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가 만든 한국사교과서?...집필자 6명 중 현대사학회 소속은 단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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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한국현대사학회가 만들었다는 경향신문의 보도.ⓒ 기사 화면 캡처
    ▲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한국현대사학회가 만들었다는 경향신문의 보도.ⓒ 기사 화면 캡처

    도대체 우리(현대사학회)하고 교과서 검정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모르겠다.
    오늘 학술회의에 참여한 학자 중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뉴라이트라는 표현을 갖다 붙였다.

    굉장히 비열한 저질,
    레이블링(labeling, 사람이나 행위-사건 등에 부정적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다.

       - <한국현대사학회> 관계자


    <경향신문>은
    [뉴라이트가 만든]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는 식으로
    왜곡된 정보를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대형 오보(誤報)를 터뜨렸다.

    <경향신문>은
    [뉴라이트 저자들이 쓴]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면서,
    교과서가 우편향 움직임을 보인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특히 <경향신문>은
    한국근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술단체인,
    <한국현대사학회>가 문제의 교과서 집필을 주도했다고
    기사의 첫줄부터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향신문>의 보도 내용과 달리,
    <한국현대사학회>는 해당 교과서 집필과 관련이 없다.

    <경향신문>은
    <한국현대사학회>를 <뉴라이트>와 연결지어 비난하기 위해,
    집필진 구성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조사 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만난
    <현대사학회>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불편함이 묻어났다.

    한 소속 학자는
    “오늘 한끼도 못 먹었다”
    며 불쾌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발단은 이날 오전 <경향신문>이 보도한 기사 때문이었다.

    <경향신문>은
    “[단독]뉴라이트가 만든 역사교과서 검정 통과”
    라는 제목의 기사를
    조간 1면 기사로 내보냈다.

    [뉴라이트] 인사들이 이끄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교학사)가
    검정심의 본심사를 통과했다.

    [뉴라이트] 저자들이 2008년 <한국 근·현대사>라는 대안교과서를 내놓은 적은 있지만, 이들이 쓴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사용하는 검정과정에 합격한 것은 처음이다.

    (중략)

    <한국현대사학회> 권희영 회장이 주집필자로 참여한
    <교학사> 교과서를 비롯한 8종이 본심사를 통과했다고 공지했다.

       - 위 <경향신문> 기사


    신문은 <한국현대사학회>의 이날 학술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 학회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만드는 다른 출판사들을 좌편향이라고 공격하고 나서,
    [역사교과서 흔들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에 대한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현대사학회>는
    [2009 역사교육과정 개정]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던 2011년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자고 건의했던 [뉴라이트 계열] 단체”


    그러면서 국사편찬위원회와 당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학회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논란을 키웠다는 부연설명까지 친절하게 곁들였다.

    <경향신문>의 기사의 논지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이 검정을 통과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주요 집필진에 <한국현대사학회> 회장이 포함됐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자유민주주의 논란을 일으킨 [뉴라이트] 단체다.
    따라서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는 [뉴라이트]가 만든 것이다.


    심지어 <경향신문>은
    “뉴라이트 인사들이 이끄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이란
    단정적인 표현을 기사의 첫 줄로 뽑았다.

    [뉴라이트=한국현대사학회=교학사 교과서]라는 공식을 완성한 것이다.

    선동적 공식은 완성됐지만 오보 논란은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불거지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사 내용대로 <교학사> 교과서가 <한국현대사학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의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현대사학회>를 <뉴라이트>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진 6명 가운데,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은 권희영 회장을 비롯한 단 두 명이다.

    전체 집필진 중 학회 소속 회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1,
    나머지 4명은 <한국현대사학회>와 관계가 없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볼 때,
    “한국현대사학회가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했다”

    <경향신문>의 보도는 사실상 오보다.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줄곧 제기한 학회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기초적인 사실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향>이 <교학사> 집필진 구성비율을 사전에 알았다면,
    이것은 심각한 사실 조작 및 왜곡이다.

    <한국현대사학회>를,
    [뉴라이트] 혹은 [뉴라이트 계열]로 사실상 단정한 부분도 문제다.

    이날 학술회의에 참여한 소속 학자 중,
    [뉴라이트] 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는 이들은 2명에 불과했다.
    실제 학회 연구활동에 참여하는 이들 중에도 [뉴라이트] 인사는 거의 없다.

    따라서 <한국현대사학회>를 [뉴라이트]로 단정한 기사 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
    <한국현대사학회>는,
    <경향신문>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 방침을 밝혔다.

    권희영 교수는 <경향신문>의 보도행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언론 스스로가 편파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 학회는 정치성을 띠지 않는 단체다.
    한 번도 우리의 정치적 성향이 어떤지 말한 적 없다.

    그런데도 우리 학회를 [뉴라이트]라고 단정 지었다.

    그럼 정치성을 띠는 학회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묻고 싶다.
    주사파 00사학회, PD(민중민주) 00사학회 라고 소개를 할 것인가?

       - 권희영 <한국현대사학회> 회장(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