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질서를 세워주는 전인교육으로
    <제73차 월례토론회 주제: 시민의식 선진화, 어떻게 할 것인가?>
    선진화홍보대사 제11기 이미연(총신대학교 영어교육과)

     
  •   얼마 전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새 학기 새 학급의 환경미화를 위해 ‘나의 장래희망’이라는 주제로 반 전체 아이들에게 희망하는 직업과 왜 그 직업을 원하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의사, 대기업 사장, 연예인 순이었는데 그 이유로 의사(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대기업 사장(돈을 많이 벌어서), 연예인(돈을 많이 벌고 인기도 많으니까)와 같은 물질적인 것과 관련된 내용을 적어 내어 선생님의 마음을 다소 씁쓸하게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벌써부터 돈이나 권력과 같은 세속적 가치가 가장 우선시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익의식, 희생과 봉사정신 같은 인간적 가치들보다 개인의 입신양명과 부의 축적 같은 물질적 가치가 우선시되는 현상은 비단 초등학생의 문제가 아닌 기성세대를 비롯한 모든 세대가 성찰해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까요?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내며 양적 측면의 확대를 이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물질적 가치만을 우선시한 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과 가치에는 소홀해 왔던 것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학교와 가정교육을 통해 극복하지 못한 채 아이들의 그릇된 가치관 확립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성숙한 시민사회, 선진화된 민주사회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 있어 미래세대를 잘 양육해 내는 것은 우리시대의 사명이자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시민으로 성장하는가의 문제는 그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배우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의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인간적인 자질들이 잘 교육되고 있을까요?

    마음의 질서가 무너진 이유는?

      저는 우리 교육이 개선해야 할 점 중 하나로 정답주의를 꼽고 싶습니다.
    교육학개론 첫째 시간 때 교수님께서 “교육을 받는 이유는 그 목적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즉, 교육의 목적은 고득점이나 취업을 위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속에 내재된 선한 능력, 이해하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하는 데에 있다는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지하철에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라고 가르쳤을 때, 우리가 교육을 통해서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형은 오지선다형 문제에서 지하철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기를 선택할 수 있고, 실제로 지하철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자리를 양보하는 학생일 것입니다. 반면에 시험문제는 맞출 수 있으나 실천하지 않는 학생은 시험 문제도 틀리고 실천하지 않는 학생보다 더 경계해야 할 대상이겠죠. 마찬가지로 우리사회는 육법전서에 능통한 사법시험의 고득점자가 아니라 공정하고 공평하게 법을 적용할 수 있는 법조인을 길러내기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 인성보다는 실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실천으로 내재화된 공부보다는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공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정답주의, 고득점 주의가 팽창한 교육환경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일찍부터 학문을 통해 내면과 인격 향상을 위한 내적인 가치를 추구하려 하기 보다는 자기 부와 성공을 위한 외적인 가치만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주고자 하는 선한 가치가 ‘내가 먼저’식의 이기주의와 약삭빠름에 압도되면서 아이들의 마음의 질서는 무너지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이겨야 한다는 삭막한 경쟁 속에 뛰어든 아이들의 분풀이는 학교폭력, 인터넷 욕설, 또는 게임 중독 등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삐뚤어진 마음의 질서를 세워주는 전인교육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을 받는 목적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교육을 하고 교육을 받는 것은 점수가 목적이 아닌 점수를 받고 더 훌륭한 인격으로 성장하는 데에 더 큰 목적이 있습니다.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내재된 선한 능력과 잠재력을 끄집어내어 사회에 아름다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양인을 양성하는 것이 바로 교육의 역할이 아닐까요?

      교양인에게 느껴지는 공통적인 자질에는 남을 이해할 줄 아는 마음의 풍요로움, 자기 자신의 일시적인 감정이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절제력, 세상을 향한 지적 호기심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교양인의 자질은 정답주의의 교육방식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교양인의 자질 함양을 위한 교육방안으로 예술교육을 비롯한 전인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해 보고자 합니다.

      EBS에서 방영되었던 ‘세계의 교육현장-핀란드 편’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핀란드는 인구 천만 명이 되지 않는 작은 나라이지만 국민소득 5만 달러로써 국가경쟁력 1위, 교육 성취도 평가 1위를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핀란드의 교육현장 중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교육비 걱정이 없는 핀란드의 예술교육이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문화적 교육과 활동이 사교육 시장이 아닌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학교 외에서도 지역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예술센터를 통해 아이들은 부담 없이 예술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좀 더 전문적인 차원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 대학의 교수를 초빙해 1:1 개인레슨을 받을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전문 예능인, 혹은 체능인으로 양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좋은 취미를 얻게 하게 하기 위해 예능교과에서도 질 높은 커리큘럼을 제공한다는 점이 매우 부러웠습니다. 입시 경쟁을 이유로 주요 과목에 밀려 예체능 교과가 소홀히 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핀란드의 학생들은 다양한 것들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삶이 즐겁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교양교육은 학생들에게 재미있다는 낮은 수준의 흥미에서부터 인생 전반에 거쳐 해내고 싶다는 높은 수준의 흥미를 제공해줌으로써 배움을 통해 즐겁고 의미 있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더 나아가 전인교육은 다른 사람을 인정하면서 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심도 있는 전인교육을 통해 주변의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성장한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에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진정한 경쟁, 다양성과 개성이 있는 경쟁이 넘치는 활기찬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 사회가 좀더 성숙하고 선진화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선진국에 걸 맞는 올곧은 마음의 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전인교육은 삶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높여주고 더욱 의미 있고 인간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마음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꼭 필요한 교육입니다. 인간다움의 가치를 믿고 추구하며 현재의 삶보다 나은 미래의 삶, 현재의 인격보다 더 나은 성숙한 인격이 되기 위해 어려움을 감수하고 이겨내고자 하는 교양인들이 많을 때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