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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진영의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면에 내걸었던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당내 노선 갈등이 급기야 김종인 사퇴론까지 번지고 있고, 당의 대선전략 부재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며 친박 후퇴론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과거사 사과'에 이후에도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상태이다.
이쯤이면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여유를 보이는 점도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투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위기엔 공감…책임은 親朴이 져야"
지난 4일 박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대선패배 위기론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친박 쪽에서는 "이렇게 안 뛰는 선거는 처음봤다"는 목소리가, 다른 쪽에서는 "박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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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의 유승민 의원은 급기야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 당직자 등의 총사퇴를 요구하기 이르렀다. 유 의원은 지난해 말 '박근혜 비대위' 구성과 활동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박 후보와 거리를 뒀으나, 지난 2일 선대위에 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이러한 주장은 남경필 의원의 친박 후퇴론 제기로 촉발된 쇄신 요구에 불을 당긴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이 비판의 물꼬를 트자 다수 의원들은 캠프·지도부 인적쇄신, 박 후보의 인식 전환, 정몽준·이재오 의원 포용 등을 제안하면서 작심발언들이 꼬리를 물었다.
당의 대선 공약을 담당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도 5일 이러한 '새판짜기론'에 공감을 표하며 친박 후퇴론에 힘을 실었다.
"박 후보가 야당보다 한 달 먼저 후보로 확정된 만큼 오랫 동안 후보로 노출된데 따른 먼지를 털어내고 추석 전까지 지지율을 50% 초반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을 잊어버렸다. 그런 것을 예측 못했다면 선거전략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후보도 책임이 있겠지만 그렇게 엉터리로 보좌했다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박 후보는 '새판짜기론'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론 등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는 "당에는 항상 다양한 의견이 있지 않느냐. 지금은 내일모레가 선거이니 힘을 모아서 선거를 잘 치러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유승민 의원은 "친박 2선 후퇴라는 건 다 물러나더라도 박 후보가 모두 알아서 다시 하라는 건데 왜 안 받아들이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경제민주화 논의 뒷전…김종인 떠날까
당초 의원총회 논의 주제는 '경제민주화'였다. 12월 대선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 세부 정책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당내 이견이 워낙 큰 데다가 '새판짜기론'에 밀려 국정감사 이후에 재논의키로 했다.
당장 김종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의지도 없고 관심도 없다"며 경제민주화 정책 방향의 결정이 지연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더이상 경제민주화를 얘기 안하는 게 좋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한구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모두 발언에서부터 (경제민주화에 대해) 빈정거렸다. 이한구라는 사람이 원내대표를 하는 동안 경제민주화고 무엇이고 없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나는 적당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부 일도 해봤지만 이렇게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일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면 나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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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민 의원은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당지도부와 선대위원 등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 뉴데일리
다만 "국민행복추진위원장직을 사퇴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가 알아서 결심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1987년 개헌에서 경제민주화 조항 마련을 주도한 김 위원장은 지난해 '박근혜 비대위'에 합류한 이후 총선·대선에서 사회 양극화해소와 국민통합 실천방안으로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왔다.
박 후보는 당내 경제민주화 논란과 관련해 "경제민주화는 확실히 실천할 것이다"고 했다. 박 후보는 그동안 경제민주화를 두고 수차례 설전을 벌여온 김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사이에서 중간적 입장을 취해왔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된 데에는 박 후보의 '방관'이 한 몫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즉 박 후보가 입장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 갈팡질팡 朴…쇄신 출발점 '박근혜'가 돼야
박 후보의 '새판짜기론' 거부는 쇼(show)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친박이 2선으로 물러나더라도 당내 주류이자, 캠프에 깊숙이 자리한 친박색을 지울 수 없을 것이란 의미다.
캠프 실무진 중 대다수가 친박계 의원 보좌진으로 구성돼 있는 등 사실상 친박 의원들이 빠지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되레 '권력싸움'으로 비춰 분란만 일으킬 수 있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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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증폭되고 있는 '패배 위기감'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쇄신의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얘기다. 시간이 없다고 덮어둔다면 할 일은 없다. 그 출발점은 '박근혜' 자신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새로운 시도가 될만한 제언이 많이 올라갔지만 후보가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했다. 여전히 변화에 주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변화는 꼭 파격적일 필요는 없다. 후보 자체가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된다. 국어책을 읽는 듯한 딱딱한 화법을 벗고, 직접 SNS로 소통하는 것도 변화이다.
'100% 대한민국', '국민대통합'을 외치기 전에 비박계인 정몽준·이재오 의원과 갈등을 봉합해 선대위에 영입하는 일도 '박근혜의 변화'이다.
난국을 깰 열쇠는 박근혜 후보가 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