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하순 22사단 동해선경비대 임무교대…사건 발생은 1주일 뒤전방 GOP소초 ○○○ 중 ○개는 비어 있어…북한군 안다면 문제 심각
  • 지난 2일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며 대여(對與)․대군(對軍)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이 우리 전방부대의 이동상황을 꿰뚫고 있어 이 같은 귀순이 가능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 개연성은 바로 북한군 병사의 귀순 위치에 있다고.

    지난 2일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소초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내려온 곳은 육군 22사단 금강산연대 동해선경비대 관할 지역이었다.

    동해선경비대는 동쪽 CIQ를 경비한다고 알려진 부대다. 현재 우리 군이 경비하는 CIQ(접경출입국관리지역)는 개성공단으로 통하는 경의선 CIQ와 금강산으로 통하는 동해 CIQ가 있다.

    동해 CIQ는 관광객이 자주 드나드는 통일전망대 주차장 끝에 있지만 동해선경비대의 근무지역은 그보다 훨씬 북쪽이다. 이번에 북한군이 귀순한 동해선경비대 지역은 동부전선의 일반적인 지형과 달리 과거 금강산 관광을 위해 남북 모두 왕복 6차선 도로 너비로 뚫려 있는 곳이다. 이곳을 가로막는 건 3~4미터 가량의 철조망뿐이다.

  • ▲ 하늘에서 바라본 금강산 육로관광로. 북한군 경비병이 박왕자 씨를 살해한 이후 이 길은 막혔다. 이번 북한군 귀순 지역은 이 인근으로 보면 된다.
    ▲ 하늘에서 바라본 금강산 육로관광로. 북한군 경비병이 박왕자 씨를 살해한 이후 이 길은 막혔다. 이번 북한군 귀순 지역은 이 인근으로 보면 된다.

    지난 11일 정승조 합참의장이 국감에서 밝힌 데 따르면 북한군 귀순 병사는 처음 ‘동해선경비대’의 출입통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이에 반응이 없자 서쪽으로 30미터 떨어진 내륙 1소초의 출입문을 두드린 것이다.

    현장을 검열한 이영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해병 소장)의 이야기다.

    “동해선 경비대는 주간에 경비를 서고 야간에는 쉬는 부대로 오후 10시 이후 취침한다. 불침번 당번이 건물 내를 확인하러 다니다가 (북한군 귀순자가) 똑똑 두드리는 소리를 확인하지 못했다. 건물은 2층 규모로 견고하게 지어져 있으며 밖에서 내부와 연락하려면 벨을 누르게 되어 있다.”

    이 동해 CIQ경비대가 지난 9월 말 다른 부대와 임무교대를 했다. 통상적으로 전방 GOP 경계부대가 임무교대를 하면 해당 지역 경계근무에 적응하는 데 1~2주의 시간이 걸린다. 입대한 지 얼마 안 된 병사들은 선임병, 분대장 등과 함께 사전 교육을 받는다.

    이처럼 교대한 CIQ경비대가 지형지물에 적응하는 기간중이었던 것을 북한군 모두 파악했고, 이 상황을 북한군 내에서 공유했다면 귀순한 북한 병사도 이 시기를 노려 귀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합참의장에 따르면 귀순한 병사는 지난 9월 29일 오전 4시경 군사분계선(MDL) 북쪽 50km에 있는 자신의 부대를 이탈해 10월 2일 오전 8시 경 북한 철책에 도착했다고 한다.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 비무장지대(DMZ)를 지나 우리 측 철책에 도착했고, 오후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에 철책을 넘어 오후 11시 10분경 내륙 1소초에 도착했다고 한다.

    우리 군이 귀순 북한군의 신병을 확보한 시간은 오후 11시 19분 내륙 1소초였다.

    당시 내륙 1소초는 병력 부족으로 외부 경계 인원은 없었다고 한다. 북한군 병사의 노크 소리에 소대장과 분대장, 병사 등 3명이 뛰어나와 신병을 확보했다.

  • ▲ 육군 백두산 부대 GOP 철책의 모습. 이번 '노크 귀순'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이와 달리 해안도 끼고 있다.
    ▲ 육군 백두산 부대 GOP 철책의 모습. 이번 '노크 귀순'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이와 달리 해안도 끼고 있다.

    당시 사건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 지역 중 소초 한 곳은 ‘병력 부족’ 문제로 평소 비워두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22사단만 이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530GP 사건 등 전방부대 사건을 취재하며 확인한 결과는 전군이 경계 중인 ○○○개의 GOP 소초 중 ○개는 ‘위장 소초’라는 게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과거 GOP 소초에서 근무한 장병들 또한 “북한군이 우리가 임무교대한 걸 어떻게 아는지 ‘아무개 중령이 지휘하는 ○○대대 환영한다’고 스피커로 방송하는 걸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는 경험담을 자주 이야기한다.

    지금 이런 ‘보안 위험’은 더욱 심하다. 이제는 군의 부대이동에 대한 정보를 군 내부 협조자가 없어도 파악할 수 있다. 가족이나 여자친구로 위장하면 인터넷만 뒤져도 손쉽게 부대 이동상황을 알 수 있다.

    현재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왜소한 체구의 북한군 병사가 혼자서 3미터 높이의 철책을 4분 만에 넘을 수는 없다’며 온갖 음모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인터넷만 뒤져도 알 수 있는 ‘보안 문제’, 그리고 북한군이 훤히 관찰할 수 있는 CIQ 지역의 문제가 더 커 보인다. 무엇보다 지금도 비어 있는 전방 소초의 위치가 드러날 경우에는 심각한 안보공백마저 야기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