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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경선 후보의 19일 부산 방문의 초점은 '여성 일자리'에 맞춰져 있었다.
이날 세번째 대선공약으로 여성정책을 발표한 뒤 19대 국회 출범직후 빚어진 PK(부산경남)·TK(대구경북) 간의 신공항 갈등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놨지만, 그외 다른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대구 방문에서 밝힌 뜻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이뤄졌다.
"대선 공약으로 할 만큼 국가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지만 (지역 간) 분열을 일으킨다면 지양해야 한다.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초청해서 토론한 뒤 객관적으로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 때 추진해야 한다."
같은 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권출마를 시사하하는 내용의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펴낸데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 朴, 안철수 사실상 출마 선언에 "…"
박 후보는 그동안 안 원장에 대해 "제가 평가할 것이 없다. 그 분이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지만 안 원장이 사실상 정치인, 나아가 대권후보로서 '검증'을 받지 않은 데다가 정치·경제·대북·외교 등 폭넓은 현안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안 원장은 이러한 시각이 여론 전반에 반영되자 자신을 향한 '비판적' 혹은 '유보적' 시선을 책 출간을 통해 타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는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한 시각과 정책구상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특히 정치권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에 대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안 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우선순위로 재벌개혁을 꼽았다. 민주통합당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국 사회에서 재벌 그룹은 사실상 현행 법규상 초법적인 존재이다. 재벌 체제의 경쟁력은 살리되 내부 거래 및 편법 상속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는 등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는 순환출자금지와 금산분리 강화를 강하게 주장했고,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 대해서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후보는 순환출자금지를 신규에 한해서 금지하겠다는 입장이고 민주통합당은 기존의 순환출자제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 朴-安, 복지-일자리 '유기적 관계' 의견 일치
안 원장은 복지에 관해서는 '배분'에 관점이 아닌 일자리와 복지가 긴밀히 연관되는 선순환을 이야기 했다. 이는 박근혜 후보의 논리와 상당히 유사하다. 박 후보가 지난 10일 대선출마 선언에서 핵심과제로 꼽은 복지와 일자리 역시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이른바 '맞춤형 복지'로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을 위한 일방적인 분배가 아니라, 일자리 제공을 통해 '자립'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끌어줘야 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특히 두 사람은 복지에 관해서는 흡사한 부분이 많다. 박 후보가 행정·교육에 이어 이날 세번째로 내놓은 여성분야에는 일자리 정책이 크게 할애돼 있다. 그는 구체적으로 평균소득의 120%에 해당하고 '일하는 엄마가 있는 가구'에게 자녀장려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자녀장려세제는 근로장려세제와 비슷한 개념으로 자녀를 가진 여성이 일정한 근로활동을 했을 때 추가로 세금을 돌려주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연간 소득 4천만원 이하의 가구에게 연간 최대50만원의 세금환급을 한다는 구상이다. 기존의 저소득층에게만 적용되던 근로장려세제과 중복수혜가 가능하며, 육아로 인해 여성들이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일자리와 복지 두마리 토끼를 겨냥했다.
반면 안 원장은 취약계층의 대상 복지를 우선 강화하고 민생의 핵심영역에서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중산층도 혜택을 봐야 한다는 관점에서 박 후보의 '평균소득 120%' 범주가 접점이 된다.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부분도 맞닿아 있다. 박 후보는 '5년 계획'으로 구상을 내놨고 안 원장도 해마다 혜택을 늘리는 쪽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 안철수 "장거리 1등" 출마결정 늦어도 대통령 자신있다?
안 원장은 이 책에서 자신의 유년시절을 언급하며 "단거리 경주에서는 번번이 지지만 장거리에서는 1등을 차지하게 하는 강한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출마 결정이 늦어지면서 '우유부단'하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출마 선언이 늦어지더라도 다른 후보를 제치고 당선될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저서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상세히 밝힌 점을 들어 사실상 대권 출마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후보 측 관계자는 두 주자 간의 정책이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 '구상'은 비슷할 수 있어도 '정책'이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랜기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세부적인 사안까지 마련한 안과 대선 출마에 임박해 급하게 만들어진 정책이 같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안 원장이 완전히 출마 선언을 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책 출간 만으로는 (박근혜 후보가) 입장을 밝히는데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 정책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해서 구분이 안갈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안다. 오랜기간 재원조달 방안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마련한 후보와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하는 분과 같을 수 있겠는가. 만약 안철수 원장이 출마 하면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텐데 그때는 확실하게 비교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