에서 그 돈을 태워버린다.

     국선 변호사가 되니 너무나 기뻐서 새로 시작한 치킨가게 주위 벽에다 온통 ‘장혜성 국선변호사 합격’이라는 문구를 써서 붙인다.  


    딸이 다니는 국선변호사 사무실에 치킨을 가지고 온 어춘심 어머니. 
    장혜성은 수하(이종석) 동급생(김가은)의 변호를 맡고 있는 중이다. 재판에 관심도 없다가 수하의 말을 믿고 이길 줄 알았던 재판이 지고 말았다.

    더구나 검사는 고등학생 때 자신을 모함했던 도연이다. 도연이한테 진 것에 분하여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수하한테 화를 낸다.  

    “다시는 이런 지는 게임 안 할거야!”

    게임이라는 말을 얼핏 들은 어춘심 모든 사람이 지켜 보고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자기 딸을 인정사정 없이 말로 패 대기 친다.

    “사람 인생 가지고 게임이라고? 주둥이를 가졌다고 씨 부러 쌓는 게 변호사냐?”
    “엄마 서도연이야. 내가 개한테 개망신 당했어!”
    “네가 날 개망신 시켰어. 동네방네 소문 냈는데 부끄러워 죽겠네! 미꾸라지가 지렁이가 됐네. 이게 무슨 변호사라고!”

    그러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 버린다.

    신은 자신의 사랑을 보여 주기 위해 각 가정에 어머니를 보냈다는 말은 흔히 듣는 말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생명을 마다하지 아니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줄 모르는 어머니들을 볼 때마다 그저 놀랍고 경외로울 뿐이다.

    어춘심 또한 그 누구보다도 신의 사랑을 대신한 그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딸을 사랑한다.

    하지만 금보다 은보다 귀한 딸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호되게 야단을 친다.
    자식을 책망하지 않으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격언이 있다. 잘못되어도 꾸짖지 않으면 사생아요 친 자식이 아니라고 했다. 남의 자식이야 잘못되어 앞길이 망하건 말건 자기 자식이 아닌데 관심을 갖겠는가?



    어춘심 여사가 아버지도 없는 금지옥엽 귀한 외동딸을 호되게 야단치는데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것 같다. 일고의 여지도 없이 가차없이 호통을 치는데 보는 사람까지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잘못된 자식을 야단치는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사무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위엄에 꼼짝 못하고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부모가 자식이 잘못되면 야단치는 당연한 모습은 타임머신 타고 가야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어서인가?
    너무나 큰 잘못을 해도 무조건 싸고 도는 모습은 흔하게 들려오는 이야기이다.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든지 그릇된 길을 가고 있으면 책망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요 올바른 사랑이다.
    무조건 비위 맞추고 눈치보고 감싸고 부모 책임 유기죄다.

    마땅히 섬겨야 할 부모는 일찌감치 퇴출시키고 남편은 돈 버는 존재로 한 편으로 밀어 놓고,
    그저 자식에게만 집중 하다 보니 잘못된 비정상적인 삐뚜러진 사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얼마 전에 고현정이 드라마 시사회에서 후배가 요새 아역배우들은 연기를 잘한다면서 배울 것이 많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고현정이 호통을 쳤다고 한다. 어른이 제대로 가르쳐야지 어린애 한테 배우냐고 그 기사를 보고 그 배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머니한테 정신이 번쩍 들게 혼이 난 장혜성은 승산이 없어 포기하려던 변호에 매달린다. 수하와 같은 사무실의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살인미수로 될 뻔한 사건이 무죄로 판정되고 혜성은 승소했다.
    엄마가 하는 가게 근처로 가서 승소사실을 알리니 “뭐가 기특한 일이라 구. 용 되려면 아직 멀었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너무 좋아서 핸드폰에다가 입을 연신 맟추고 개다리 춤까지 춘다.

    딸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자랑스러움은 아무도 없는 길거리에서 50이 넘은 보잘 것 없는 여인네의 몸을 춤 추게 하고 있었다.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김해숙은 이 드라마에서 실종된 거룩하고 위대한 어머니의 참 사랑을 인상 깊게 복원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