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개입 관련해 검찰 진술 번복 입 열어 "권력과 아랫사람 희생으로 위기 모면하려해"
  •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7.3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에 '윗선'이 개입돼 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고 씨는 검찰조사에서 "고승덕 의원 측으로부터 300만원을 돌려받은 뒤 그날 오후 김효재 수석을 직접 만나 관련 사실을 보고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었다.

    고 씨는 지금껏 검찰조사에서 고 의원 측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윗선' 개입설은 차단해 왔다. "돌려받은 300만원은 내가 썼고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었다.

  • ▲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7.3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에 '윗선'이 개입돼 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 연합뉴스
    ▲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7.3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에 '윗선'이 개입돼 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 연합뉴스

    이로써 김 수석의 검찰 소환도 수일 내 진행될 전망이다. 김 수석은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의 돈봉투 살포사건'과 관련해서도 이를 폭로한 구의원들로부터 돈을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돼 왔다.

    고 씨가 이처럼 갑자기 마음을 돌린 데에는 '윗선'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동아일보에게 '고백의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건네며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진실을 감추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이 하루하루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이로 인해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허위진술을 강요 받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동안 세차례의 비공개 조사를 통해 진술을 번복, 진실 그대로 진술했다고 고백했다. "검찰은 이미 진실을 감추기에는 너무나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열쇠가 바로 나라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분이 처음에 고 의원에 대해 '일면식도 없다'고 거짓 해명을 하면서 여기까지 일이 이어졌다"고 말해, 그 분이 김 수석임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한편,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갖고 '돈봉투 사건'에 책임을 지고 국회의장직에서 사퇴했다.