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리더십 ‘흔들’, 김문수 이회창 영입해 반격 노리나?김영삼 전 대통령 연일 朴 공격..비박계 원동력 가져올 수도
  • 정두언 사태를 겪으면서 새누리당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박근혜 리더십’…과연 튼튼한가?

    구체적인 뚜렷한 움직임은 아니지만, 이번 변화는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항하는 세력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기점이 됐다.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믿었고, 통과 안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 박 전 대표, 16일 관훈토론에서

    당을 온전히 장악한 줄 알았다. 1인자의 눈 밖에 난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박 전 대표의 말에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전혀 달랐다. 총 투표수 271명 가운데 찬성은 74표에 불과했다. ‘불통(不通)’이라는 치명적 비판에 직면한 박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반감이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이 반감을 가진 세력을 이끌 사람이 과연 나타나느냐다. 비박계라는 말이 반(反) 박근혜라는 단어로 격상될 수 있는지에 정치권 관심이 모이는 분위기다.

    ‘친이계’라는 말이 사라지고, 이들이 비박계로 전락한 이유 중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바로 ‘네임 밸류’였다. 비박계에는 이명박이라는 이름을 대신할 정치적 거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 ▲ 정두언 사태를 겪으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의 리더십에 균열이 감지된다. 사진은 정두언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박 전 대표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정두언 사태를 겪으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의 리더십에 균열이 감지된다. 사진은 정두언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박 전 대표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이회창+김문수 파란당 재건 꿈꾸나?

    355만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얻은 표의 수다. 정당도 버리고 기호 12번으로 무려 15.1%를 얻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파워는 정치적 근거지인 충남 뿐 아니라 부산·경남에서도 아직 막강함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경선 참여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김문수 경기지사 측이 이 전 총재와 물밑으로 접촉한다는 얘기가 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문수’라는 네임밸류가 박근혜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회창이라는 정치 거물을 모셔오겠다는 전략이다.

    김 지사 캠프 측 김동성 대변인의 말이다.

    “이 전 총재가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 같은 구상에 이 전 총재 측은 더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대선에도 출마를 검토 중이었던 이 전 총재는 이번 기회에 보수 정권의 재창출에 일조하는 것으로 정치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신이 만든 ‘자유선진당’이 이인제 대표의 ‘선진통일당’으로 완전히 탈바꿈했고, 과거 정치 거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향으로의 ‘귀소본능’이 작용한 측면도 읽힌다.

    만약 이 전 총재가 김 지사를 통해 새누리당 경선에 뛰어든다면 민주통합당에 비해 부족했던 경선 레이스의 박진감을 더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김종필 총재를 찾아가 입당원서를 받아내며 원로들을 끌어안았던 전략과 같은 방식이다.

    실제로 이회창 전 총재와 김 지사와의 인연은 사뭇 깊다.

    이 전 대표와 대선을 두 번 치렀던 최측근인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까지 경기도 산하 경기복지재단의 이사장을 지내며 김 지사의 복지 정책을 디자인했다.

    서 전 장관은 지난 4·11 총선에서도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이 전 총재의 지역구인 충남 홍성·예산을 물려받으며 인연을 이어왔기 때문에 김 지사 캠프와의 연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한 김문수 경기지사.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박근혜 전 대표에게 '칠푼이' 등 원색적인 비난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 자료사진
    ▲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한 김문수 경기지사.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박근혜 전 대표에게 '칠푼이' 등 원색적인 비난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 자료사진


    ◆ ‘박근혜는 칠푼이’ YS 또다른 분수령

    비박계 대권주자 김문수 지사가 꿈꾸는 ‘파란 반란’의 이면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대표적인 YS 키즈인 김 지사 입장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박근혜 때리기’는 효과가 쏠쏠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적 입김이 많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출신당의 유력 대권후보를 향해 ‘칠푼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박 전 대표 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김 전 대통령은 16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예방한 자리에서 한마디를 더 했다.

    “새누리당이 특정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영돼서는 안된다. 왜 자꾸 사당화 얘기가 나오는 지 모르겠다.”

    “내가 정치할 때도 언제나 주류와 비주류가 있었는데 비주류와 싸울 때도 항상 대화는 했고, 언제나 비주류에게도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지금 새누리당에는 이런 정당 민주화가 너무 안되어 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을 싫어하는 전직 대통령의 개인적 비난으로 칠 수도 있지만, 김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스탠스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상당히 뼈아프게 작용할 공산이 높다.

    4.11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격전지가 될 부산-경남 지역에서 YS가 갖는 영향력이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관된 전망이다.

    물론 김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 사이의 깊은 감정의 골을 생각한다면 YS-昌-김문수 라인을 쉽게 그리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는 새누리당 경선 일정을 생각한다면, 김 지사의 행보 속도에 따라 두 정치거물의 지원을 십분 활용하는 그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 ▲ 지난 12일 경선참여 선언을 한 김문수 경기지사. 김 지사는 이날 그동안 매던 빨간 넥타이를 벗고 파란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 자료사진
    ▲ 지난 12일 경선참여 선언을 한 김문수 경기지사. 김 지사는 이날 그동안 매던 빨간 넥타이를 벗고 파란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 자료사진


    ◆ 박근혜, ‘파란 반란’ 경선 흥행에 활용해야

    김 지사를 중심으로 한 파란 반란의 효과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나고 있다.

    16일 여론조사 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15일 실시해 공개한 대선주자 다자대결 지지도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1일 조사결과 대비 3.2% 포인트 하락한 40.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12일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 김 지사는 지난 조사 대비 3.3% 포인트 상승한 5.7% 지지율을 나타냈다.

    “김 지사는 경선 참여 선언으로 지지율 상승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강력한 대선 후보로 오랫동안 인식돼 온 박 전 위원장은 대선 출마선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당과 원내 불협화음 등에 따른 실망감과 견제 심리가 유권자들에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이재환 모노리서치 선임연구원

    여권에서는 이 같은 박근혜에 대한 반란을 박 전 대표가 경선 흥행에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나치게 좌클릭했다는 지적을 내놓은 보수층의 실망감을 비박계 후보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다시 돌려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불통(不通)이라는 이미지도 벗어던져야 하고, 독재라는 지적에 군소 후보들과의 화합으로 답해야 한다는 관점도 있다.

    박 전 대표 혼자서 종북좌파와 대한민국 수호우파 간에 벌어지는 건곤일척의 대회전인 12월 대선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빨강과 파랑이 조화롭게 뭉쳐진 태극기를 가슴에 품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면,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한나라당의 장점을 가져와 되살리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