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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중앙통신이 남한에서 생활하다 북한으로 귀환한 탈북자라고 밝힌 박정숙씨가 28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2.6.28 ⓒ 연합뉴스
남한에서 6년간 생활한 탈북자가 다시 북한으로 밀입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정부 당국이 진상파악에 나섰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해당 탈북자에 대한 기자회견까지 벌이며 '체제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남조선으로 끌려갔다가 공화국의 품으로 돌아온 박정숙 여성이 인민문화궁전에서 국내외 기자들과 회견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살던 박정숙은 6·25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간 아버지를 찾으려고 2006년 3월29일 밤 탈북해 남한에서 생활을 하다 6년 만인 지난 5월25일 북한으로 돌아갔다.
박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행복의 절정'이라는 단어로 북한과 김정은을 찬양하고 남한 사회를 비난했다.
"김정은 장군님께서는 죄인이나 다름없는 저를 김원균 명칭 평양음악대학 교단에 서있는 아들과 함께 평양에 모여살도록 해주시었다. 천벌을 받아 마땅한 이 몸을 탓하지 않으시고 너그러이 감싸안아 행복의 절정에 내세워주시었으니 이 하늘같은 사랑과 은정을 눈에 흙이 들어간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탈북자들에게 차례지는 일자리란 오물청소, 그릇닦기, 시중들기 등 가장 비천하고 어려운 일뿐이며 자살률은 여느 사람들의 5배에 달한다. 탈북자들은 남조선 사회를 저주하고 자신들을 원망하며 공화국(북한)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 여성이 2006년 탈북해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박인숙씨(71)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북측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내용의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재입북한 인물은 2006년 입국해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박인숙씨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정부는 조선중앙통신 보도 이후 국내 박정숙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모두 조사했지만, 모두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
2006년 3월 중국으로 탈북한 박씨는 같은 해 6월29일 동반가족 없이 국내로 들어왔으며, 지난달 중순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의 나이를 66세로 밝혔지만 탈북 후 국내 입국 시 정부 당국에는 1941년생(71)이라고 밝혔다.
이름이 다른 것에 대해서도 태어날 때는 박정숙이었지만, 이후 북한에서 공민증을 만들 때부터 박인숙이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국내 입국 시에도 박인숙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박 씨의 재입북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박 씨는 北 기자회견에서 재입북 경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남한 정보원들의 유인전술에 걸려 남한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네트워크를 취재한 결과 박 씨가 북한에 두고 온 아들을 만나기 위해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당국의 "아들을 죽이겠다"는 협박에 어쩔 수 없이 북한으로 귀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박 씨의 친척은 지난 5월 23일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지인에게 "박 씨가 '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북한으로 간다'고 말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가족이 남아있는 탈북자들의 경우 북한 당국으로부터 협박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체제 선전에 활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탈북자 A 씨는 "발신 번호가 표시되지 않는 번호로 전화가 올 경우 아예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탈북자 B 씨는 박정숙 씨가 기자회견을 연 것을 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중국에서도 북한 주민이 남한 사람과 말 한마디만 나눠도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는데 남한에서 6년 씩이나 살았던 탈북자에 대해 북한이 기자회견을 열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