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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탈북여성들
한국과 다른 북한의 거울 용도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오늘은 3.8 국제부녀절이다. 남한의 남자들은 농담으로 365일이 "여성의 날"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선 한 해중 이 날이 유일한 여성 우대의 날이다. 그래서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 탈북남성보다 탈북여성들이 자신의 변화를 더 빨리 인식하게 된다.
탈북여성이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거울보기이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처럼 복장을 점검하기 위해 억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자신의 예쁜 모습을 수시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여성이 아름다움을 위해 우선으로 신경 쓰는 것이 바로 피부다. 탈북여성이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이 배불리 먹는다는 것보다 매일 따뜻한 물에 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미용에 관심 있는 여성이기에 가능한 대답이다. -
북한에서 온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노동하며 먼지에 그을려진 피부를 더운물에 제대로 씻기도 어려운데 한국에서는 자주 씻음으로써 점차 좋아진 것이다. 더운물이 탈북여성에게 기본적인 피부미용제 역할을 한 셈이다. 북한에서 더운물을 얻기 위해선 장작이나 석탄을 구해야 하고 물을 길어 와야 하는 등 수많은 발품을 팔아야 해서 온수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에서 무엇보다 좋다는 것이다.
온수 이외에도 영양가 있는 음식, 화장품, 예쁜 옷, 그리고 머리 손질까지 할 수 있다 보니 탈북여성들은 여자답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자주 놀란다. 한국에 와서야 비로소 여성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탈북여성들은 그래서 거울을 자주 보며 미소를 짓는다고 했다.
탈북여성 류 모 씨는 “한국에선 멋을 내기 위해 거울을 보지만, 북한에선 단속당하지 않기 위해 봅니다. 김일성 뺏지는 잘 달았는가, 복장은 단정한가를 보는 거죠. 복장이 흐트러지면 정신 상태에도 문제가 있다며 지적을 당하거든요.”
그래서 북한에선 대체로 현관 앞에 거울이 달려있다. 한국처럼 옷맵시나 머리 모양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정권이 원하는 복장점검을 위한 목적이 우선이다.
거울보다는 빈 쌀독을 더 많이 바라보며 살아야 했던 북한여성은 한국에 와서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그러나 탈북여성은 모습이 예쁘게 변해 갈 때마다 기쁨과 동시에 슬픔도 느낀다고 했다. 바로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백설공주’ 동화 속의 왕비는 늘 마법의거울을 보며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라고 물어봤지만, 탈북여성은 거울 속에서 예뻐진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을 참으며 “북에 계신 가족은 무사히 잘 있니?”라고 물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