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에 글 "朴 진면목 가려져.. 오래오래 자책할 것"
  • ▲ 박근혜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이학재 의원. ⓒ 연합뉴스(자료사진)
    ▲ 박근혜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이학재 의원. ⓒ 연합뉴스(자료사진)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장인 이학재 의원이 21일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나며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학재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제 저는 그동안 맡아왔던 '비서실장 이학재' 역할에서 물러나, 원래 제가 있었던 국회의원의 직분으로 돌아간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제 저는 그동안 맡아왔던 '비서실장 이학재' 역할에서 물러나, 원래 제가 있었던 국회의원의 직분으로 돌아간다."

    "파리는 천리를 가면서도 말에게는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로 인해 그동안 박근혜 당선인의 진면목이 가려진 것에 대한 자책은 오래오래 지속될 것 같다."

    이는 탕평인사를 약속한 박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다른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기간 중에도 탕평인사를 강조해온 박 당선인은 당선 직후인 20일 대국민 인사에서도 대탕평책을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로 제시했었다.

    이학재 의원은 18ㆍ19대 총선에서 인천 서구ㆍ강화갑에서 내리 당선된 재선 의원으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 박근혜 경선후보 비서실장, 박근혜 대선후보 비서실 부실장 등을 지냈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그는 박 당선인의 당선증을 대리수령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학재 의원이 쓴 글 전문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사상 최다득표로 당선된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이후 40여년만의 과반 득표 대통령, 민주화 이후 호남 득표율 10%를 넘은 보수 진영의 첫번째 대통령.

    놀랍고, 고맙고, 뭉클합니다. 종일 방송을 수놓던 전문가의 분석도, 과학적 접근의 결정체라는 여론조사도, 웅장한 민심의 파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국민들의 뜻과 박근혜만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민심이 무섭다는 말, 생생하게 실감했습니다.

    박. 근. 혜. 대. 통. 령. 당. 선.

    길고도 힘들었던 과정이었습니다. 후보가 겪어야 했던 간난신고(艱難辛苦)가 있었고, 그 위에 많은 이들의 노력과 노력이 겹겹이 쌓였습니다. 효당갈력 충즉진명(孝當竭力 忠則盡命).

    효도를 함에 있어서는 마땅히 그 힘을 다해야 하고, 나라에 충성하고자 하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옛말대로, 국민이 승리하는 길에 바쳐진 목숨들도 있었습니다.

    이제, 약속을 실천하는 일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입니다.

    박근혜의 약속을 믿습니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해와 대통합을 이룩하는 일, 국민 모두가 각자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일, 침체와 제자리걸음을 넘어 대한민국의 웅비와 국운융성을 이루는 일, 오래된 경구처럼 말이나 글로만 접해왔던 이러한 과업들을 박근혜는 우리 눈앞에서 당당히 이룩해 펼쳐 놓을 것입니다.

    그의 금강석 같은 신념과 무쇠같은 의지를 알기에,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믿습니다. 지근거리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보좌했던 지난 3년간은, 쉼없는 긴장과 안타까움, 그리고 감동과 영광의 나날이었으며, 한없이 모자라는 저에게는 경이로운 배움의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파리는 열 걸음 밖에 날지 못하지만, 천리마의 꼬리에 붙으면 천리 길도 쉽게 간다는 말이 있지요. 저 이학재가 바로 천리마에 붙은 파리였습니다. 천리마와 함께 하며 신념, 의지, 품격, 관용, 절제, 배려를 배웠기에 바로 지금이야말로 제가 결단해야 할 순간임을 확신합니다.

    이제 저는 그동안 맡아왔던 “비서실장 이학재” 역할에서 물러나, 원래 제가 있었던 국회의원의 직분으로 돌아갑니다.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려운 것이 세상 이치. 난세에 업을 이루었으니, 나라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인재들을 세상에서 널리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기꺼이 뜻을 합칠 수 있도록, 저는 뒤에서 돕고오늘 이 순간부터 일체의 임명직 직책을 맡지 않겠습니다.

    파리는 천리를 가면서도 말에게는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로 인해 그동안 박근혜 당선인의 진면목이 가려진 것에 대한 자책은 오래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제가 비서실장 역할을 맡아 일하는 동안, 부족한 저에게 과분한 애정과 격려를 보내 주신 모든 분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박근혜와 함께 하며 행복하고 가슴벅찼던 기억을 결코 잊지 않고, 차분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습니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고마운 분들이 계시기에 기온이 내려가도 체온은 늘 그대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