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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보수’는 외롭다
“웃긴 게 SNS에 더 자유가 없다.
무슨 커밍아웃도 아니고, ‘나 보수다’ 그러면 돌 맞을 기세다”金秀姸 (조갑제닷컴)
박근혜 후보의 ‘당선 확정’ 소식을 들은 후 편안해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출근길, 옛 친구로부터 아주 오랜만에 카톡(스마트폰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다.
인사도 없이 첫 마디가 대뜸 “이 땅에 건전한 젊은 보수는 없는 건가. 페북(페이스북)엔 온통 탄식뿐인데…”였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계속 대화를 나눴다.
선거에 진 ‘문재인 지지자’들이 SNS에서 탄식을 내뿜고 있다는 이야기였다.“(젊은 보수가) 없긴 왜 없어ㅋㅋㅋ 너도 있잖아”
“논리와 지력이 없어 글도 못 올리고 답답하다”
“젊은 보수는 페북 안하더라. 아직은 무서워서 그냥 각자 속앓이?ㅋ”
“웃긴 게 SNS에 더 자유가 없다”
“ㅋㅋㅋㅋ 그 말 웃기다”
“무슨 커밍아웃도 아니고, 나 보수다 그러면 돌 맞을 기세다. 51%를 한꺼번에 매도하는 글이 넘 많아서 하소연 좀 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렇게 오랜만에 연락을 다 할꼬ㅋㅋ”어제 개표방송은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친구와 카톡을 주고받으며 함께 했다.
평소 정치적 코드가 맞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그 친구 역시 박근혜 후보 당선이 확실해지자, 그동안의 울분을 터트리면서 속이 시원하다고 기뻐했다.
페북 등 SNS 친구들이 다 문재인 지지자여서 그동안 너무 눌려있었다는 것이다.방학을 보내기 위해 잠시 귀국한 해외유학생 친구도 선거 전에 만나서 그랬다.
안에서는 MB를 ‘나쁜 놈’이라고 매도하는 분위기가 센데, 밖에서 보면 국제적으로 힘든 경제상황 속에서도 유유히 버티고 있는 한국이 대단하게 보인다고.
그리고 덧붙였다.“다른 건 몰라도 임수경이 통일부 장관 될 수 있다는 게 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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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김일성과 포옹하고 있는 임수경
2030의 투표율이 높으면 자기네들이 유리할 것이라고 자신한 문재인 후보 측의 생각처럼, ‘2030=진보’라는 ‘선입견’이 굳은 지 오래다.
물론 다른 세대들에 비해 ‘보수’를 ‘싫어하는’ 비율이 높은 게 사실이다.그러나 ‘젊은 보수’는 분명히, 생각보다 꽤 있다.
내 주위 우파 성향을 가진 20~30대 친구들을 예로 들어본다.
직업군도 다양하고 ‘멀쩡하게’ 생겼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북한정권’이 싫고, ‘친북’과 ‘종북’을 싫어한다.
월급에서 떼어가는 ‘세금’이 늘어나는 것도 싫다.
무차별 복지가 정말 말이 되나 싶다.자칭 ‘진보’라는 좌파들의 위선이 가증스럽다.
‘기득권층’으로 보이는 애들이 ‘서민’, ‘피해자’ 운운하는 게 기가 막힐 따름이다.
또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구어낸 아버지 세대의 ‘산업화’를 인정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조용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SNS에서 ‘시끄러운’ 좌파 성향 유저들 사이에서 침묵을 지킨다.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싸우기 귀찮아서이다.
괜히 ‘보수’인 거 티냈다가는 ‘매우 적극적이고 목소리 큰’ 좌파 성향 친구들이 싸움을 걸어올 수 있다.어르신들은 “왜 바보같이 말을 못해, 싸워야지” 하실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우격다짐식 논리에 대응하는 것은 피곤하다.
‘기득권’, ‘재벌 독점’, ‘독재’, ‘유신’ 운운하기 시작하면 골치 아파진다.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찍히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박근혜 당선 확실시 후 포털사이트에도 “속이 시원하다”, “2030에도 보수는 있다고!”라는 댓글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는 걸 보면, 이렇게 그냥 참고 있는 ‘외로운’ 젊은 우파들이 은근 많은 것 같다.물론 이들의 ‘존재’만으로 마냥 기뻐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2030세대를 뭉뚱그려 ‘철없는 세대’, ‘좌파 세대’로만 매도해서는 안 된다.
투표한 2030 중 33% 정도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2030을 이성을 가진 유권자로 대우하고 존중하면서 이들에게 적절한 우파 논리와 지식을 생산, 공급해야 한다.
이는 기존 젊은 우파 층들에게도 토론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더불어, 집권하게 된 박근혜 정권 및 각 분야의 우파 인사들도 ‘보수’라는 이름의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순수하고 깨끗하게, 나라를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한 새 시대 새 대한민국에서는 젊은 우파 층이 더욱 떳떳하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