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영입리스트' 등장…박정희식 경제모델 긍정평가경제민주화 주도권 놓칠까, 김종인 "장하준 뭐 대단하다고…"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박 후보 측이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박 후보 측이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양호상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박 후보 측이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후보는 4일 “장 교수의 주장에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며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저자인 장 교수는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꼽히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장 교수의 영입으로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대선공약인 ‘경제민주화’를 뒷받침하고 중도로 외연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경선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은 지난 4월에 이어 지난달 잠시 귀국한 장 교수와 한 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전 위원장은 장하준 교수 외에도 진보진영 인사가 다수 포함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경제민주화 관련 진보 성향 그룹에는 정태인 전 청와대 참여경제 비서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있는데, 그중 장하준 그룹이 가장 합리적이다.”
    - 홍사덕 전 선대위원장

    그는 “이들의 저서를 읽어보니 담론 중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지혜가 많이 있다. 100% 대한민국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정 전 비서관은 대선을 앞두고 정책보고서 성격의 <리셋 코리아>를 출간했으며, 장 교수는 현재 평균 임금의 37%인 최저임금을 5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 등의 복지 담론을 제기했다.

    ◈ 박근혜 "장하준 교수 주장에 공감가는 부분 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장하준 교수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4일 전해졌다. ⓒ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장하준 교수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4일 전해졌다. ⓒ 정상윤 기자

    박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오찬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제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도 있다”며 영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영입을 위한 개인적인 접촉에 대해서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전에도 (영입을 위해) 누구를 만난다는 얘기들이 쭉 있었는데 저도 모르는 일이다. (홍사덕 전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한 것으로 보면 된다. 훌륭한 경제학자이고 갑자기 보도가 됐다.”

    직접 영입대상의 생각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제가 '저분은 어떨까' 생각을 하면서 만나고 앞으로도 계속 찾아다니면서 당에 좋은 분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고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의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질문에 “그 분 책도 읽어봤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고 답했다.

    ◈ ‘장하준 영입론’ 꾸준히 등장…왜?

    당내에서는 경선 이후 ‘대선 영입리스트’에 장 교수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장 교수가 야권과 접촉면이 넓지만 정책적인 면에서는 박 후보와 맞닿아 있는 점이 많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지난달 홍사덕 전 위원장은 “장 교수와 (진보적 시민단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제기하는 주요 (복지) 담론을 5년 안에 반영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 교수는 대기업의 순기능을 옹호하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재벌 해체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장 교수가 민주당보다 박근혜 후보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방향과 더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장 교수가 이례적으로 박정희식 경제모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점도 박 후보와 접점을 이룬다.

    박 후보측은 장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아버지인 장재식 전 민주당 의원도 접촉하며 열을 쏟고 있다.

    장재식 전 의원은 “박 후보측 핵심 인사가 도와 달라고 했다. 아들이 판단할 문제지 내가 해라마라 할 순 없다”고 했다.

  • ▲ 21일 오후 정동 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열린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의 강연에서 장하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1일 오후 정동 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열린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의 강연에서 장하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 교수는 그동안 대기업 집단의 역할과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해 왔다.

    장 교수는 지난달 21일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 주최로 열린 초청강연에서 민주당의 재벌규제 논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재벌 통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재벌 규제 논의가 자꾸 지배구조 문제에 치중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아니고 그보다는 시민권 개념에 근거를 두고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장 교수는 특히 “산업정책, 중소기업 고유 업종 지정, 공정거래법과 같은 제도로 재벌을 규제해야지 어느 집안을 쫓아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 경제민주화 주도권 경쟁? 김종인 “그 사람, 마음에 안든다”

    다만 당장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를 견인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이러한 영입움직임에 불만을 노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한 개혁 성향의 외부 인사를 찾고 있으나 장 교수에 대해서는 ‘견제구’를 쏟아내고 있다.

    “장하준 교수가 뭐 대단하다고 그러느냐….”

    김 위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난 그 사람 (장 교수)이 요즘 말하고 다니는 거 보면 별로 마음에 안든다. 홍사덕 전 위원장이 (장 교수를) 데려다 어디에다 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이라며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의 이러한 반응이 ‘경제민주화’ 주도권을 장 교수에게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경제학자가 새누리당으로 들어올 경우, 개혁적 내용의 대선 정책과 공약을 주도권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는 상황이 오지 않겠느냐”
    - 박 캠프의 한 관계자

    장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버지는 민주당 출신으로 3선 의원을 지낸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대중 정부시절)이다.

    그는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뮈르달상과 레온티예프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대표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세계화’와 ‘개방’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조류에 대한 반박논리를 제공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장 교수는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들을 경제 상황의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경제학이론인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을 구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