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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 자! 아름다운 단일화 완성시켜주신 안철수 후보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安 : 새 정치 실현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부산시민 : 자 머라카노. 또 새 정치 캐사면서 딴 소리 해샀노. 문재인 도와주러 온 거 아이가?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의 부산행(行).경남고를 졸업한 문재인, 부산고를 나온 안철수.
부산의 양대 고등학교 출신이 부산 서면 한복판에 나타났다. -
금요일 오후 5시쯤. 한창 전철역이 복잡할 시간.
그리고 부산에서 가장 복잡한 서면. 그 중에서도 이들이 만난 롯데백화점 지하상가 분수대는 대표적인 약속장소로 꼽힐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그런 시간에 그런 장소인 것을 감안하면 이날 두 사람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어림잡아 200 여명 가량.
하지만 전철 1·2호선 환승역인 만큼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서면이다.
그래서였는지 두 사람을 직접 본 부산 시민들의 환호만큼은 뜨거웠다.
안철수-문재인이 손을 맞잡은 분수대 인근에는 두 사람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관건은 전날 ‘조건없는 지지’를 선언한 안철수가 어느 정도 수위에서 지원의 말을 내놓느냐였다.
도심 한복판에서 안철수를 만난 문 후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내밀었다.
어색한 웃음을 짓는 안철수. 그래도 가급적 표정은 밝게 지으려 애썼다.
안철수의 표정을 본 문 후보가 분위기를 띄웠다.
“반갑습니다. 부산시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저와 안철수 후보가 함께 왔습니다.
우리도 이제 하나가 됐습니다.
함께 힘을 합쳐서 반드시 정권교체 이루고 대선 후에도 새 정치를 위해서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습니다.”“부산 시민 여러분 아름다운 단일화 이제 완성된 거죠?
맞습니까?
자! 아름다운 단일화 완성시켜주신 안철수 후보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전날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단어까지 나온 만큼 안철수의 발언 수위에 대한 문재인 지지자들의 기대감은 컸다.“문재인 후보를 지지합니다.
문재인 후보만이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를 믿습니다.”
이쯤은 기대했었다.안철수는 문 후보 캠프 선거 운동원이 아니지만 자신의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다만 공개적인 장소에서 '문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실망감을 안겨줬다.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모습.“새 정치를 위한 염원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습니다.
새 정치 실현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멋쩍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내려놨다.
지지라는 단어는 물론 문재인이란 단어도 없었다.지지자들의 표정에서 황당함이 스쳐가는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한 시민이 말했다.
“그래서 둘이 같이 한다는 말이가(말이냐), 안한다는 말이가(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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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두 사람의 유세장 옆에서는 부산저축은행피해자들이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가 연관돼 있다는 의혹에 대한 것이었다.
저축은행 피해자 30명이 확성기를 이용해 문 후보를 규탄했다.
“못 살겠다!
문재인 70억 내놔라!”“피해자 다 죽는다! 억울한 돈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