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보면 국민들보다 민주당이 더 놀란 모습이다.

    23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전격 사퇴 기자회견을 한 이후 민주당이 사실상 패닉에 빠졌다. 그토록 바랐던 ‘문재인 대선 단일후보’가 이뤄졌지만,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안 후보의 전격 사퇴 기자회견 이후 민주당이 공식 논평을 내놓은 것은 무려 한 시간이 지난 시각. 분 단위로 움직였던 문 후보 캠프의 긴장감을 생각하면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철수 후보께 큰 빚을 졌다.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


    특별한 언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이제는 어떻게든 안철수 지지자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 최우선이다.

  •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브리핑룸에서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브리핑룸에서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안 후보의 기자회견문이 예사롭지 않다.

    문 후보를 ‘단일후보’로 말했지만, 민주당의 정치행태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 묻어 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


    안철수는 끝끝내 단일후보 앞에는 ‘야권’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았다. 끝도 없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외쳤던 안 후보에게는 자꾸 ‘야권’이라는 카테고리를 묶으려 하는 민주당에 적잖은 불만을 보여 왔다.

    자신은 정치 쇄신의 아이콘이고 싶었지만, 문 후보는 끝까지 정권교체의 동반자 혹은 도구로만 치부했다는 감정적 표현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백의종군’. 그래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시작하겠다고 했다.

    어디로 돌아간다는 말인가? 그가 열망했던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졌다고 분명히 했다. 안 후보의 말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불만이 가득한 안 후보의 기자회견에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문 후보가 기자회견을 다음 날로 미루고 칩거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를 끌어안는 작업을 서두를 경우 자칫 그의 불만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정중한 예의를 갖출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


    하지만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사실상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두 후보는 토론회에서 다수의 정책에서 이견을 보였지만, 이에 대한 협의를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백의종군’ 하겠다는 사람에게 ‘총리직’을 제안할 명분도 없다.

    남은 것은 안 후보가 대승적 판단으로 문 후보를 지지 선언하겠느냐 하는 여부뿐이다.

    민주당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안 후보의 사퇴가 당장 문 후보에게 유리한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안 후보의 토라진 마음을 어떻게 돌리느냐 인데, 사실 지금은 방법이 없다. 차라리 보쌈이라고 해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