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친고죄’라는 법률 미비점…합의하면 ‘솜방망이’2~3년 사이 언론이 문제제기하면서 신고율 ↑ 담당인력은 제자리
  • 5일 언론들은 “최근 5년 동안 강간과 성추행 등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은 범죄자 9천여 명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겨우 그 밖에 안 될까.

    우선 경찰청의 통계를 보자.

  •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강간과 강제추행 등 범죄 발생 건수는 8만1,860건. 이중 피의자가 검거된 사건은 7만2,671건이다. 9,189건(11.2%)의 성범죄자가 잡히지 않았다.

    2011년 범인이 검거된 1만6,404건의 강간·강제추행 사건을 보면 1만5,618명이 단독범, 786건이 2명 이상이 저지른 범죄였다. 5명 이상이 집단으로 저지른 성범죄는 67건이었다.

    피의자를 잡지 못한 사건 수는 2007년 1,277건에서 2011년 3,094건으로 2.4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범죄자 검거 실패율은 9.5%에서 15.9%로 치솟았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강제추행 범죄는 7,395건이 발생했는데 385건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2007년에 발생한 857건 중 검거에 실패한 사건은 46건이었지만 2011년에는 발생 2천54건 중 미검거 사건이 139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검거 실패율도 같은 기간 5.4%에서 6.8%로 높아졌다.

  • 같은 기간 전체 성범죄에서 아동과 청소년이 피해자인 경우는 6.4%에서 10.5%로 크게 늘었다.

    이를 보고 언론들은 ‘경찰의 수사망에 허점이 있다’며 관계 기관들을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경찰보다 법률상 문제가 더 크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범죄 신고율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지난 2010년을 전후로 언론들이 성범죄를 주요한 사건으로 다루며 보도하기 전까지는 그 비율이 더 낮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범죄 신고율이 낮은 이유는 바로 ‘친고죄’ 때문. 이는 성범죄가 일어나도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경찰이 나서서 수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지인 또는 가족에 의한 성범죄는 쉬쉬하며 파묻히는 경우가 많다.

    학교나 보호시설 내 성폭력의 경우에는 ‘도가니’ 사례처럼 학교 측이 피해 학생에게 “학교의 명예가 달린 일이니 조용하게 넘어가자”고 종용하는 경우가 많아 파묻힌다.

    법원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를 하면 대부분 풀어주거나 ‘없던 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의 지적이다. 

    "성범죄를 무조건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바뀌면서 피해자의 신고가 크게 늘었는데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경찰력이 부족하다 보니 검거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인력을 충원해주고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주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다."

    한편 아동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계기로 ‘방범비상령’을 선포한 경찰은 더욱 바빠지게 됐다. 경찰은 앞으로 경찰서 단위로 미해결 연쇄 사건 등을 재점검해 ‘미제 사건 수사 전담팀’을 편성하고 원점에서 재수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