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 대법원 실형 확정“6년간 알고 지냈던 친구에 대한 배신감, 사생활 노출 등 피해 심각”
  • ▲ 대법원(자료사진).ⓒ 연합뉴스
    ▲ 대법원(자료사진).ⓒ 연합뉴스

    술에 취한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고려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 혐의자들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명문대 의대생들이 저지른 추악한 범행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사건은 가해 남학생 가족이 피해 여학생의 ‘사생활 문란’을 암시하는 사실확인서를 동료 학생들에게 받아 명예훼손 고소가 이어지는 등 파장이 매우 컸다.

    특히 가해 학생들이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며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무죄를 강하게 주장해 대법원의 판단이 관심을 끌었다.

    28일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특수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24), 배모(26)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6월과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한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했다.

    “피고들은 공모해 순차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1차 추행을 했다. 박씨가 다소 술에 취하긴 했지만 사물변별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라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부

    피해자에 대한 2차 추행 혐의도 인정했다. 박씨와 달리 피해자의 상의를 내려줬을 뿐 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무죄를 주장한 배씨의 항변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2차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들이 각자 단독으로 2차 추행을 했다는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같은 학교 동기생들인 이들은 지난해 5월 경기 가평의 한 펜션에서 함께 술을 나눠 마신 뒤 먼저 잠들어 있던 피해 여학생 A씨(24)의 속옷을 벗긴 뒤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피해자의 신체를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피고들의 죄질이 나쁘다며 박씨에게 징역 2년6월, 배씨와 한모씨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이들에 대한 신상정보공개 및 고지 각 3년을 명령했다.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추행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 성적 수치심과 6년간 알아온 친구들에 대한 배신감, 사생활 노출로 인한 2차적 피해 등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
    -1, 2심 재판부

    피고 중 한모씨는 상고를 포기해 현재 복역 중이다.

    특히 1심 재판부는 배씨, 한씨와 달리 박씨에 대해선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지속적으로 추행하는 등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검찰 구형량인 1년6월보다 1년이 더 많은 2년6월을 선고했다.

    피해자 A씨가 배씨의 어머니 서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의 상고심은 다음달 13일 열릴 예정이다.

    서씨는 사건 발생 뒤 동료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피해자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