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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대선레이스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2일 김문수 경기지사에 이어 일주일 뒤인 29일에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내달 15일께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내달 중순이면 비박(非朴) 3인방의 대선 출마가 모두 마무리되는 셈이다.
당내 ‘1인자’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8월에 예선격인 당내경선보다 12월 대선에 시간표를 맞추고 행보에 들어간 상황이다. 공식출마 선언은 내달 15일 전당대회 이후가 될 전망이다. 다음주까지는 수도권, 호남 지역 등을 돌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민생탐방에 힘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지역방문에서도 대권과 관련된 발언은 “앞으로 19대 국회 4년과 다음 정권에서 확실히 바꿔야 한다” 정도 수준으로 자제하고 있다.
◆ ‘2인자 모임’ 비박연대 가능성 열려있어
지난 4년 간 여권 내 ‘대선주자’ 자리를 독식해온 박 위원장을 제치기 위한 ‘2인자’들은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 전 특임장관은 비박계 주자가 각자도생(各自圖生) 방식으로 출마해 ‘파이’를 최대한 키운 뒤 ‘단일화’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1대 1로 맞서자고 다른 주자들에게 제안했으나 의견이 일치되지 못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출마선언에서 “박 위원장에 반대한다거나 비박연대를 고려하지는 않는다. 박 위원장과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매우 차별화 되어 있다. 그 차별성을 내세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 전 대표는 ‘비박연대’에 대해 “당의 후보가 된다면 당 바깥에 있는 모든 분과도 협력할 것이다. 이름은 ‘국민연대’라고 붙여달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비박 예비경선’의 잠재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장은 주자들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8월 당내경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또 4.11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박 위원장의 주가가 한창 상승한 상태에서 ‘예비경선’을 논했다가 흥행도 거두지 못한 채 침몰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비박주자들의 지지기반이 대체로 비슷한 데다 후보가 난립해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하고 있다.
◆ 문제는 오픈 프라이머리…
비박주자들이 한 목소리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외치며 ‘박근혜 독주’에 우려를 쏟아내는 것도 결국은 한 배를 탈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서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 전 대표는 이날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박 위원장을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박 위원장을 지목해 “10년 전에 ‘상대편 당인 민주당에서 국민참여경선 하는데 우리는 왜 안하냐’고 탈당한 분 아니냐. 그런 분이 이제와서 (완정국민경선을) 안하겠다는 건 이해가 안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문수 지사도 최근 “박 위원장도 2002년 경선 룰을 고치려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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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부산 진구 부전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박 위원장 측은 탈당 이유는 경선 룰 문제가 아니라 ‘제왕적 총재’를 없애는 문제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16대 대선을 앞둔 2002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내부 논란의 핵심은 이 총재의 ‘1인 지배 체제’와 대선 경선 방식의 변화였다. 당시 박 위원장은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대선 이후로 미룬 데 반발해 탈당을 결행했다. 그는 “정당개혁의 요체는 1인 지배체제 극복이며,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참여경선은 빛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당시 박 위원장은 ‘이회창 대세론’ 속에서 다른 길을 모색하기 위해 탈당이라는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게 당시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경선 룰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탈당의 직접적 이유는 아니었던 셈이다.
◆ 정몽준 "박근혜 군림"…김문수 "청와대가면 불통"
이들 비박계 주자들의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 수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해 “군림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위원장 얼굴도 못 보고,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밖에 소통 못하잖나. 너무 창피하다”고도 했다.
또 박 위원장은 “당 대표때 파벌정치하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요즘 그런 말을 왜 안 하시나. 지금은 파벌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 지사도 “막연한 대세론을 가지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수도권과 젊은이들에게 (호소)한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 위원장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또 최근에는 한 라디오 출연해 “박 위원장이 오리무중, 베일 속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것이 제일 위험하다. 온갖 독심술과 추측 억측이 난무하는, 이게 가장 잘못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이) 청와대에 들어갈 때 앞 그야말로 불통의 상태로 갈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러한 비판에 박 위원장 측은 ‘도를 넘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정몽준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며 박근혜 위원장을 강도높게 비판한데 대해 “왜곡된 사실로 박 위원장을 비난하는 것은 적전분열만 가져온다. 말씀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한 친박 관계자는 “자신들이 뜨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센 발언을 내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물에서 승부수를 띄우는게 안되니 정책도 아닌 비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 대권주자들 '경쟁적' 민생탐방
이와 함께 당내 대권주자들은 앞다퉈 민생탐방 행보에 나서면서 민심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장 정 전 대표는 오는 30일 중앙선관위에 대통령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내달 초 호남을 시작으로 민생탐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재오 의원은 이보다 한 발 앞선 지난 25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민생탐방에 나섰다. 대구를 거쳐 38일엔 전남 구례와 전북익산 등 호남일대를 돌았다. 이 의원은 내달 중순 대선 출마 공식선언을 앞두고 있다.
김 지사는 28일 부산을 찾아 지지자 300여명과 함께 금정산을 오른 뒤 북항 재개발 현장 등을 둘러봤다.
박 위원장은 지난 23일 강원을 시작으로 대전 충청, 부산 경남(PK) 등 전국을 돌며 각 시도당의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과 지역 시장 등을 방문하며 민생탐방을 이어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전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행복을 찾아서… 우리에게 꿈과 희망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그 꿈과 희망을 모든 국민들이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다짐하면서…”란 글을 올렸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임하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