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직접 NSC 회의 내용 설명해줘
  •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청와대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 했다. ⓒ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청와대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 했다. ⓒ 뉴데일리

    12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한 자리에 앉기까지 세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친 뒤 박 당선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긴급회동을 가졌다.

    ◈ "北 핵실험, 대한민국 겨냥"

    정권이양기를 틈탄 북한의 ‘도발’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다.
    동시에 ‘현재’ 대통령과 ‘미래’ 대통령이 한 목소리로 핵실험 강행에 강경한 입장을 확인했다.

    북한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를 하루 앞두고 핵실험을 벌이면서 ‘타깃’을 미국으로 삼은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은 국내 정치상황도 상당히 고려했다.

    무엇보다 북한과의 관계개선 숙제를 안은 박근혜 정부를 직접 겨냥하지 않고 살짝 비껴갔다.

    공식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는 25일 전에 핵실험을 치러 ‘이명박 정부’를 향해 벌어진 도발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와 관계개선의 여지를 열어둘 수 있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즉각 만나 핵실험을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자, 북한의 이러한 전략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북한이 정권 교체기에 도발을 한 것은, 이런 시기에 우리 정부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혼란에 빠뜨리려는 게 아닌가 한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이 대통령도 박 당선인의 견해에 공감을 표시했다.

    “북한의 시기 선택을 보면 미국을 겨냥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
         - 이명박 대통령

    박 당선인은 먼저 ‘합심(合心)’을 이야기 했다. “이럴 때 정파를 떠나 합심해서 일사분란하게 대처해서 조그만 틈도 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북핵 위기 고조로 여야 대표를 만나 회담을 가진 것처럼 안보위기에는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 13일 뒤엔 朴 당선인, 국군통수권자

    이 대통령이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친 직후 박 당선인과 단독 회담을 가진 것도 보다 상세하게 회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루트를 거치는 것보다 확실하고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기 쉽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향해 새 대남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북한에게도 적잖은 타격이다.

    북핵위기의 파장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 가능성과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잠복해 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박 당선인과 회담에 앞서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NSC를 열고 있다. ⓒ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박 당선인과 회담에 앞서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NSC를 열고 있다. ⓒ 뉴데일리

    정부는 ‘비상사태’를 당분간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상황실을 운영하며 수시로 NSC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13일 뒤면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 자리에 오른다.
    현 정권에서 아무리 강력한 제재안을 내놓아도 시행은 ‘박근혜 정부’에서 맡게 된다.

    박 당선인이 북핵 도발과 관련해 정부의 대응 방향·파장 효과 등을 누구보다 또렷하게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 대통령이 박 당선인의 ‘위치’에 걸맞은 대우를 하겠다면, 다음 NSC 회의를 박 당선인과 함께하는 게 어떨까.
    ‘선배’ 대통령으로서 ‘후배’ 대통령을 위해 직접 국방 지휘 계통 및 분위기 등을 가르쳐 준다면 정권이양기가 무색하지 않을까.
    정권이양기 도발 감행으로 ‘혼란’을 기대했던 북한에게도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안가(安家) 대신, 삼성동 사저에 머물고 있는 당선인의 신변 보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