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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에 잠긴 법원행정처장, 2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민의 눈높이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사법 역사상 최초의 대법관 후보자 낙마의 후폭풍이 거세다. 일차적으로 대법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등을 걸러내는 대법원의 역할이 부실했다는 비판의 강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사전에 김병화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탈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사법부의 도덕불감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은 2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김 후보자 낙마의 결정적 원인이 된 위장전입과 탈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제청을 건의할 당시에는 낙마할 만큼 결정적인 하자로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보자 제청 당시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제청을 건의했다. 도덕성에 큰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라고 봤다”
“(위장전입 및 탈세)시기와 경위, 내용 등 여러 가지를 종합했을 때 부적격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탈세 사실을 알면서도 제청을 건의한 배경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위장전입은 20~30년 전 일이었고 경제적인 혜택도 없었다. 다운계약서도 결과적으로 세금을 적게 낸 부분이 있지만 10여 년 전 일어난 일”
“본인이 시인한 정도의 사안이라면 (국민들이)이해해 주실 줄 알았다”
이번 사건을 놓고 법원 주변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악재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차 처장의 이날 발언처럼 사법부의 검증 눈높이가 너무 낮았다는 반성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번 일이 오히려 ‘좋은 약’이 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당장 앞으로 있을 후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추천에 있어 대법원의 검증 강도가 한결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법조경륜과 능력 못지않게 도덕성이 후보자 추천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 후보자 사퇴에 따른 후임 대법관 후보자 인선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다음 주 초 대법관 후보자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후보자를 재선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새로운 후임자 제청까지는 앞으로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법관 공백으로 인한 대법원의 장기 파행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