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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한계선 망언(妄言)과 왜곡된 역사인식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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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 세 명(박근혜·문재인·안철수) 중 누가 됐어도 적어도 외적으론 품격 있는 대통령이 탄생했을 성싶다.
그중 문재인 의원은 사적으로 만났으면, 형님처럼 모시고 친하게 지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문 의원이 당선됐더라도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탄핵 사유가 발생했을 것이다.돌이켜보면 (헌법재판소도 선거 개입 등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법률 위반을 인정했듯이 그가 잘못한 점이 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세해 노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과도한 처사였다.
그러나 NLL 건은 한 국가의 주권·영토 그리고 안전 보장 문제이기에 차원이 다르다.
이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은 거의 다 밝혀졌다.민주화 운동의 대부였던 진보 인사 박상증 목사는 노 대통령의 철없는 언행을 “헌법 파괴”라 규정하면서 작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NLL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문 의원을 포함한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 당시 회담 배석자는 모조리 노 대통령의 NLL 무시 발언을 부인했다.정말 기억을 못 한다면 집단 치매에 걸린 것이요, 기억하면서도 부인했다면 집단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 나이들이 과히 많지 않으니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배석자들도 반역에 가까운 문제 발언에 대해 동의했고 문제를 못 느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이 이슈 때문에 수세에 몰리니 문 후보는 뒤늦게 허겁지겁, “NLL은 사실상 남북 간 영해선이고 단호하게 사수한다”는 진실성이 의심되는 선언을 했다.
그러나 실상 그의 주위에는 NLL 부정론자가 많았다.
NLL 관련 갈팡질팡 행보는 영원한 낙인이 될 것이며, 이 건으로도 탄핵 조건은 충분하고도 넘친다.사실 노 전대통령은 여러 번 공개적으로 NLL을 부정했고, 많은 좌파와 국사학계 인사들은 이런 생각을 공유했다.
왜 그럴까?
바로 잘못된 역사관과 국사교육에서 나온 케케묵고 삐뚤어진 민족담론(談論)의 영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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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원로 국사학자 이만열 교수의 최근 글(“복음과 상황” 2013년 2월호 커버스토리)에서 이런 견해가 잘 나타난다.
북한 3대 세습과 박근혜당선이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대선이 저 사악한 정권과 그 정권을 뒷받침하는 정당을 심판하는 재판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유권자가 다른 선택을 했고, 아마도 “하나님께서 MB 정권의 악이 아직 턱밑까지 차지 않았으니 이를 마저 채워서 심판하시겠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NLL 논란’만 해도 그렇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를 국경선이라고 주장하면서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그들도 NLL이 국제법적으로도 영해를 규정하는 경계선은 아니라는 국제법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그런데 ... 감성적 선동으로 나가고 보니...
(중략)...
차제에 대화록을 공개해서 진실을 밝힘으로써 허위 비방과 선동을 한 당사자를 처벌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이만열 교수도 노대통령의 NLL부정발언이 없었다고 잘못 주장했다.
그 글에서 유일하게 동의할 수 있는 점은 대화록을 속히 공개하자는 것 하나뿐이다. -
- ▲ 흉측한 역사왜곡 모략질 덩어리 [백년전쟁] 선전 포스터ⓒ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만열 등 국사학계 인사 여러 명 등장하는 이승만·박정희 폄하 동영상 [백년전쟁]을 작년에 제작·배포했다.
2차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이 세운 재단이 제작 자금을 주로 지원했다.
돈을 많이 들여 교묘하게 제작됐지만, 대선용으로 급히 만들어서인지 치명적인 실수가 여기저기 보인다.
대선이 끝나고 난 다음엔, 전교조 교사를 위시한 많은 중고교 교사가 순진한 학생들을 호도하는 교육 자료로 이 다큐를 이용하고 있다.역사관의 편향성은 물론이고, 내용도 오류투성이다.
포토샵을 이용한 사진 조작까지 자행하는 역사 왜곡을 저질렀다.
이런 의도적 왜곡들은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위중한 사안이다.민족적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국사교육을 강화하고 국사학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애국애족을 강조하는 이선근 박사류(流)의 국사학 전통은 사라진지 오래고, 이제는 파괴적 민족담론과 민중민주주의가 그것을 대체했다.
