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출사표

      정몽준 의원에 이어 김문수 경기지사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할 뜻을 밝히고 있다. 박근헤 씨가 아무리 훌륭한 인사라 해도 새누리당 후보 선출이 ‘1인 추대극’이나 ‘혼자 뛰어 1등’ 식으로 치러지는 것보다는 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 보기가 훨씬 좋다.

      새누리당은 요즘 박근혜 1인 체제의 오만함을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일각에서 듣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1당을 자신하다가 과반수 미달의 2당이 된 것도 실은 오만 탓이었다. 국민은 오만을 가장 싫어한다. 한국 유권자들은 청개구리 정신이 강해서 강자를 견제하고 약자를 보호하려는 성향을 보이곤 했다. 선거가 끝난 지 불과 얼마 되었다고, 새누리당이 만약 그 교훈을 혹시라도 깜빡 잊었다면 그건 실패의 장본이 될 것이다. 경선은 이점에서 아주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흥행적인 필요에서도 경쟁구도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씨에게 득이 되면 되었지 나쁠 게 없다. 정치는 갈수록 엔터테인먼트가 되고 있다. 시청자를 많이 끌어야 하는 것이다. 시청자는 극적인 재미를 요구한다. 재미가 있으려면 다툼이 있어야 하고, 반전이 있어야 하고, 감동이 있어야 하고, 굴곡이 있어야 한다. 변수도 많아야 한다. 그러나 1인 대세론은 그 반대다. 민주통합당에는 앞으로 용호상박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흥미진진한 쇼가 펼쳐질 것이다. 여기다 안철수 변수가 포개질 것이다. 시청자의 눈도 자연히 그리로 쏠릴 것이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야권의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다. 문제인 아니면 김두관, 김두관 아니면 안철수. 안철수 아니면 ‘안철수 바람’이 문제인이나 김두관에 세게 불 것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복합 변주곡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게임을 거쳐 누구 하나가 극적으로 두 팔을 쳐들고 V 자를 그려 보이며 “와~~!!!” 하고 환호성을 지르면 장내는 감격의 도가니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런 있을 수 있는 장면에 대비하고 있는가? ‘박근혜 추대론’을 보면 대비는커녕 예상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안일함을 가지고는 틀림없이 진다.

      박근혜 씨와 김문수 정몽준 씨 등의 비박연대는 멋진 경선을 한 번 해보라. 현재 시점의 새누리당 판세만 보아선 아슬아슬한 게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대의원들이 로봇이 되기로 작정했는지, 인간이 되기로 의지하는지에 따라 가변성은 있을 수 있다.

      김문수 정몽준 씨의 경선참여는 박근혜 씨에겐 없을 수도 있는 점, 박근혜 씨가 다소 소흘히할 수도 있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새누리당 후보 선출과정을 일대 토론과 논쟁의 장으로 장식할 수도 있다. 이건 아주 중요한 측면이다.

      특히 안보, 통일, 대북 정책과 관련해 불꽃 튀는 논쟁이 있었으면 한다. 새누리당은 이런 문제에는 회피로 일관했다. 좌파의 역습이 두려워서다. 비겁한 노릇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자세는 좌파 지지자들로부터는 “그런다고 우리가 잘 봐줄 줄 아느냐?”는 냉담을, 우파 유권자들로부터는 “그래? 그럼 잘해보시길...” 하는 배신감을 샀다.

      박근혜 씨와 김문수 지사와 정몽준 의원은 경선과정에서 안보를 포함한 모든 주요현안들과 관련해 피차 속내를 완전히 털고 털리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우아한 미소와 교과서 같은 말로 구체적인 개입을 비켜가면서 어물어물 무난히 넘어가는 것을 ‘불가능’으로 만드는 것-이게 경선의 또 하나의 의미다.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