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스킨십 강화, 의욕에 찬 모습 보여..모범생 'ㅂㄱㅎ'는 실종
  •  #1. 적극적인 스킨십…의욕에 찬 모습 

    10일 오후 12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경선 후보의 대선출정식이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오전 10시 식전행사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행사가 끝난 순간이었다. 이 때였다. 단상에서 내려온 박 후보는 출구로 빠져 나가지 않고 참석한 기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네기 시작했다. 그는 20여 분간 그 자리에 있던 100여명의 취재진들과 모두 인사를 나눈 뒤에야 그는 자리를 떴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박 후보가 여의도에 위치한 자신의 캠프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한 방송사에 생방송 출연을 마친 뒤 “인사드리려 왔다”며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일정이 있어서 금방 가야 한다”면서도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 ▲ 10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대통령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10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대통령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이튿날인 11일에는 대전으로 장소를 옮겼다. 자신의 첫 공약인 ‘정부 3.0’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당초 박 후보는 발표문을 읽고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둘러보는 일정을 갖고 있었다. 발표에 관한 질문은 정책‧메시지본부장인 안종범 의원이 맡기로 했었다.

    그러나 박 후보는 “그래도 제가 답변을 드려야지요”라면서 직접 질문을 받았다. 의욕에 찬 모습이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확실히 달라진 점은 이러한 스킨십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가 원래 자리(직책)에 있으면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후보 등록 전) 주자일 때와는 운신의 폭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계속될 변화를 예고했다.


     #2. 국회의원 시절엔 '모범생'…대선후보는?

    대권가도에 너무 집중했던 탓일까. 18대 국회에서 ‘모범생’으로 통했던 박 후보는 19대 국회 첫 본회의와 상임위에 연달아 불참했다. 대선행보와 국회일정이 맞물리면서 선택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11일 본회의에서는 정두언 의원의 ‘불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당의 쇄신드라이브와 자신의 대권가도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는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비대위에서 처음으로 의결한 쇄신안인데, 새누리당에 의해 부정됐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박 후보는 대권 지방투어의 첫 발로 ‘충청권’에 머물러 있었다. 박 후보 외에도 그를 수행하기 위해 이학재‧이상일 의원이 동행했다.

    12일에는 상임위원회도 불참했다. 18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그였다. 19대 국회 개원 이후 첫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과 같은 상임위에 배정돼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으나 끝끝내 자리하지 않았다. 

    ‘정두언 사태’에 따른 여론악화가 초반 대선 행보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모습이었지만 대권레이스에 몰입한 나머지 국회의원 직무에 불성실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3. 황우여 대표와 독대…당론은 박근혜 뜻대로

    박 후보는 13일에는 대구방문을 취소하고 ‘정두언 사태’를 논의하는 당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그는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육관련 공약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책 발표에 나설 경우 자칫 ‘마이웨이’만 고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의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불체포 특권을 누리게 된 정두언 의원의 처신 방향과 붕괴된 원내지도부의 재건안 등 논란에 대한 또렷한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3시간 여의 의원총회 토론이 무색하리만큼 ‘박근혜안’으로 당론은 모아졌다.

  • ▲ 13일 박근혜 대통령 경선 후보가 기자들과 만나 '정두언사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13일 박근혜 대통령 경선 후보가 기자들과 만나 '정두언사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새누리당은 정 의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탈당 등을 명시하지 않은 “책임지는 태도”를 요구했고, 원내지도부의 복귀를 최선을 다해 설득하기로 뜻을 모았다. 모두 박근혜 뜻대로였다.

    특히 박 후보는 2시간 여 의총 뒤 점심시간에 앞서서 황우여 대표와 약 10여 분 간 ‘독대’를 나눴다. 당내 최대 지분 보유자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했다.

    #4. 경선 싱거운 ‘추대’ 자리 안되려면

    체포동의안 파문이 수습국면에 들어갔지만 무엇보다 당 운영에서 박심(朴心)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박근혜가 나서면 그가 발언한 대로 상황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앞장섰던 김용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박근혜 사당화’ 논란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

    “특정 경선후보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당 대표가 그 가이드라인에 준하는 결과를 갖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 당이 특정 정파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새누리당은 내달 20일 전당대회를 열고 대통령 후보를 최종 낙점한다. 전일 마감된 후보등록에는 총 5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적어도 ‘추대’로 흐르지 않을 ‘숫자’는 채워지게 됐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누가 1등이 되기보다, 누가 2등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압도적인 1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 ▲ 13일 박근혜 대통령 경선 후보가 의원총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13일 박근혜 대통령 경선 후보가 의원총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국민들은 박 후보가 무난히 당내 대선주자로 발돋움 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 후보에게 용감하게 도전장을 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의 대선 시계(視界)가 본선인 대통령 선거일에 맞춰 있더라도 아직 경선후보일 뿐이다. 적어도 자신을 다른 후보들과 같은 동등한 대권주자로 생각한다면 당을 좌지우지하는 듯한 모습은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때 박근혜 후보 주변에서 경선무용론과 함께 ‘추대론’이 불거졌을 때 박 후보는 오만하게 비춰질 수 있다며 부담스러워 했다고 한다. 대선 경선이 추대대회로 가길 원치 않는다면 자신부터 ‘특별대우’를 멈춰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