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생일∙결혼기념일에 축하 전화, “고생이 많았다”87년 이후 첫 탈당 안한 대통령, 첫 보수정권 유지 ‘성공’
  • “당선을 축하한다.
    고생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

    19일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모처럼 따뜻한 말을 건넸다.

    “날씨가 매우 추웠는데 건강 잘 챙기시라.”


    2분여간의 짧은 대화였던 터라 오고간 대화의 깊이는 얕았지만, 서로의 마음은 통했다.

    지난 5년간 이어져 온 두 사람의 얄궂은 운명.
    좌파 정권 10년을 뒤로 하고 보수 10년 정권을 일궈낸 두 사람.
    한 사람은 청와대에서 또 한 사람은 국회에서.
    싸우기도 하고 밀어주기도 했던 MB와 GH.
    조만간 두 사람의 회동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이명박과 박근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에서 자웅을 겨뤘던 두 거물 정치인.

    앞서 차떼기당 사태로 몰락한 한나라당을 구해낸 박 당선인은 이미 당내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이명박 후보와 경쟁 구도 속에서 두 사람의 악연은 시작됐다.

    박 당선자는 초반 우세에도 불구, 여성이라는 이유로 안보라는 항목에서 곤욕을 치렀다. 결국 경제를 내세운 이 후보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이후 깨끗이 양보한 뒤 이회창 총재의 내민 손도 거절하고 이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지원했던 박 당선자.

    당시 대선이 역대 최다 득표차로 한나라당이 집권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사상 유례없는 박빙이 연출됐던 이번 대선을 또 생각하면 그동안 두 사람이 가졌던 불편한 감정도 눈에 선하다.

    실제로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지난 5년 내내 아슬아슬한 긴장 관계의 연속이었다.

    경선부터 시작된 악연은 지난 5년간 정치권의 최대 화두였다.

    2008년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치른 첫 총선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험악해졌다.

    당시 박 당선자가 남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은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따라다닌 말이 됐다.

    두 사람의 갈등이 최고조를 이룬 것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맞붙었을 때다.

    이 대통령이 추진한 수정안에 박 당선자가 반기를 들면서 두 사람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격전을 벌였다.

    당시 이 대통령이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친다”고 했고, 박 당선인은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맞받아쳐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는 양측은 서서히 협력 관계를 형성해 갔다.

    전환점은 2010년 지방선거.

    민주당의 선전에 한나라당에는 위기감이 드리웠고, 두 사람은 서서히 손을 잡기 시작했다.

    같은 해 8월 청와대에서 단독 회동을 가진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한다는 데 뜻을 모은다.

    이 대통령은 개각 과정에서 친박계 핵심인 유정복 최경환 의원 등을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박 당선자의 보폭을 넓혀줬고, 박 당선자는 본격적으로 18대 대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12년은 반대로 이 대통령이 밀어주고 박 당선자가 당겨주는 구도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87년 이후 대선을 앞두고 당적을 버리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 됐다.

    이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며 야권의 정권 심판론의 화력을 낮췄고, 박 당선인은 당 안팎에서 제기된 대통령 탈당 요구를 사실상 묵살해 이 대통령은 지난 1987년 이후 대선을 앞두고 당적을 버리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 됐다.

    결국 지난 5년간 두 사람이 펼친 정치적 분쟁은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성숙하게 했고, 그들의 정치적 공조는 좌파 정권 10년을 청산하고 보수 정권 10년을 이룬 원동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