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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김문수 경기지사가 경선 참여 발표를 위해 모습을 드러낸 12일 새누리당 당사. 김 지사의 상반신에 매어진 넥타이에 시선이 쏠렸다.
‘파란색’
새누리당, 아니 전신인 한나라당의 엠블럼 색깔이다. 빨간색으로 변신한 새누리당이 출범한 이후 의식적으로 라도 빨간색 넥타이를 매던 김 지사였다. 마음에 들던 안 들던 조직의 규율을 따라야 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이었다. 측근들은 속칭 이를 김 지사의 ‘곤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김 지사 나름대로 온통 빨간색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던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선언식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조용하나마 연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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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2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경선참여를 발표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그동안 줄곳 매왔던 빨간색 넥타이를 풀고 파란색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 뉴데일리
“오랫동안 깊이 생각한 끝에 모든 것을 비우고 저에게 주어진 사명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김 지사는 경선 참여 발표에서 이 말을 통해 그동안의 심경을 표현했다. 경선 참여 여부를 고민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이 ‘사명감’이었다.
대중에 비춰지는 모습에서 김 지사의 권력에 대한 욕심은 배제하고 싶었다.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어떻게든 박 전 대표를 깎아내리려는 사람으로 몰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찌됐든 대권을 두고 싸우는 경쟁자였으니까. 하지만 경쟁자로조차 봐주지 않는 여론에 적잖이 실망했다.
남은 것은 자존심이었다. 지독히 보수적인 경상도 남자가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스스로의 ‘가치’였다.
그러나 경선에 참여하든 하지 않던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은 없었다. 참여하지 않으면 판을 깨트렸다는 비난을 받을 테고, 참여했다가는 들러리로 전락될 상황이었다. 이왕 자존심이 무너진 상황에서 김 지사의 남은 선택은 어떤 것이 더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였다.
그래서 경선 참여를 선택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고, 김 지사 측근들의 목소리다.
그래도 끝까지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던 것 같다. 이날 김 지사가 매고 온 넥타이에서 느낄 수 있는 의지였다.
어느새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어버린 새누리당에서 과거의 한나라당의 추억을 꺼내든 셈이다.
"오빠"
박 전 대표에게 ‘내가 그래도 오빤데…’라고 했다가 한차례 호되게 된서리를 맞았던 김 지사다. 96년 첫 금배지를 단 김 지사가 98년 국회 입성한 박 전 대표에게 다시 한 번 ‘내가 한나라당(새누리당) 선배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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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 입당한 지 19년이 됐다. 그동안 국회의원 3번, 도지사 2번 공천을 받아 많은 은혜를 입었다. 이런 가운데서 개인의 이익을 따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김 지사는 약간은 섭섭함이 묻어난 이 말에서 오빠(혹은 선배)가 여동생(후배)의 길을 열어주는 대승적 결심을 했다는 것을 마지막까지 어필했다.
그의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는, 그의 허세(?)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빨간색으로 일통된 새누리당에 날아든 파란 넥타이가 더 선명한 색깔로 보색이 되기를 바라는 게 여권 지지자는 물론 국민의 바람인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