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보유국의 기상이라는 비상한 각오를 안고 시간이 흐를수록 속도를 높여나갔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25일자는 제14차 아시아마라톤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김금옥 선수의 경기장면을 묘사하면서 이같이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선중앙방송도 정월 대보름 소식을 전하면서 "(주민들이) 핵보유국 위용을 만천하에 과시한 긍지를 안고 정월 대보름을 즐겁게 보냈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지난 12일 제3차 핵실험을 단행한 후 각종 매체 보도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핵보유국이라는 용어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노동신문을 비롯해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각종 매체는 25일 하루에만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이 담긴 글을 13편 이상 쏟아냈다.

    이날짜 노동신문 사설은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핵과 위성을 보유한 백두산대국의 기상과 본때로 강성국가건설대전에서 최첨단돌파의 자랑찬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이제 세계적인 핵보유국이 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한은 한국 매체 보도까지도 '북한=핵보유국'을 부각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한국언론 보도를 인용, "최근 남조선언론들과 전문가들은 '단호한 정치적 결단', '북은 실질적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는 글들과 견해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며 한국도 북한의 핵보유국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다음날에도 비슷한 표현이 담긴 글을 내보냈다.

    북한 매체 보도에서 핵보유국 표현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은 제3차 핵실험 직후다. 하루 1∼2건에 불과했던 핵보유국 표현 기사는 이달 13일부터 늘기 시작했고 15일부터는 거의 매일 하루 10건 정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은 제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과 제2차 핵실험(2009년 5월 25일)을 계기로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왔지만 이번처럼 전방위적이고 집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이처럼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부각하는 배경에는 결국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인도나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국제사회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확실하게 다져놓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작년 봄 헌법에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넣었고 이번에 장거리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까지 했다"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