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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각 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2일 중국주재 미국 대사관을 떠나 베이징(北京)의 차오양(朝陽) 병원에 입원했다.
천광청은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뒤 가족들과 재회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한 미국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관리는 "천광청이 베이징의 한 의료기관에 도착했으며 그곳에서 치료를 받은 뒤 가족들과 재결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천광청이 `자의'에 따라 미국 대사관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천광청이 자택연금에서 탈출해 6일간 피신해 있던 미국 대사관을 나와 병원으로 갈 때 게리 로크 중국주재 미국 대사가 동행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 특파원은 천광청과 짧게 전화통화했으며 그가 괜찮다고 말했다.
천광청의 변호사 리진쑹은 그가 병원으로 가는 길에 "나는 자유다. 나는 확실한 보장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천광청이 미대사관을 나와 병원으로 간 것은 미.중간의 협상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치료를 받은 뒤 가족과 함께 계속 중국에 남아있을 것인지 아니면 중국 복귀의 길을 열어 놓고 미국으로 떠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천광청은 동료들에게 만일 가족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중국에 계속 남아 법률구조 활동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표시했으며 중국 정부에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런 희망에 따라 미ㆍ중은 천광청이 미국으로 갈 경우와 함께 중국에 남을 경우를 가정해 그의 처리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이 이날 그간의 침묵을 깨고 천광청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미국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는 점은 천광청을 둘러싼 미ㆍ중간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 대변인은 이날 "미국 대사관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중국공민 천광청을 대사관 안으로 데려갔으며 중국은 이에대해 강력한 불만을 느낀다"면서 "미국의 방식은 중국의 내정을 간섭한 것으로, 중국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측에 사과와 함께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 책임자들을 처리하고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증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3∼4일 개최되는 제4차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에 도착했으며 중국으로 떠나기 전 중국 지도자들에게 인권개선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번 전략경제대화에서 북한 핵문제 등의 주요 현안들이 천광청 사건에 묻히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조속한 해결을 추진해 왔으며 이날 천광청이 미대사관을 떠난 것도 이런 노력의 산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인권주창국이라는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중국은 의견충돌로 인한 지도부의 단합이 깨지지 않도록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천광청 문제의 해법을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