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검증공세 회피와 출마명분까지 동시에..여야 정치권 모두 겨눈 칼끝새누리-박근혜 피해 불가피, 추격하던 민주통합-문재인에게 찬물 끼얹어
  • 노련한 엎어치기! 

    '백면서생' 풍 안철수 측이 나름대로  구사한 정치기술 한 수(手)가 대선정가를 강타했다.

    6일 안철수 서울대교수 측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는 역으로 사실상 18대 대선 출마선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새누리당의 허를 찌르는 '기습공격'을 가하면서, 박근혜 측으로부터 이른바 ‘협박’을 당했다는 주장을 통해 최근 고조된 '안철수 검증파고'를 슬쩍 피하는 고(高)난이도 '무공'을 구사한 셈이다.

    언뜻 보면 무려 '1타 3피'의 이득을 올린 것으로도 분석된다.

  •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첫째로 그동안 검증 공세에 시달리던 상황에 반전을 꾀하게 됐다.

    안 교수의 BW의혹, 재개발 딱지 의혹, 포스코 이사회 의혹 등 수많은 거짓말 논란 공격을 역으로 되받아 친 것. 개인적 자질에 대한 검증 공세 불길을 잡게 되면, 오히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 상당수의 혐오감을 바탕으로 공세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출마 명분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동안 몰아치는 검증공세와 민주통합당의 끊임없는 구애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게 안철수 측이었다. 독자 출마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홀로 나섰다가는 민주통합당까지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 덕분에 안 교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출마 선언을 할 수 있게 됐다.

    "왜 그동안 출마선언을 미뤘나?"
    "너무 늦게 출마선언을 했는데 대선 정책을 마련하거나 검증받을 시간이 부족하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눈치보다가 기회를 노린 것이 아닌가?"

    안 교수의 출마선언과 동시에 쏟아질 이 같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당한 사회에 정의를 세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단지 그동안 해왔던 특유의 천연덕 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이렇게만 얘기해도 여론의 감성을 한번에 움직일 수 있다.

    셋째로는 민주통합당과의 단일화시기를 더 미룰 수 있게 됐다.

    안 교수 입장에서는 제 아무리 개인 인기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제1야당의 조직력과 자금력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번 사안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민주당측의 단일화 종용을 최대한 뒤로 늦출 수 있는 명분과 계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남의 집에 알까는 이른바 '뻐꾸기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풍파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일격을 당했지만,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역시 일정 부분 타격을 당했다.

    왜?

    POINT!

    안철수의 이번 한 수는 겉으로는 새누리당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민주통합당을 노린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선 구도를 박근혜 VS 안철수로 굳혀버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필적 고의!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이 막 시작되던 시점에 안 교수는 ‘힐링캠프’에 출연해 시작부터 초를 쳤다.

    덕분에 경선 내내 누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느냐가 아니라 안철수와의 단일화는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관심사가 됐다.

    겨우겨우 '문재인 대세론'에 힘을 싣기 위해 민주통합당은 총력을 기울였지만, 가장 중요한 광주·전남 경선이 있는 날 안 교수가 결정타를 날렸다.

    최근 야권후보 선호도에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를 따라잡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안 교수 측의 정치적 전략은 실로 뛰어나다 할 수 있다.

    때문에 정치구도상 박근혜에 대항마가 누구냐는 질문에 국민 여론은 피해자인 안철수 교수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