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세계럭비대회 HK7 홍보 광고후원사 HSBC, 확실히 밀어줬다
  • 지난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홍콩에서 열린 HK7은 국제 럭비경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비인기종목 중 하나라지만, 영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홍콩에서는 꽤나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32개국이 참가한 올해 HK7 대회의 가장 큰 스폰서는 영국계 은행인 HSBC와 항공사 캐세이 패시픽이다. 스폰서 입장에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경기를 시청하거나 관람해야 이익이다. 더욱이 영국 냄새가 물씬 나는 럭비를 보급한다는 것은 일종의 문화 보급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HSBC는 블록버스터 급 인터넷 광고를 제작해 배포했다. 너무 영국 냄새 나지 않게, 되도록 글로벌한 느낌이 나도록, 그러면서도 홍콩의 지역성을 가미하는 것이 아마도 제작 포인트였던 모양이다. 

    복잡한 홍콩의 거리에서 별안간 나타난 기묘한 복장의 사람들이 럭비경기를 벌인다. 자동차에 충돌하고, 쓰레기 수거함 위에 떨어져도 경기는 계속된다. 고급 레스토랑의 식탁 위를 뛰어 다니고 별 이유 없이 공중회전을 하거나 천막 위로 떨어지는 모습이 성룡의 액션을 꼭 닮았다.

    급기야 로마 군단까지 나타나고 – 사실 이탈리아는 출전하지도 않았는데 – 중국인 복장의 무술가도 대거 등장한다. 마지막 장면이 갑옷 차림의 로마 군인의 모습인 것을 보면 역시 럭비에도 미식축구와 같은 보호장비의 보급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럭비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말이 많지만, 영국의 럭비 스쿨Rugby School이라는 학교의 한 소년이 축구를 하다 말고 급한 마음에 공을 들고 골대로 뛰어가면서 생긴 경기라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졌다. 

    발만 사용해야 하는 경기에 마라도나도 아니면서 감히 공에 '손'을 댈만큼 소년을 흥분시킨 걸 보면 럭비는 분명 매우 거친 경기다. 보호장비를 갖추지도 않고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공을 쫓아 거구의 사내들이 몸을 내던지며 싸우는 걸 보면 단체 격투기 경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축구나 럭비 같은 경기는 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사냥감 하나를 두고 여러 사내들이 쫓던 원시 본능에서 비롯된 스포츠라는 말도 있고,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적의 목을 베어 내던지며 축하한 데 기원을 두는 사람도 있다. 잔인한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둘 다 피(血)와 연루됐다는 점은 매한가지다. 

    HSBC의 이 인터넷 광고에는 실제 전 영국 라이언 선수였던 제이슨 로빈슨이나 호주 대표팀 주장이었던조지 그리건 같은 유명 럭비 선수들이 카메오로 출연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알려지지 않은 경기라 누가 카메오인지 알아보긴 어렵다. 그래도 성룡이 울고 갈 액션으로 오디언스의 눈길을 확실히 끌며 럭비가 홍콩 액션 영화만큼이나 흥미로운 경기라는 느낌을 준 데는 확실히 성공했다. 

    과장된 액션이 꽤나 코믹하지만 캠페인 제목은 “진지한 경기(Serious Play)”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