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짜’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참 기분 나쁜 말이다.

    처음 조직에 들어와 잘 해보려는 후배 입장에선, 선배들의 허세나 군기잡기로 들린다. 조급하게 선배들을 넘어서겠다며 턱없는 오기 부리는 후배들에게 선배들이 자주 쓰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선배 입장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이유가 있다. '신입생'이나 '새내기' 같은 대체 용어도 있지만, '초짜'라는 말에는 내포된 한가지 부정적 의미를 전달하고자 함이다. 바로 잘 모른다는 핑계와 잘 해보겠다는 호기로 인해 조직에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 '초짜'와 '새내기'란 용어가 갖는 뉘앙스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말 많던 19대 국회의원 총선에도 이런 '초짜' 정치인들이 선을 보였다. 능력껏 싸우다 승리하기도 패배하기도 한 당찬 정치 신입생들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원래 있었던 자신의 세계에서 누려왔던 선배로서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 입사(?)한 정치판에서도 선배 노릇을 하려다 스스로 무덤 판 사람들을 말한다.

    “부산 젊은이들은 ‘나꼼수’를 안 듣는다. 그런 언론환경 등이 컸다.”

    총선 패배 이후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부산을 방문한 문성근 최고위원이 한 코멘트다. 이 말에 한 정치평론가는 이렇게 평했다.

    민주통합당이 앞으로 닥칠 대선에서 부산 20~30대 유권자증에서 적어도 20만표는 잃어버릴 발언이다.

    어떻게 보면 문 최고위원은 민주통합당 패배의 1등 공신이자 책임자다. 낙동강 벨트를 구축하겠다며 호언장담해놓고,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서는 패배해 당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당대회에서는 한명숙 대표 다음 가는 표를 얻어 최고위원 자리를 꿰차놓고는 선거 운동에 별다른 힘을 보태지도 못했다.

    이 뿐 아니다. 이런 말도 했다.

    “민주당이 오만해서 선거에 졌다는 건 수구언론이 씹는 용어인데, 그것을 우리 진영이 멍청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정도 균형이 맞는 건 탄핵 후폭풍 후 처음이다. 탄핵 정국 이후 민주진영이 가장 약진한 것이다."

    “졌다!”고 말하기 싫은 자존심은 이해하겠지만, “이정도면 잘한 것”이라며 자화자찬할 상황이나 입장은 아닌 것 같다. 투쟁만 부르짖었지, 패자의 반성·쇄신·겸손은 없었다.

  • ▲ 문성근 민주통합당 권한대행과 문대성 새누리당 당선자 ⓒ 연합뉴스
    ▲ 문성근 민주통합당 권한대행과 문대성 새누리당 당선자 ⓒ 연합뉴스

    그런 '초짜"가 한 명 더 있다.

    19일자 일간지 대부분의 1면을 장식한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이다. 한참 동생뻘 이준석 비대위원에게 “본인의 명예를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리도 모른다는 건가”라는 굴욕적인 비아냥까지 들었다.

    이날 문 당선자가 신문 1면을 차지한 것에는 사안의 중대함도 컸겠지만, 이날 기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탓도 아주 조금은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18일 오전 김형태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이후, 오후 2시 기자회견까지 벌어졌던 문 당선자와 기자들과의 추격전은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탈당한다고 했다 입장을 바꿔 기자들의 약을 한참 올려놓은 상황에서 일어났다. 논문에서 오탈자까지 같을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운동과 병행하다 보면 그럴 수 있는 부분 아닌가. (기자들은) 항상 정확한가”라고 따진 부분이다.

    인간이다 보니 기자들 역시 항상 정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기자들 면전에서 대놓고 말했다. 중립적 시각을 지키려는 기자도 문 당선자 논리대로 인간이다 보니, 기사 쓰는 손에 감정이 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조선일보>의 한 기자가 쓴 '돌려차기 영웅에서 국민 비호감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비롯해, 19일 하루 문 당선자와 관련된 비판 기사만 수백개였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지적했다.

    "일반적 사회관계에서라면 몰라도 ‘사람관계’가 중요한 정치인으로서는 아주 어린 행동이었다 할 수 있다. 억울한게 있더라도 침묵할 줄도 알아야 정치인이다."

    선배들이 이런 후배들을 ‘초짜’라고 부르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초짜'라고 계속 '초짜'일리도 없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우리도 우리의 선배들에게 '계속 배워가면 되고 그럴수록 겸손해지면 된다'고 배워왔다"고 가르쳐왔다.

    기성 정치인들이 삼각하게 비판받는 현 시대적 상황에서 선배 정치인들을 답습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기라성 같은 선배 정치인들이 이런 상황에서 왜 입을 닫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같은 성을 가진 두 사람 다 한번 쯤 생각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