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질스런 욕망

    우스꽝스러운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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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주말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이 우스꽝스러운 복수극으로 바뀌면서 방향을 상실하고 헤매고 있다.

    나비부인은 초반에는 행방이 묘연해진 남편 정욱(김성수)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나비(염정아)의 순정을 기본으로 전개됐다. 나비는 톱스타 출신이지만, 홍콩으로 간 뒤 연락이 끊긴 정욱을 열녀처럼 바라보는 장면은 남자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성 톱스타가 급격히 몰락하면서 겪는 각종 에피소드는 쏠쏠한 재미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들어오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정욱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더구나 나비가 친구라고 여겼던 설아(윤세아)와 정욱이 짜고, 정욱은 남나비와 사기결혼을 한 사실이 드러난다. 게다가 정욱에게는 오래전 부터 깊은 관계인 진짜 애인 유진(박탐희)까지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알아차린 남나비는 마침내 모두에게 복수하겠다고 벼른다. 2일 32회에서 나비는 전 남편 정욱을 사기죄로 경찰에 고발하려 하고 (그러다가 옛 정을 차마 못 뿌리치고 자수를 권유한다) 설아를 파멸시키기 위해서 사업기반을 하나씩 교묘하게 무너뜨린다….

    이게 안방에서 주말마다 방영되는 드라마 각본인지, 아니면 조직 범죄집단의 사기극 소개 드라마인지 헷갈릴 정도. 부부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악독하고 지저분한 관계는 모두 다 짬뽕으로 뒤범벅해서 시청자들에게 보라고 내놓았다.

    그런데 그 짬뽕 복수극은 전후관계가 어정쩡하기 이를 데 없다. 정말 필연적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만큼의 처절한 전후관계가 눈에 띄지 않는다.

    공중파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라고 해서 착한 사람의 착한 행실을 교훈적으로 보여주는 착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도 다 사람인지라 살다 보면 한 가지씩 혹은 서너 가지씩 결격사유는 생기기 마련이고, 범죄에 가까운 행동도 저지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꼭 저런 식으로 이끌어 가야 했을까? 등장인물들은 별로 복수할 일도 아닌 사건 가지고 복수심에 불타서 날뛴다. 모든 인간관계는 이상스런 복수심에 매몰되서 뒤틀어지고 극도의 비정상으로 치닫는다.

    그저 사랑과 복수를 열심히 뒤범벅하면 시청률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비정상에 비정상을 더하면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가 될 것 이라고 생각했을까?

    저질스런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군상들의 앞뒤가 맞지 않는 복수극은 우스꽝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