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평에 6명이 살아보셨나요"

    한국에서 당하는 또 하나의 인권유린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 ▲ 한 탈북자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직접 밥을 하고있는 모습.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 연합뉴스
    ▲ 한 탈북자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직접 밥을 하고있는 모습.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 연합뉴스

    "저희는 12평 아파트에 6명이 살고 있는 탈북자 가족입니다. 저희가 만약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2009년 개정)이 바뀌기 전에 한국에 왔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더운 날씨에 쪽잠을 자지는 않았겠지요"

    이는 지난 2010년 자유의 세상을 꿈꾸며 사활을 걸고 탈북한 K 씨의 이야기다. 그냥 지레짐작 계산만 한다면 '머 2평에 한 사람이 자는데 왠 엄살이야'라고 하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은 화장실을 비롯한 주방, 옷장 등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는 전체 실평수를 말한다.

    모든 살림살이가 들어앉아 있을12평의 아파트에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 딸, 며느리, 그리고 손자가 함께 생활한다. 정말 지금과 같은 무더운 더위에는 상상만으로도 땀이 줄줄 흐른다.

    어쩌다 이들은 이 비좁은 아파트에 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닥다닥 붙어 생활을 해야만 하는 걸까.

    탈북자들은 어렵사리 탈출을 시도하여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 발을 들여놓고도 끝끝내 어렵게만 살아가야 할 운명이던가.

    실상은 이렇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2009년 7월말부터 주택당 거주 인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부부와 30세 미만의 미혼인 직계 비속’에서 ‘부부와 배우자를 동반하지 않은 직계 존비속’ 및 ‘직계 비속을 동반하지 않은 형제자매’로 골자가 전향된 것이다.

    이로써 이들은 북한의 열악한 거주지인 하모니카 집보다도 좁은 이곳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쉽게 풀이 하자면, 예전에는 30살을 넘긴 미혼인 형제가 함께 탈북하여 한국에 들어왔으면 주택이 따로 공급되었다. 더불어 배우자를 동반하지 않은 채 30살이 넘은 자녀와 함께 한국에 들어온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도 각자 별도의 주택을 배정 받았었지만 법률이 바뀐 이후부터는 불가능해졌다.

    지금은 현행법상 탈북자가 30세 이상이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부모와 한 집에 거주해야만 한다. 만약 K 씨의 가족이 2008년 무사히 한국으로 들어왔다면 할아버지, 할머니, 결혼한 아들 내외, 그리고 30살이 넘은 딸도 각자의 집을 배정받았을 것이다.

    당시 정부는 “현재 통계상 탈북자는 주택 1채당 평균 1.3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보통 3명가량이 사는 일반 임대주택의 거주 여건과 비교할 때 형평성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세대별 지원 기준을 바꾸기로 한 것"이라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임대주택에 5명 이상이 함께 거주하게 되는 경우 별도의 주택을 알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K 씨처럼 이러한 정부의 개정된 법규를 자세히 알고 자기 몫을 챙길 수 있는 탈북자가 과연 몇이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평생을 북한 체제에서 살아온 탈북자들은 겉으로는 성인이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 갓 걸음마를 뗀 어린 아이에 불과하여 처음 이 땅에 발을 붙인 그 순간에 국가로부터 주어진 것들이 전부인양 착각하며 갈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K 씨가 만약 탈북지원단체를 찾아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 하지도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었다면 그의 딱한 사정을 귀담아 들어줄 한국인들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탈북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통일부, 반면 통일부의 탈북자지원정책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탈북자, 이 두 집단의 사이에 갈수록 깊어지는 ‘이해 대립의 골’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단연 통일부가 쥐고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 정착 중이던 70대 탈북자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사건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그가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여 다시 북을 선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어머니로서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인 것이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찾은 자유국가를 쉽게 등지고 떠나 제발로 또다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그 행보에 대해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는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www.newfocus.co.kr = 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