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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청와대로.
딱 34년 걸렸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34년 만에 청와대에 재입성했다.
이번엔 ‘대통령의 딸’ 자격이 아닌 대통령으로다.박근혜 후보는 19일 치러진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51.6%(1,575만3,000표)를 얻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1467만표, 48%)를 제치고 당선자 자리에 올랐다.
문재인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패배를 공식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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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밤 광화문 광장을 찾아 지지자들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 정상윤, 이종현 기자
이로써 박 후보는 지난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첫 과반 대통령이 됐다.
이번 대선이 유력한 제3 후보가 없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면서 세(勢) 대결이 극대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박 후보의 승리에 따라 새누리당 보수정권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10년을 이어가게 됐다.
또한 첫 여성대통령 진기록과 함께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부녀가 대통령에 오르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여성리더십과 국민대통합을 앞세운 ‘박근혜 시대’가 열린 것과 동시에 정치와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대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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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크게 들어올리고 있다. ⓒ 정상윤, 이종현 기자
박 후보는 이날 저녁 8시를 전후에 일제히 주요 언론이 당선 유력‧확정을 쏟아냈지만 삼성동 자택 밖을 나오지 않았다.
밤 10시40분께 개표율이 70%을 넘어선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의 신중한 태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모습이었다.
밤 11시께 여의도 당사를 찾은 박 후보는 김용준‧정몽준‧황우여‧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잠시 2층 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그는 이내 곧 4층 기자실로 이동해 간략한 인사말로 고마움을 표했다.
“우리 당의 선대위 여러분들, 그동안 정말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참 힘들고 어려운 선거였고, 시간이었는데 끝까지 모두 최선을 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당선사례’에 준하는 인사말은 아꼈다.
이미 몇 시간전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이 모인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기 위해서다.
그는 “오늘은 따로 말씀을 드리기보다 광화문으로 가기 때문에 거기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또 그동안 그를 밀착 취재한 언론인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취재해주시고, 보도해주신 언론인들께도 감사드린다. 다른 이야기는 광화문에 가서 하겠다”고 말했다. -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 정상윤, 이종현 기자
박 후보는 이날 자정을 10분 여 앞두고 광화문 광장에 도착해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했다.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눈은 반달 모양은 그렸고, 입가에 미소는 계속됐다.
그는 “이번 선거는 국민 여러분의 승리”라고 말했다. 또 "국민행복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외쳤다.“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려는 열망이 가져온 국민 마음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선거기간 가는 곳마다 신뢰와 믿음을 주신 그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국민께 드린 약속,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대통령이 돼서 여러분이 기대하시던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습니다.”박 후보는 야권의 '정권교체'에 맞서 제시한 '시대교체', 새로운 시대에 대해서도 밝혔다.
"새로운 시대를 여러분께서 열 수 있도록 해주셨다.
보내주신 신뢰, 제가 그 뜻을 깊이 마음에 새기면서 국민여러분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또 작은 행복이라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 제가 반드시 열겠습니다."박 후보는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교통사고로 이춘상 보좌관·김우동 홍보팀장을 잃었던 순간이라고 답했다.
"선거운동 하는 중에 큰 사고가 났다.
저를 돕던 소중한 분들을 떠나보내게 됐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故)이춘상 보좌관은 박 후보가 정계에 입문한 지난 98년부터 함께 해온 동지로 최측근으로 꼽혀왔다. 김 팀장 역시 지난 2007년 경선 때부터 손발을 맞춰 온 핵심인사였다.
당시 박 후보는 이들의 사망소식에 유세를 중단하고 장례식에 모두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전국적으로 유세단의 율동과 로고송이 멈추어진 순간이었다. -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 정상윤, 이종현 기자
반면에 박 후보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는 '유권자들과 만남'을 꼽았다.
또 가장 보고싶은 사람으로도 이들 유권자를 꼽았다."여러 곳을 다니면서 힘든 때도 있었지만 예를 들어, 시장에서 제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시던 분들 추운 날씨에도 오랜시간 기다리시면서 신뢰와 믿음을 보내주신 분들, 다시 한 번 뵙고싶다.
그 때가 행복한 시간이었다."박 후보는 "선거 중에 크게 3가지를 약속했다. 민생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대통령이다. 그 약속,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광화문 광장에서 수천명의 유권자들이 모인 가운데 '대국민 메시지'를 밝힌 뒤 다시 삼성동 자택으로 이동했다.
당선인 신분 첫날인 20일에는 오전 9시에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다.
오후 2시 30분에는 당사 2층 강당에서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을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