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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안철수 前무소속 후보의 캠프 해단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안 前후보는 선거법 위반을 의식한 듯 “문 후보는 야권단일후보다. 제 뜻을 지지자들께서 이해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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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前무소속 후보는 3일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사진: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를 이미 감지한 언론들은 ‘부동층’의 향배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지난 2일 오후부터 주요 언론사에서는 ‘부동층’으로 변한 안철수 지지자들의 ‘표심’을 분석한 기사를 내놨다.
여기서 따져볼 게 있다.
안철수 지지자 중엔 486세대와 그들의 부인들이 많다는 점이다.지난 2일 <MBN>은 “안철수 지지자들 중 40대의 44.5%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MBN>에 따르면 40대 안철수 지지자들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말한 사람이 36.1%, 진보라고 말한 사람이 27.4%였다. 그러나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이 38.3%, 문재인 후보 지지자는 44.5%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국경제>는 글로벌리서치와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 前후보의 사퇴 이후 그의 지지자 중 58.5% 가량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20.1%에 불과했다. 나머지 20% 가량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들은 40대와 50대, 서울 지역에서 크게 늘었다고 한다.
안 前후보 지지자 중 20대의 부동층은 16.4%, 30대는 19%, 40대는 27.6%, 50대는 26.9%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18대 대선의 결정적인 ‘표심’은 40대와 50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486세대’에게 달려있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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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오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 '부동층' 관련 기사.[네이버 검색결과 캡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도 40대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이번 선거는 ‘486세대’와 그들을 따르는 ‘2030세대’ 對 평범한 40대, 486세대에 반감을 가진 2030세대, 5060 이상 세대 간의 ‘표심 대결’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노년층은 이런 구도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반면 2030세대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대부분이 어릴 적 학교에서부터 ‘이미지 정치’와 ‘反박근혜’라는 ‘프레임’ 속에서 교육을 받은 탓에 ‘박근혜’와 ‘새누리당(한나라당)’을 거부하고 미워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현재 유머사이트 ‘일베저장소’와 ‘민통당’ 간의 ‘진지전’ 등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대선후보 지지자 간의 논쟁도 이런 ‘프레임’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사회생활 중인 20대나 현실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2030세대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의 원인이 40대 중 20% 가량에 불과한 ‘486세대’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80년대 대학 진학률은 동 연령층의 4분의 1, 현역 입대율은 3분의 1 수준이었다. 여기에 ‘민주화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시위에 주력하면서 학업도, 아르바이트도 쉬엄쉬엄할 수 있었다. 당시 취업은 대기업은 물론 정부기관조차도 교수의 ‘추천서’로 입사할 수 있었다. 공기업이나 7급 공무원 시험, 순경 임용시험 등에는 ‘대졸자’가 거의 응시하지 않았다.
이렇게 취업한 486세대는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닥친 뒤 윗세대들이 밀려나자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2005년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지고 집을 마련한 사람도 486세대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486세대는 이런 문제의 원인을 모두 정부나 사회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사교육 시장의 급팽창, 부동산 가격 거품, 성매매 산업의 범람, 노년층 부양 문제를 모두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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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털 사이트에서 486세대를 검색한 결과. 이들에 대한 2030세대의 반발은 심각한 수준이다.[네이버 검색결과 캡쳐]
이들의 주장에 반발하는 2030세대들은 아래와 같은 유머를 만들어 인터넷에 퍼뜨리고 있다.
486 : 토익 500점은 돼야지~
88세대 : 500점 됐어요~
486 : 애공... 미안.. 그사이 600점으로 커트라인이 올랐다.
88세대 : 600점 됐어요~
486 : 내가 저번에 600이라 했었나?? 700점이라고 한것 같은데?
88세대 : 700점 됐어요~
486 : 미안 미안 800이 요즘엔 대세더라
88세대 : 800됐는데요?
486 : 니 주위 봐봐 800 디게 많어~~ 그럼 경쟁력이 없지 않을까? 쫌만 더해봐 희망을 갖고~~
88세대 : 900됐어요 (내가 ★신인가? 이 나라가 ★신인가?)
486 : 글로벌 시대잖니? 요즘엔 900기본에 해외연수는 갔다 와야....
88세대 : 토익 900 해외연수 1년 갔다 왔어요.
486 : 요즘은 기업에서 인성을 본다~ 해외 유학해도 싸가지 밥 말아 먹은 애들 많더라고~ 봉사활동은 좀 했니? 헌혈은?
88세대 : 토익900 해외연수 1년 각종봉사활동 헌혈도 많이 했어요
486 : 애구구... 미안 미안~ 저번에 그걸 깜빡했네? 인턴경험 있어야 된다고 말해준다는 게 그만..
88세대 : 토익900 해외연수 1년 봉사활동+헌혈+인턴경험有
486 : 그런데 글로벌 경제위기로 자리가 없네~ 어떡하냐?유머에 불과하지만 2030세대들에게 ‘486세대’는 이미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다. 그것도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기득권’이다.
이들이 18대 대선의 ‘열쇠’를 쥐고 있다시피 하지만 언론과 인터넷 포털에서는 ‘486세대’에 부정적인 이야기는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대신 문 후보와 안 前후보는 ‘2030세대’ ‘88만원 세대’를 위한 ‘젊고 깨끗한 후보’라는 ‘선전’만 가득하다.
이번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 두 명은 60대 초반이다. 여기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는 안철수 전 후보는 DJ정권도 인정한 ‘대표적인 486세대 기업가’다.
18대 대선에서 안 前후보의 뜻대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5년간의 미래는 국민 전체가 아닌 486세대와 20대 초반을 위한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486세대가 곧 '퇴직 연령'이 되고, 그 자녀들은 현재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이기 때문이다.
결국 IMF로 부모는 ‘정리해고’ 되고 본인들은 취업의 기회가 크게 줄었던 30대 중반과 40대 초반, 486세대가 만든 ‘프레임’에 갇혀 온갖 ‘스펙’을 마련하느라 뼛골이 빠지는 2030세대와 자녀 교육에 ‘등골이 휜’ 5060세대들은 영영 ‘회생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안보 문제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486운동권의 덕'을 많이 봤던 북한 정권은 지난 11월 17일 체제 선전 사이트인 '반제민전'을 통해 "486세대가 단결해 새누리당을 막아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선동하기도 했다.이 같은 모습을 지켜본 5060세대와 일부 2030세대, 우파 진영은 2030세대들을 보며 답답해하고 있다.
반면 '486세대'는 '허위선동'이며 '흑색선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18대 대선 이후 누구의 말이 맞을 지 알 수 없다.
허나 분명한 건 과거를 살피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