국사 교육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공통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과도한 애국애족도 문제지만 국가정체성 부정은 더 큰 문제이니,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역사학계의 거목(巨木)인 차하순 서강대 명예교수는 최근 출간된 ‘한국현대사“(세종연구원)의 1장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올바른 역사연구의 자세에 대해 설명한다.
편향성을 피하면서 사실에 기초한 균형적이고 객관적 자세를 가져야한다는 가르침이다.
차교수도 우려하듯이 현재 주류 국사학계가 올바른 자세를 견지(堅持)하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 것같다.
국사학계의 자기혁신이 요구된다.
<조선일보> 아침논단 2013-3-17 전재
[편집자 주]
신간 [한국현대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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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일각의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인식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으로 뭉친 학계의 중진, 원로학자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한 책.
차하순, 이인호, 한영우, 남시욱 등 16인이 분야별로 나누어 쓴 이 책은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마르크스주의에 뿌리를 둔 이른바 수정주의 역사관에 의해 정치적, 이념적 목적으로 변질되어온 데 대한 전면적인 역사 바로 잡기 성격을 띠고 있다.
기존 대부분의 역사서가 한 사람의 저자가 연대순으로 사건을 나열하거나 정치, 경제, 사회 분야별로 나누어 서술했다면, 이 책은 16명의 필자가 한국 현대사의 기본 문제,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과 발전 과정 및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다양한 시각으로 설명함으로써 한국 현대사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특히 6.25전쟁을 보는 수정주의 이론의 오류를 밝혀 좌파적 시각의 문제점을 상세히 서술했다.
저자 차하순 소개
저자 차하순은 1956년 서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1959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서양사 전공)를 받았다.
1969년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사상사 전공)를 받았다. 1978~1979년 시카고 대학, 코넬 대학에서 풀브라이트 연구교수를 지냈고, 1989~1991년 서강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했다.
현재서강대학교명예교수이며,국제역사학회(CISH)의 한국위원회 위원장이다. 1986년 제31회 대한민국 학술원상(인문과학 부문)을 수상했다.
지은책으로 <르네상스의 사회와 사상>, <역사의 이해>, <역사와 지성>, <서양사총론>, <형평의 연구>, <역사의 본질과 인식>, <현대의 역사사상>, <서양근대사상 연구> 등이 있다.목차 소개
머리말
제1부 한국현대사의 기본 문제
1.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차하순
2. 세계사 속의 한국현대사 이인호
3.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현대사의 인과적 이해 한영우
4. 한국 현대사 교육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강규형
제2부 대한민국의 건국
1. 광복 후의 정국과 분단 이주영
2.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업적과 유산 유영익
3. 북한 정권의 수립 남시욱
4. 사실로 본 6·25전쟁과 그 영향 김영호
제3부 대한민국의 발전
1. 4·19 민주혁명의 의의 김용호
2. 5·16의 역사적 평가 송복
3. 경제개발과 성장 김영봉
4. 공간과 일상의 한국 현대사 전상인
5. 자유민주주의의 전개 김세중
제4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1. 민주주의 발전과 국가 정체성의 훼손 박효종
2. 남북 관계와 한반도의 미래 안병준
3. 한국 현대사의 교훈과 국가의 생존 전략 주명건출판사 서평
이승만은 민족주의자인가, 독재자인가?
대한민국의 건국이 민족분단의 원인인가?
우리 사회 일각의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인식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으로 뭉친 학계의 중진, 원로학자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한 『한국 현대사』가 출간되었다.차하순, 이인호, 한영우, 남시욱 등 16인이 분야별로 나누어 쓴 이 책은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마르크스주의에 뿌리를 둔 이른바 수정주의 역사관에 의해 정치적, 이념적 목적으로 변질되어온 데 대한 전면적인 역사 바로 잡기 성격을 띠고 있다.
