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함승희 포럼오래 회장…7인회 김기춘이 '가교' 역할김종인·강석훈 등도 참여…"인재양성·국가아젠다 구축이 목표"
  • ▲ 함승희 전 의원이 17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 함승희 전 의원이 17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는 쉽지 않다"고 했다. ⓒ 뉴데일리

    5년 전이다. 2007년 7월 12일 '박근혜 입'으로 불리던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돌연 이명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북핵 위기를 계기로 이미 박 후보의 지지율이 10%p 이상 빠진 상황이었다. 이튿날 민주당을 탈당한 함승희 전 의원은 박근혜 후보 진영으로 합류했다. 대세를 따르는 정치의 생리를 고려하면 의외였다.

    함 전 의원은 지지 선언에서 도덕성과 청렴성을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으로 꼽았다. 선거법위반으로 '금배지'를 한차례 날리고, BBK의 실소유주 논란이 일던 이명박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앞서 이 후보 캠프 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센' 발언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5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는 박근혜 후보를 두고 '항심(恒心)'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박 후보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높이 사고 있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경선 후보의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포럼 오래>를 이끌고 있는 함승희 전 의원을 17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내가 선대본부장도 아니고 말할 입장이 아닌 부분이 많다"고 조심스러워 했으나 과거 국회의원시절 '쓴소리'가 별칭으로 붙었던 것처럼 막상 인터뷰가 진행되자 발언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 2007년 이명박 캠프에서 먼저 합류 제의를 받고 박근혜 캠프로 갔다.

    "당시 박근혜 후보와 아주 진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 (그를) 떠날 때였다. 나는 국회의원 활동을 하며 오가며 본 적은 있지만 인연도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김기춘씨가 '차나 한잔 합시다'해서 갔는데 박 후보가 나와 있었다.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하는데 정말 도와달라는 표정이었다. 국회의원들은 (습관적으로) 양손으로 악수를 하고 잡고 흔들고 하는데, 정중하게 앉아서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민주당을 하던 사람'이라고 하자, '그냥 저 좀 도와주시면 힘이 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런 대화를 하기 위해 만나려고 했던게 아니었는데 그 자리에서 수락하게 됐다.
    진정성에 이끌렸던 것 같다.

    MB쪽은 이미 사람들이 많았다. 그 쪽에서도 먼저 도와달라고 한 상태였으나 한 번 부패했던 사람이라 5년 뒤에는 보수가 다시 정권을 잡는데 걸림돌이 될 것 같았다. 결국 박 후보 쪽으로 가서 도와준 건 별로 없는데 도와주려고 마음 먹은 건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후보와 함 전 의원의 '다리'가 되어준 김기춘 전 검찰총장은 박 후보의 원로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 멤버이다. 검사출신의 함 전 의원은 2007년 경선 캠프에서 클린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후보 측의 사조직 동원 및 금품수수 의혹 등을 집중 제기했었다. 
     
    -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정말 줄줄이 구속됐다.

    "이명박 후보는 과거부터 사업 등으로 얽힌 사람이라 그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이 거의 비슷한 행태일 수밖에 없었다. 필연적으로 부패할 것이라고 봤다.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이 집권 중에 구속되는 상황까지 빚어지지 않았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朴, 실세 자처하는 사람 조심해야"

    - 박근혜 후보는 돈 문제나 도덕성 등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뜻인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앞으로가 문제다. 친인척 주변관리도 잘해야 하지만 소위 '실세'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을 조심해야 한다. 막후에서 돈·인물로 장난을 치는 사람이 끼어들 수 있다. 학연·지연 등을 총동원해 실세인 척을 하면서 여론조사에 필요하다는 둥 돈을 받고 다닐 수 있다. 캠프 내에서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선거가 끝나면 어마어마한 업보가 되는 것이다.

  • ▲ 함승희 전 의원이 17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 함승희 전 의원이 17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는 실세를 자처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뉴데일리

    - 지금은 실세 행세를 하고 다니는 자들이 없는가?

    "박 후보가 여러 차례 언급하지 않았나. 자신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 것은 다 거짓말이라고 했다. '실세'라고 자칭하는 놈은 다 사기꾼이니 조심하라는 건데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짓을 하려는 사람은 다 역적이다. 박 후보를 망치는 길이다."

    - 포럼오래가 안국포럼과 종종 비교가 되곤 한다.

    "안국포럼은 진작 다 없어졌다. 지금은 한 곳에 다 모여 있지 않느냐. (주요 인물들이 구속되면서 감옥에 모여 있다는 뜻)

    포럼은 특정정치세력과 유착이 되면 안된다. 현실정치에 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정치세력과 일정한 관계는 가질 순 있지만, 기존 포럼이나 단체 등이 집권을 위해 가는 것과는 다르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전액 회원들 회비로 운영된다."

    - 박근혜 후보의 장점은 뭐라고 보는가.

