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김문수 내세워 여권 불화 조장비박연대 동상이몽, 이래서 힘 모일까
  • “총알받이가 따로 없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선 출마 이후 대선을 노리는 잠룡들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여권은 계파별로 선봉으로 나선 김 지사의 출마선언을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하고 있고, 야권은 김 지사를 이용해 여권 내부에 불화의 씨앗을 심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소 이른 출마선언으로 대권 정국을 불러오면서 김 지사가 야권은 물론 여권에게도 공세를 받는 첫 타깃이 된 셈이다. 다른 대권 잠룡들도 "잠룡 컷오프의 첫 관문이 시작됐다"는 말로 긴장감을 표현하고 있다.

  •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2일 국회에서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2일 국회에서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김문수 출마 배후가 청와대?

    김 지사의 출마 선언에 가장 먼저 시선이 쏠린 쪽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다. 여야 차기권력 0순위 박 위원장에 대항하는 비박연대의 시작이 아니냐는 얘기가 봇물처럼 터졌다.

    김 지사는 22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박 위원장에 대항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박연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지만, 언론들은 김문수-이재오-정몽준으로 이어지는 비박연대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비박연대의 근원은 결국 청와대다.

    최근까지도 출마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김 지사가 예상 밖 이른 출마선언을 하자 그 배후에 박근혜 대권을 훼방 놓으려는 청와대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겨레신문은 22일 친박 핵심 의원의 말을 인용해 김 지사의 출마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폈다.

    신문은 “바로 사흘 전만 해도 김 지사 쪽에서 ‘이번 대선엔 지사직에 전념하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지하겠다’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알려와 덕담까지 건넸다”며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태도를 180도 바꿔 출마를 하는 걸 보니 분명히 배후가 있는 것 같다. 김 지사가 이재오 의원을 만났다고 하는데 (박 위원장을 견제하려고) 청와대가 움직였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친박 핵심 의원 말을 인용 보도했다.

    “청와대가 참 끊임없이 박 위원장의 대선을 방해하려고 준동을 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특별히 제가 박근혜 위원장을 위해 ‘나는 안 나가겠다’고 말한 적 없다”며 “대통령과는 최근에 몇 달 동안 전혀 전화통화도 한 적도 없다. 청와대 사람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 ▲ 김 지사의 출마선언으로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치열한 머리싸움이 시작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 ⓒ 뉴데일리
    ▲ 김 지사의 출마선언으로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치열한 머리싸움이 시작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 ⓒ 뉴데일리

    √ 이재오-정몽준 세력 싸움 조짐

    김 지사의 출마선언에 비박연대로 묶여있는 정몽준·이재오도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서로가 비박연대의 주인공으로 올라서기 위한 치열한 머리싸움을 시작했다.

    김 지사가 출마 선언 다음날인 23일 “도지사직 사퇴는 경선 승리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힌 것도 쉽지 않은 주변 분위기를 인식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가장 활발한 쪽은 이재오 의원 쪽이다. 친이계 좌장이라는 타이틀답게 비박연대에서도 중심축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지난 2007년 대세론의 주인공이었던 박 위원장에게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내세운 전략수립에 중심이었던 이 의원이 다시 한 번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때문에 이 의원의 경우 비박연대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앞서 이 의원은 김 지사 출마선언 직전 만난 회동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의원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행보로 자세를 낮추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을 겨냥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는 김 지사와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출마 선언 시점은 조율 중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정 의원이)김 지사가 출마선언과 함께 비박연대의 총대를 멘 것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험난한 대권도전의 여정에서 김 지사가 낙마할 경우 연대론을 제기, 비박연대의 주인공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 의원의 경우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연대로 판세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김 지사는 “내 갈길을 가겠다”는 표정이다. 김 지사 핵심측근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출마선언을 준비하면서 공세의 첫 타깃이 될 것이 예상했지만, 여권이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올지는 몰랐다”면서도 “도지사 직에는 미련 없다는 김 지사의 말처럼 천천히 인지도 높이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