수정주의 역사관은 1970년대 유신통치 시절에 반체제 이론으로 싹트기 시작하여 반독재 투쟁이라는 명분 아래 역사학계와 언론, 출판, 문단, 그리고 대학생들 사이에 널리 유포되었다. 이 수정주의 사관은 기존의 역사관을 새로운 학문적 성과의 기초 위에서 수정 발전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정치적, 이념적 목적에 따라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려는 사람들의 도구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좌파정권을 거치면서 좌편향적 역사관을 가진 학자 및 교육자, 문화계 종사자들의 영향력 확대에 힘입어 현대사 왜곡의 폐해는 한층 심화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 책의 필자들은 이 같은 문제의식과 상황인식을 갖고 우리 현대사를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한 공정한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균형 있게 기술하기 위해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부분, 특히 건국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의 권위주의 통치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비판받아야 할 문제들을 지적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기존 대부분의 역사서가 한 사람의 저자가 연대순으로 사건을 나열하거나 정치, 경제, 사회 분야별로 나누어 서술했다면, 이 책은 16명의 필자가 한국 현대사의 기본 문제,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과 발전 과정 및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다양한 시각으로 설명함으로써 한국 현대사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6·25전쟁을 보는 수정주의 이론의 오류를 밝혀 좌파적 시각의 문제점을 상세히 서술했다.
분야별 주요 사건과 현상의 이면을 드러낸 흥미 있는 읽을거리
이 책은 역사학을 비롯해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자신의 독특한 시각으로 우리 현대사를 구성하는 대표적 사건과 주요 현상은 물론, 그 속에 내포된 의미를 천착해 독자들에게 잘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전상인 교수의 ‘공간과 일상의 한국 현대사’는 『아파트에 미치다』등 기존 자신의 저서를 한데 압축해놓은 듯한 글이다.
정치, 경제는 물론 국토와 도시문제 등 넓은 영역에 걸쳐 오늘날의 사회적 이슈를 짚어보았다.
국가권력의 필요에 따른 주거공간의 변화가 역으로 국가권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핀 흥미로운 내용이다.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광주 무등산 타잔 사건’은 일반인들에게 거의 잊혀진 일인데 과도한 개발 계획이 개인에게 얼마나 참혹한 비극을 불러왔는지 새삼 돌아볼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시욱 교수는 ‘북한 정권의 수립’에서 북한에 정부가 수립되기까지 소련이 어떻게 개입했으며, 6·25전쟁에서 소련군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객관적인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특히 옛 소련 붕괴 후 공개된 사료를 바탕으로 수정주의 이론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드러냈다.
박효종 교수는 ‘민주주의 발전과 국가 정체성의 훼손’을 통해 민주화운동이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뿌리내릴 수 있었는지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았다.
그것은 바로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가 제한된 채 이룬 산업화의 성공이 바탕이 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나라의 토대가 굳건해지고 국부를 쌓아야만 민주주의가 성숙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이자 대학의 현대사 교재로도 활용 가능한국 민족주의 사학의 선구자인 박은식 선생은 조선이 일본에 병합된 피눈물 나는 과정을 최초로 기술한 그의 명저 『한국통사』에서 “나라에서 국사를 가르치면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삼킨 지 5년 후 망명지인 상하이에서 출간된 이 책 서문에서 “우리 민족은 우리 조상과 조국을 생각해야 하고, 이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다음, 국혼을 되찾으면 “우리 민족의 융성한 역사를 다시 한 번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박은식 선생이 강조한 역사 교육과 역사 배우기는 바로 올바른 역사 교육과 역사 배우기다.
저자들은 현대사 왜곡의 폐해 중에서도 특히 감수성이 강한 청소년들에게 행해진 편향된 현대사 교육에 주목하여 이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많이 다루었다.
이 책의 맨 앞부분에 수록한 차하순 교수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글은 역사의 진실을 이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차 교수는 이 글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역사와 세상을 보는 올바른 안목을 키워주게 될 소중한 지혜를 전해준다.
저자들은 우리 현대사를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공정한 시각에서 서술한 책이 적지 않았고, 최근에는 대한민국을 긍정적으로 서술한 현대사 관련 저술도 몇 권 나왔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우리 청소년들이 읽고 올바른 역사관을 갖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는 물론, 대학의 교양과목 교재로도 쑬 수 있도록 다채롭고도 쉽게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저자 명단]
차하순 서강대 명예교수, 학술원 회원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김용호 인하대 교수
송 복 연세대 명예교수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 중앙대 명예교수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세중 계간 시대정신 발행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
안병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학술원 회원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