    "국가관과 패거리정치가 없는 점이다. 젊은 나이부터 국가를 마음에 두고 살았다. 아버지 덕이든, 아니든, 어린 나이부터 국가를 의식하고 살아왔다. 안보관, 국가관이 남달리 강하고 당할 사람이 없다. 5.16 발언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정치의 병폐인 지역구도 PK(부산경남)‧TK(대구경북)‧MK(목포광주)라는게 왜 나왔나. 공직사회 이권을 다 해먹은 것이다. 박 후보는 그런 면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크게 기대하고 있다. 이 부분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실망할 것이다."

    - 박 후보 주변에서도 '서강학파'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출신들이 지어낸 말이지 박 후보 입에서 서강대를 말한 적이 없다. 몇 사람이 모여서 자칭 서강학파를 말하는 것이라면 견강부회(牽强附會)다. 만일 박 후보가 서강학파를 만들고 대구 사람들 중심으로 정치를 한다면 나도 실망하고 그 정권의 미래도 어두워진다.


    ◆ 김종인‧강석훈 등 포럼오래 출신으로 朴 핵심

    함 전 의원이 이끌고 있는 포럼 '오늘과내일'(약칭 포럼오래)는 지난 2008년에 5월 출범했다. 제안은 함 전 의원이 했다. 다음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공부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역대 소위 문민화 된 정부는 제 관점에서 볼 때 다 실패한 정권이었다. 말로만 준비된 정권이라고 했다. 정권을 잡는데만 혈안이 됐지 국정 아젠다에 대한 준비가 미흡해 정권 초기부터 누수현상이 나타나고 실패하더라. 다음 정권부터는 누가 됐든 실패하지 않는 정권, 성공하는 정권이 돼야 한다."

    포럼오래는 공개적으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지는 않다. 두 달에 한 번 교수·연구원·실업가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하고 이를 모아 일 년에 한 번 정책연구집을 낸다.

    함 전 의원은 이를 두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다"라고 했다.

    서울 회원만 300명이고, 교수가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고 한 번 토론회를 하면 150명은 넘게 모인다. 전국에 총 9개 지부를 두고 있다.

  • ▲ 정치권은 함승희 전 의원이 이끄는 포럼오래는 박근혜 후보의 외곽조직으로 보고 있다. ⓒ 뉴데일리
    ▲ 정치권은 함승희 전 의원이 이끄는 포럼오래는 박근혜 후보의 외곽조직으로 보고 있다. ⓒ 뉴데일리

    정치권은 이 단체를 박근혜 후보의 외곽조직으로 보고 있다. 박 후보는 '포럼오래' 창립기념일 등 공식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지난 4월에 열린 함승희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는 축하편지를 보냈다.

    인물면에서 박근혜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이 많이 배치돼 있다. 김종인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고문으로 있고, 캠프 정책위원인 강석훈 의원도 '금배지'를 달기 전까지는 '포럼오래' 회원이었다.

    이에 대해 함 전 의원은 관계에 선을 그었다.

    "정치인과 유착이 아닌 관계만 하고 있다. 정책을 마련하면 반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회원 중에 현직 정치인과 공무원은 회원으로 받지 않는다. 공직으로 나갈 경우, 제명조치하고 명예회원으로 돌린다."

    '포럼오래'는 박근혜 후보의 집권유무와 관계없이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 일본의 마쓰시다정치경제연구소 등을 롤모델로 보고 있다.

    "국정 아젠다를 만들고, 현실정치에 집행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게 큰 두 축이다"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말 '박근혜 비대위'가 꾸려지자 비대위원으로 몇 차례 거론되기도 했다. 19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공천신청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순번'을 받진 못했다. 지난 5년 간 박 후보의 곁을 지키며 정책적으로 보조를 맞춰왔던 점을 고려하면 섭섭할 법도 했으나, 그는 되레 "다 역할이 있는 것이다"며 손사래를 쳤다.

    "주변에서 우리 정책을 현실화하는데 도움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막판에 권했는데 안하는 게 옳은 것 같다. 나는 외연을 넓히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면 된다. 새누리당 성향이 아니더라도 향후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천거하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본다."


    ◆ "박근혜, 대통령되기 쉽지는 않을 것"

    그는 박근혜 후보를 두고 만나면 만날수록 신뢰가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스스로가 신뢰를 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인기나 표를 얻기 위해 허튼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늘 똑같은 항심(恒心)이다. 일정한 마음이다. 선거를 많이 하다보면 표를 얻기 위해 겉으로는 위하는 척 하고 뒤에서 실속을 차리거나 행동 등을 하는 데 그런 점은 없는 것 같다. 감정의 기복이 크게 없어 보여 얼음공주라고 하는데, 그게 진심이다. 길게 보면 진심이 좋은 것 아닌가."

    그는 박 후보가 인물 대결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여느 후보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하면서도 승리를 낙관하지는 않았다. 결국 대선이 세력 간의 대결인 49대 51의 싸움이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물로 대결하면 문제가 없다. 지난 5년 간 공부도 많이 했다. 콘텐츠도 확고해 당할 사람이 없다. 문재인 의원이나 안철수 교수가 언제부터 정치를 고민하고 대통령으로 거론이 됐는가.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는 진영 대 진영 싸움이 된다. 아무리 MB와 차별성을 두려고 해도 이쪽은 보수가 되고, 저쪽은 안티(Anti)보수가 된다. 진영 대결로 하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