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력솥 폭탄, 파키스탄에는 일상사
아프간·인도서도 테러용 폭탄 대명사(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곳에서는 거의 매일 하나씩 발견됩니다."
미국 보스턴 마라톤 결승점 부근에서 터져 3명의 사망자와 180명이 넘는 부상자를 낳아 유명해진 압력솥 폭탄은 테러가 일상사인 파키스탄 등 남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흔한 물건이다.
18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4일에도 파키스탄 페샤와르 인근 반조트 시내에서 지역 정치인 무카람 샤가 자동차에 설치된 압력솥 폭탄이 터지면서 즉사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때 쓰인 압력솥 폭탄과 똑같은 것이다.
테러가 날마다 일어나다시피 하는 페샤와르를 포함한 파키스탄 스와트 밸리 경찰 폭발물 처리반 샤프카트 말리크는 "압력솥 폭탄을 거의 매일 한개 꼴로 해체하고 있다"면서 "테러리스트 집단이 가장 즐겨 쓰는 수법이 압력솥 폭탄"이라고 소개했다.
말리크가 이끄는 폭발물 처리반이 2009년부터 해체한 각종 급조폭발물(IED) 5천여개 가운데 절반은 압력솥 폭탄이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25개의 압력솥 폭탄을 처리했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나토군에게도 압력솥 폭탄은 너무나 익숙한 존재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군이 발견해 처리한 폭탄 가운데 2,500여개가 압력솥에 폭약을 담은 것이었다.
지난 2006년 7월 2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인도 뭄바이 폭탄 테러에서도 7개의 압력솥이 폭탄으로 사용됐다.
지난 2월 인도 하이드라바드에서 17명이 사망한 폭탄 테러 역시 압력솥 폭탄이 주범이었다.
이렇게 압력솥 폭탄이 남아시아 지역 테러에서 흔히 쓰이는 것은 무엇보다 압력솥이 필수적인 주방 기구로 자리 잡은 식문화와 관련 있다.
콩을 비롯한 식재료를 삶거나 쪄서 먹는 이 지역 식문화 덕에 압력솥은 널리 보급됐다.
구하기 쉽고 흔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 폭탄으로 개조하기 쉬운 장점 때문에 압력솥은 남아시아 지역 테러리스트가 가장 선호하는 테러 수단이 됐다.
압력솥 폭탄은 1990년대 네팔의 마오이스트 공산 게릴라들이 맨 먼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 지대에 들어선 탈레반 반군 캠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2010년 미국 국토안보부는 압력솥 폭탄이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 네팔 등지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테러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압력솥은 미국에서 흔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 로비나 길모퉁이에 압력솥이 놓여 있다면 수상하다고 봐야 한다"고 적혀 있다.
보스턴의 압력솥 테러 가능성은 일찌감치 제기됐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