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동부를 강타한 폭풍과 폭염으로 13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 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다.
    특히 전기공급이 재개되는 데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단전에 따른 불편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워싱턴DC와 메릴랜드,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 버지니아 등 동북부 4개 주 정부가 30일(현지시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DC 정부는 성명을 내고 "어제 발생한 엄청난 폭풍과 기온 급상승에 따라 비상상황을 선포한다"면서 "휴일인 7월 1일에도 수영장을 개방하고 폭염 대피소를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 9명으로 잠정 집계됐던 인명피해는 버지니아 6명을 비롯해 뉴저지 2명, 메릴랜드 2명, 오하이오·켄터키·워싱턴DC 각각 1명 등 모두 13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강풍에 날아온 나무에 깔리거나 침수된 전력설비에 감전돼 변을 당했다.

    폭풍 인명피해와는 별도로 테네시주에 사는 유아 2명이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됐다.

    전날 폭풍으로 워싱턴DC 인근 지역에는 휴대전화, 인터넷서비스 중단이 속출했다. 또 주유소와 대형 식료품점도 상당수 문을 닫는 바람에 주민들이 휘발유와 식수 등 생필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단전으로 냉방장치 가동이 중단돼 40℃에 이르는 폭염 속에서 어린이와 노약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AP통신과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테네시 동부지역은 최고기온이 41℃까지 치솟았으며 전날 볼티모어와 워싱턴도 40℃를 기록했다.

    펩코 등 현지 전력회사의 보고를 취합하면 폭풍으로 지금까지 이 일대 300만 가구에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밥 맥도널 버지니아 주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어젯밤의 폭풍은 버지니아 역사에서 허리케인 피해를 제외하고는 가장 광범위한 정전사태를 초래했다"면서 "오늘과 내일도 강력한 폭풍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전으로 인해 에어컨과 냉장고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무더위를 피해 인근 쇼핑센터나 영화관 등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워싱턴주 일부 지역에서는 911 응급전화 서비스까지 중단돼 혼란이 빚어졌다.

    일리노이주 교정당국은 폭풍으로 심하게 파손된 딕슨교도소 재소자들을 인근 교도소로 이감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강풍으로 인해 큰 나무가 여기저기서 쓰러지면서 주요 간선도로 곳곳이 통제돼 주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철로가 끊겨 운행 중이던 열차의 승객들이 객차 안에서 밤을 지새웠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지 만 이틀이 지난 1일이 되자 불편에 지친 일부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주 거주 시민들은 차를 타고 아예 인근 도시로 '피난'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또 전력회사는 물론 29일밤의 폭풍의 위력에 대해 제대로 경고하지 못한 기상당국과 방송국 예보데스크들로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버지니아 북부 현지 방송국의 기상예보 담당자는 이 때문에 "그날밤의 폭풍의 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우리 방송국 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면서 당시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시청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당국의 복구를 기다리며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길어지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복구작업이 왜 이렇게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들 지역의 주지사들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고 피해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백악관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