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된 논란 잠재웠지만 '미봉책' 지적 잇따라朴 "다시 뛰자" 했지만…골프장·방송펑크·통제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9일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9일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양호상 기자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촉발된 '대선 패배 위기론'이 첫번째 고비를 넘긴 모습이다.

    박 후보는 오는 11일 중앙선대위 인선발표에서 국민대통합위원장직을 직접 맡아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민주당 한광옥 전 고문(국민대통합위원장 내정자) 간의 대치국면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복안이다.

    또 '경제민주화'의 방향을 두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갈등으로 닷새간 업무를 보이콧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복귀를 이끌어냈다. '친박후퇴론'을 핵심으로 한 인적쇄신요구에는 '인(人)의 장막' 논란의 대상이 된 최경환 비서실장이 자진사퇴하고 탈박(脫朴)인사인 김무성 전 원내대표에게 총괄선대본부장급의 중책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얼핏보면 노출된 '논란'은 잠재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후보의 '폐쇄적 리더십'에 변화 징후가 없고 무엇보다 당이 긴장감없이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시봉합'으로 현재 위기를 넘기더라도 70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함께간다는 뜻이다.

    ◈ "김무성 온다고 되나? 근본적으로 박근혜 바뀌어야"

    과거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구로갈릴리교회 목사는 10일 "김무성씨가 온 들 새누리당이 바뀌겠나. 근본적으로 바뀔 사람은 박근혜 후보이며, 이 분의 리더십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의 리더십이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어서 모든 당의 논의기구라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당이 바뀌어야 하고, 당이 바뀌려면 박 후보의 생각과 당 운영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 인명진 목사

    인 목사는 또 "박 후보가 현실인식이 동떨어지고 대처가 늦다. 이는 주변에서 보좌하는 사람들, 소위 '문고리 권력'을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안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9일 굳은 표정으로 당 정치쇄신특위가 마련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 참석해 앉아있다. ⓒ 양호상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9일 굳은 표정으로 당 정치쇄신특위가 마련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 참석해 앉아있다. ⓒ 양호상 기자

    이는 박 후보가 처음 98년 정치권에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지근거리에 있던 '보좌진 4인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46) 보좌관은 정책, 이춘상(47) 보좌관은 SNS분야를 담당한다. 정호성(43) 비서관과 안봉근(46) 비서관은 각각 메시지와 수행을 맡고 있다. 

    이들은 10년이 넘는 세월을 박 후보 가까이에서 외부와 통로 역할을 해왔다. 소위 실세라는 측근 의원들조차 '4인방'을 거치지 않고는 박 후보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전언이다. 이들에게는 '의원보다 센 보좌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아버지의 죽음에는 '배신'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를 나온 뒤, 박 전 대통령의 참모와 우연히 만나 반갑게 인사했는데 싸늘한 인사가 되돌아 왔다는 일화는 유명하지 않는가. 어떨때 보면 능력보다 충성심이 우선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1인지배 체제'에 대한 문제점은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순형 전 의원도 지적했다.

    조 전 의원은 "박 후보의 위기 근본 원인은 1인 지배 체제, 즉 박 후보의 리더십에 있다. 박 후보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 득표율 84%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정치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경선은 5년 후 차기 대선 주자를 배출하는 장(場)이 돼야 하는데, 이때 벌써 새누리당의 적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했다.

    ◈ 초조함 없는 與…골프 즐기고, ·방송 펑크 내고, 언론 통제하고

    박 후보 본인에게 '리더십'이 문제라면 후보를 둘러싼 주변 인사들 '느슨함'과 '과잉충성'이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지난 3일 개천절에는 새누리당 의원 10여명이 함께 골프를 즐겼다. 박 후보가 직접 추석 민심 점검회의를 주재 소속 의원들에게 총력을 당부한 지 만 하루만이었다. 대다수가 선대위 소속 의원들이었다.

    중앙선대위 공동부위원장인 유기준 최고위원·남경필 의원, 국민행복추진위 실무단장 이종훈·강석훈 의원, 황영철 대표비서실장, 공보단 서용교·홍지만 의원 등이다. 

    지역 언론이 취재에 나서자 식사모임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참석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참석자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결국 그의 말대로 '첫발'은 언론이 아닌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에 의해 알려지게 됐다. 

    '해이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박근혜 캠프에서 역할을 맡은 한 의원이 방송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피로감 때문에 출연하지 못하겠다"고 해 방송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의원 개인으로서 출연하는 자리가 아닌, '박 후보의 XXX'라는 타이틀을 업고 출연하는 자리인 데도 이를 번복하려 해 후보 주변은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인사는 결국 나중에 결심을 바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9일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9일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이밖에도 박 후보를 향한 과잉충성은 주변마저 불편하게 한다.

    대선후보로 결정된 뒤 외부 공개일정이 잦아지면서 캠프인사·당직자·지역의원들의 박 후보를 바라보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다. 한 간담회 장소에서는 현역 의원이 '그림(영상·사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의자에 앉아 취재 중인 기자에게 자리에서 비켜나라고 요구했다.

    유사한 일은 반복해서 벌어지고 있다.

    10일 박 후보와 김문수 경기지사의 단독 회동 자리에서는 기자들의 현장취재를 제한했다. 항의가 줄을 잇자 풀기자(Pool·대표기자) 4명을 통해 취재가 이뤄졌다. 이후 박 후보와 김 지사가 이동할 때는 '좋은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풀기자도 후보에게 가까이 따라 붙지 말라"는 요구가 뒤따랐다.

    닷새 전인 5일 새누리당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지방취재 풀기자단 구성 요구에 "왜곡된 언론관과 빈약한 공인의식을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측은 4일 호남방문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풀 기자단 구성을 요구한데 이어 취재된 내용 가운데 몇몇 구절을 삭제 하거나 수정 해달라고 요구했다."
     - 최수영 수석 부대변인 

    안 후보 측의 취재내용 삭제·수정 요구에 대한 비판이 초점이었지만 풀 기자단 구성 요구도 문제점으로 인식, 지적한게 새누리당이었다. 그런 새누리당이 정작 자당 취재 기자들에게 같은 요구를 내놓고 있다. 

    '좋은 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박 후보 주변에 기자들을 물려야 한다는 논리라면 새누리당도 '빈약한 공인의식'을 가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에 이정현 공보단장은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지 취재에 불편함이 크다는 것을 세밀하게 파악했으며 기본적인 문제점 몇 가지를 발견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