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이후 총선 패배 이유 ‘박근혜 독재’로 몰아반성이나 겸손은 없다. 당내 자성의 목소리 이어져
  •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총선 패배 원인을 남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근거 없는 가설을 공식석상에서 ‘객관적 사실’로 호도하기도 한다.

    젊은 청년들을 모아놓고 대통령을 ‘이 양반’이라고 표현하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총선 패배의 최대 책임자가 너무 반성이나 겸손이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 한명숙 대표의 사퇴 이후 민주통합당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문성근 최고위원이 막말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15 전당대회 당시 출마 소감을 밝히는 문 최고위원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한명숙 대표의 사퇴 이후 민주통합당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문성근 최고위원이 막말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15 전당대회 당시 출마 소감을 밝히는 문 최고위원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남 탓만

    문 최고위원은 20일 YTN ‘강지원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한나라당 시절을 보면 친이와 친박이 있었는데 총선을 바로 앞두고 박근혜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합의 추대하고 공천을 진행했다. 완벽하게 1인 독재 체제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의 원인을 ‘박근혜 1인 독재’로 폄하하는 한편 민주통합당의 패배 이유를 공정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한 ‘너무 정정당당한’ 방식을 고집한 것으로 왜곡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이죠. 그냥 객관적인 사실을 말씀드렸을 뿐”이라며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공천과정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김용민 후보가 지역구를 세습했다는 논란이나 친노세력의 호남계 숙청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문 최고위원은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산 젊은이들이 나꼼수를 안 들어서 패배했다”는 식의 발언으로 총선 패배 이유를 ‘남탓’으로 돌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낙동강 벨트를 구축하겠다며 호언장담 해놓고 정작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서는 패배해 당에 찬물을 끼얹은 점, 그리고 최고위원으로서 선거 운동에 별다른 힘을 보태지도 않았다는 점을 들어 문 최고위원의 책임론이 입에 오르내리는 분위기다.

  • ▲ 한명숙 대표의 사퇴 이후 민주통합당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문성근 최고위원이 막말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15 전당대회 당시 출마 소감을 밝히는 문 최고위원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한명숙 대표의 사퇴 이후 민주통합당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문성근 최고위원이 막말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15 전당대회 당시 출마 소감을 밝히는 문 최고위원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이 대통령-박 위원장 ‘커넥션’ 제기, 근거는 없다. 원래 여당은 그렇다?

    새누리당의 총선 전략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 권력을 한 분께 몰아드렸을 때는 무엇인가 다른 반대급부를 약속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국민 가슴 속에 눌려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4년 전 총선에서는 친이가 친박을 학살해 친박연대가 생겼는데 이번에는 친박이 친이를 학살했는데 조용히 넘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만류했다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그렇다면 무엇인가 오갔을 수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도 했다.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친이계 학살 논란이 벌어지고 줄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예견된 상황에서 김무성 전 원내대표의 백의종군 선언 등으로 당 위기가 봉합된 것에 대해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떠한 ‘대가’를 약속했고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중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진실 규명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질을 생각해보면 총선을 앞두고 1인 독재가 만들어 졌을 때 배경이 무엇일까, 국민적 의혹을 풀어달라는 이야기”라고 주장했지만, 그런 의혹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제1야당의 대표가 국가원수와 여당 최고 지도자의 모종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면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는 일종의 무책임한 ‘아님 말고’식의 비방이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방송에서 문 최고위원은 사회자가 ‘지금 질문하는 취지는 민주당의 진로와 관련된 얘기’라는 주의를 받으면서도 새누리당과 현 정부 그리고 박근혜 위원장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 ▲ 문 최고위원은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모종의 커넥션을 제기하면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문 최고위원 트위터 캡쳐 화면 ⓒ
    ▲ 문 최고위원은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모종의 커넥션을 제기하면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문 최고위원 트위터 캡쳐 화면 ⓒ

    √ 국가원수에게 ‘이 양반’…‘막말’

    젊은 청년들을 모아놓고 현직 대통령에게 ‘이 양반’이라고 부르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문 최고위원은 전날인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청년과의 호프미팅’에서 “20~3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2~3년 만에 대통령 하나 잘못 뽑으니 내 생활이 개차반(됐다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7년까지 대한민국은 멋진 나라고 신나는 나라였다. 그런데 이 양반(이명박 대통령)이 하니 너무 창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입을 다물고 있던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문 최고위원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민통당 조경태 의원은 “선거 경험이 없어 대처하는 능력이 좀 떨어졌던 게 아닌가 보여진다”며 쓴 소리를 내뱉었다.

    조 의원은 문 최고위원이 낙선한 부산에서 3선을 달성한 중진의원이다.

    그는 “조금 더 경험을 쌓으면 좋을 것 같다. 너무 ‘내 탓이오’ ‘상대 탓이오’ 하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건 나 자신, 우리가 좀 더 잘했으면 극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기 분위기는 저희에게 참 좋지 않았나. 왜 그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했는지를 좀 더 철저한 반성이 이뤄지지 않는 한 대선에서도 어려운 승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반성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마 본인 스스로 더 무엇이 잘못됐는지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 ▲ 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당선 이후 방문한 5.18 광주국립묘지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일으킨 상석논란을 똑같이 저질러 곤욕을 치르지도 했다. ⓒ 동아닷컴 보도 사진 캡쳐화면
    ▲ 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당선 이후 방문한 5.18 광주국립묘지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일으킨 상석논란을 똑같이 저질러 곤욕을 치르지도 했다. ⓒ 동아닷컴 보도 사진 캡쳐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