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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정상' 백악관 아닌
서부에서 처음 만난다는데…오바마-시진핑, 이례적 회담장소 외교적 함의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열리는 캘리포니아주(州) 란초미라지의 서니랜즈(Sunnylands)는 '서부의 캠프데이비드'로 불리는 곳이다.
전ㆍ현직 대통령이 휴가차 머물거나 외국정상을 초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빗대어 붙여진 별칭이다.
이곳은 당초 영국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미디어재벌 월터 안넨버그 부부가 지난 1966년 겨울 휴가를 보내기 위해 지었으며, 지난 2009년부터는 '안넨버그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사유지이지만 대통령들이 주로 태평양 국가들의 정상을 초청하면서 때때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1990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일본 총리를 위한 국빈만찬을 이곳에서 열었다. 미국의 국빈만찬이 백악관 밖에서 열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총 200에이커(약 0.81㎢)의 부지에 전원풍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 서니랜즈는 야자수와 프라이빗 골프장도 갖추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후임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사면을 받은 뒤 언론을 피해 은둔했던 곳이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매년 새해 첫 주말을 보낸 휴가지이기도 하다.
또 지난 1995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포드 전 대통령과의 골프를 위해 머물렀고,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은 2006년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위해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했을 때 숙소를 이곳으로 정했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들에게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장소이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백악관이 아닌 휴양시설에서 이뤄지는 것은 외교적 함의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빈을 위한 의전이 필요없는 외교 형식을 선택한 것에서 양국간 미묘한 관계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트리니다드 토바고,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 3국을 먼저 국빈 방문한 뒤 마지막으로 미국을 거치는 일정을 택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미국의 자존심을 은근히 건드리는 모양새다.
미국이 대중 외교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를 수용하되 백악관이 아닌 서니랜즈를 회담 장소로 정하는 식으로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격의없는 대화를 위해 이례적인 정상회담 장소를 정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