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南은 층간 소음, 北은 층간 악취

    북한주민이 살아 남는 법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아파트 거주자가 많은 한국에서 층간소음 문제는 사회적 논란거리 중 하나이다. 심지어 이 문제로 이웃 간에 주먹다짐까지 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 법정싸움까지 가는 예도 있지만, 대부분은 양보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다.

    북한에도 아파트는 있다. 그러나 북한주민에게 층간소음이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층간소음과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에 부딪히자 아파트  베란다에서 가축을 키우기 시작했다.
    닭, 오리, 토끼, 개, 심지어 돼지도 키운다. 예전처럼 집밖에서 키우면 도둑맞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
  • ▲ 산 돼지를 자전거에 싣고 가는 북한 여성.
    ▲ 산 돼지를 자전거에 싣고 가는 북한 여성.
    농촌 단층집들에선 돼지우리에 철문을 달고 두툼한 자물쇠를 걸지만 굶주린 조선인민군대의 과녁은
    절대 피해가지 못한다. 그래서 일명 "아파트 돼지우리"가 북한에선 인기가 될 정도이다.

    하여 너도나도 ‘도둑 방지와 재테크’ 란 명분으로 아파트 베란다를 가축을 키우는 사육장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런 현상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바로 악취다.
    동물의 배설물이 풍기는 악취는 참기 어려울 정도지만 북한 주민은 생존이 걸린 문제라 인내할 수밖에 없다. 한여름에 창문을 열면 악취가 밀려 들어와 문을 열지도 못한다.

    더구나 돼지를 키우는 집에서는 동물의 냄새뿐만 아니라 사료가 부족해서 인분을 끓여 돼지먹이로 주기 때문에 그 악취까지 더해진다고 하니 그 정도를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가축의 배설물은 배수관을 타고 밑에 사는 집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오물 문제로 배수관이 막히거나 냄새 탓에 아래 집 주민과 윗 층간에 시비가 붙는다.
    서로 욕설이 오가다 못해 보안원이 온다고 해도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에 원천적으로 막을 방도가 없다.
    돼지를 팔아 한 해 석탄을 마련해야만 겨울을 지낼수 있는 주민에게 냄새나 단속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파트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것을 본 탈북자가 “큰 개를 키워야 고기가 많을 텐데 왜 작은 개를 키울까?”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렇듯 아파트에서 가축을 키우는 현상은 고기를 위해서가 아니다.
    "돼지 한 마리가 남편 수입보다 낫다."는 말을 할 정도로 가축이라도 자체로 키워 팔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계비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자전거에 돼지를 싣고가는 북한여인>

     

    뉴포커스 서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